가요무대에 관한 소고
이현재
가요무대는 중,장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이다.김동건 아나운서가 30여년째 이끌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김동건 아나운서는 고저가 없는 나직한 음성으로 편안한 방송을 하는 원로급 사회자다. 가요무대 진행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때 트로트계열 위주의 방송이라 처음에는 고사했으나, 담당 피디의 간곡한
요청으로 첫 사회를 본후 오히려 가요무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가요무대하면 생각나는것이 눈물 젖은 두만강,굳세어라 금순아,홍도야 울지마라, 신라의
달밤,울고넘는 박달재등 흘러간 트로트계열의 노래다.젊을때는
가요무대를 잘 듣지 않았다.방송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 버리곤 했다.포크송과
팝송에 심취해 트로트 가요는 한수 아래로 여기던 젊은 시절의 치기가 적쟎이 작용했던 탓이다.트윈플리오,히식스,키보이스,펄씨스터즈,김추자,김정호,어니언스,투에이스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가수들과 어느 소녀에게 바친사랑,예스터데이,험한세상 다리가 되어,렛잇비미,키스로
봉한 편지,모나코등 주옥같은 팝송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던 때다.또한
벤쳐스악단의 파이프라인,기타맨,다이아몬드 헤드등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기타연주는 얼마나 멋있었던지……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이제 한수 아래로 여기던 가요무대의
애청자가 되었다. 저급하게 들렸던 음률과 유치하게 느껴졌던 가사들이 심금을 울린다.혼자 노래를 듣다 보면 지난 세월이 아련히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곤 한다. 유치했던 가사들이 내 얘기인것 같이 가슴을 파고 든다.노익장 장사익이
부르는 동백아가씨,대전블루스등을 들으면 눈물이 나고,배호의
노래를 들으면 한숨이 나온다.
가요무대도 이제는 세대교체가 되어 70,80시대의 음악 비중이 꽤 높아 졌다.가왕 조용필이 부르던 노래들과
빗속을 둘이서,하얀나비,편지등 젊은 시절 즐겨듣던 음악들이
자주 나온다.이런 노래들을 들으며 한편으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70,80시대의
음악은 선곡을 잘하면 얼마든지 가요무대의 특성에 맞게 올릴 수 있지만,지금 젊은세대들의 노래는 그들이
늙었을때 과연 가요무대에 올릴만한 노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가끔씩 딸들과 노래방을 간다.애들이 부르는 노래는 템포가 빠르고 수놓은것 같이 촘촘한 가사가 숨쉴틈 없이 반복된다.도저히
따라 부를 수 없는 속도다.현재의 걸그룹,아이돌,R&B가수들이 늙었을때 과연 가요무대에서 현재와 같이 현란하게 춤 추며 노래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가요무대는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같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요무대 노래를 원가수가 아닌 다른 가수가 부를때가 있다. 대개 원곡을 부른 가수가 사망한것이 그 원인이다. 아내와 가요무대를 같이 보면서 이런저런 평을 한다. 저 사람은 하나도 안변했네,더 젊어 졌어…아니 저가수가 하남석 이라고? 와 늙었다.아니 저 여가수는 또 누구야? 대부분 늙어서 옛모습을 찿기 힘들어 보이는 가수들, 늙어 가는 나는 잊어 버린채 늙어서 언뜻 알아보기 힘든 가수들만 애처로워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 보며 문득 쓴웃음을 짓는다. 이세상이 어디 영원하던가, 세월을 거스리고 한결 같은것이 있던가? 젊은이 눈엔 인생이 길고 긴 마라톤코스같아 보이지만 늙은이의 눈엔 지나온 인생이100미터 단거리 코스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인터넷에 ‘틀딱’이란 말이 가끔씩 나온다. 낯선 말이라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 보았다.”얘!틀딱이무슨 말이니?” 젊은
친구가 답하기를,주로 어른들을 비하할때 쓰는 말로 ‘틀니딱딱’의 준말이란다.이런 고얀…! 그럼
내가 벌써 틀딱이란 말인가?틀딱이 되어 틀딱이 거진 되어가는 아내와 함께 틀딱들이 보는 가요무대를 즐겨
보고 있다. 허지만 지인이 들려준 얘기에 한줄기 위안을 얻는다. 젊은
말은 빨리 달리지만 늙은 말은 길을 안다......
첫댓글 네, 잘 읽었습니다. 아직 젊습니다. 흘러간 노래는 젊음을 돌려줍니다.
청춘을 돌려다오... 내 나이가 어때서~~^^
학봉님, 춤 솜씨 판타스틱 했어요.ㅎㅎ...
코리언 뉴스(2/2)에 발표합니다.
무심한 세월은 화살처럼 달아나네요.
회원님들 반가웠답니다.
세월이 무상하지요.
사망하는 원로가수들이 점차 늘어나 지금은 이름만 들어서는 생존여부가 헷갈립니다. 좋아하는 가수들 디너쇼를 생전에 한두번 정도나마 볼 수 있으련지.... 넘...멀리 이사와서...
그곳에서도 가요무대를 보시는군요. 글을 읽어보니 동시대 음악을 공유했네요. 김정호 하얀나비, 하남석, 트윈 폴리오 모두 좋아했던 가수들입니다. 편안하게 진행하는 사회자 때문에 그 프로가 좋기도 하구요. 요즘엔 청계천에 옛날처럼 디제이가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 있어요. 주고객층이 5-60대로 향수를 찾아 온답니다. 젊은 말은 빨리 달리지만 늙은 말은 길을 안다...... 맞습니다.
옛날엔 명동의 본전다방,꽃다방등에서 디제이들이 많이 활동했었는데요. 레지가 갖다주는 메모지에 신청곡 서ㅡ너개 써놓고 종일 기다리던 생각이... 아침 일찍가면 노른자 동동 띄운, 이른바 모닝커피도 주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