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이 돋아나는 봄철이면 우리집은 나물 천지가 됩니다.
겨울을 넘긴 냉이를 녹기 시작하는 땅에서 캐어 무침과 된장국을 끓여 먹는 것을 시작으로
달래를 뽑아 썰어서 간장에 넣어 달래 간장이 입맛을 돋게 하면서
이어서 쏟아져 나오는 새싹들이 거의 모두 찬거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을 뒷산 어귀에 자리한 우리집은 내가 자리잡기 전 봄철에는 마을 사람들의
고사리밭에 나물밭이었고 가을철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는 동산이었습니다.
내가 터를 닦고 들어와 살면서 약간의 마찰과 갈등이 있긴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게 되어 요즈음은 별탈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십여년 전 마을의 대형 쓰레기들을 우리집 골짜기에 엄청나게 퍼부은 사건이
목격되어 이장을 항의 방문한 다음 울타리 치겠다고 선언하고 바로 설치하였습니다.
그 후로도 나무하러 지게 메고 들어온 주민과도 다투어 쫓아낸 일이 몇 차례 있었고
고사리 꺾으러 들어온 이웃 아주머니와는 아내가 육탄전을 벌일 정도로
험악한 상황이 벌어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그 밖의 일에 대하여는
주민들과 갈등이 없던 터라 다른 주민들이 중재하여 화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지금은 그때 다투던 주민들과도 스스럼 없이 지낼 정도로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후 동네 사람들과는 문제가 없는데 주말이면 도시 사람들이 산밑에 차를 세워 놓고 들어와
고사리며 나물을 뜯어가는데 작정하고 울타리를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이니 해마다 몇 차례
홍역을 치르곤 하였습니다. 넘어 다니기 쉬운 곳의 울타리는 가시철망으로 보강하고 고사리와
나물이 많이 나오는 계절이면 되도록 집을 비우지 않는 등 대비하였더니 요즈음엔 많이 줄었습니다.
아내는 관상용 식물에는 관심이 없고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만 가꾸기를 좋아합니다.
15년 전에 마당을 만들면서 머위, 취, 달래, 흰민들레, 잔대, 수리취 따위를
모종으로 또는 씨앗으로 심기 시작하여 여러 해가 지나니 거의 야생으로
적응하여 세력이 늘어나는 놈도 있고 위축되어 사라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곰취는 적응이 힘드는지 사라졌습니다. 수리취는 살아는 있는데 세력이 왕성한 것 같지 않습1니다.
아내가 달래를 따로 모아 가꾸어 놓은 것들입니다.
장에서 구해 심은 것도 있고 서산의 솔메농장에서 종구를 얻어다 심은 것들도 있는데
도감에 보니 모두 산달래입니다. 달래는 꽃이 한송이만 올라와 피는데 산달래는 부추처럼
여러개가 둥그렇게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우리가 먹거나 시중에 파는 달래도 거의가 산달래인 것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DEB3B53571A5903)
머위도 꽃대가 올라오고 있지만 잎이나 대궁은 요즈음 나물로 먹기 좋게 자라고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F5E3B53571A5B06)
잔대를 심은 것이 10여년 전인데 많이 퍼져서 올라오는 새싹을 나물로 무쳐먹었습니다.
뿌리도 캐던데 10년 자라니 굵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내 주먹으로 두배가 넘는 뿌리 하나를 캐어
닭을 넣고 삶아 여자들에게 좋은 것이라며 챙기는데 나와는 상관 없는 것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0E7C3B53571A5C2C)
더덕이 씨앗을 뿌린 것도 있고 산속에 있던 것이 퍼지기도 하여 곳곳에
싹이 올라오는데 이것도 새순을 따다가 나물로 무쳐주네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4163B53571A5E21)
몇 해 전 곧은터 정모에서 얻어온 방풍이 꽤 많이 퍼졌습니다.
이것들도 새순으로 나물로 무쳐 놓으니 향도 좋고 맛도 일품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7F603B53571A5F30)
산나물 중에 가장 흔하지만 인기도 높은 참취입니다. 번식력도 좋아 집안 곳곳에 산속까지 많이 퍼졌습니다.
엊그제는 된장을 풀어 국으로 먹었는데 며칠 전부터 나물로 밥상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부는 두고 먹겠다고 데쳐서 말려 놓은 것 같더군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BCA3B53571A6132)
오래 전부터 듣기는 했어도 금년에 처음 먹어본 다래순입니다. 내가 산림과학원에서 얻어다 심은 것도
있지만 원래 우리 집안에 자생하는 다래가 여러 그루 있어서 금년에 처음 새순을 따서 나물로 해 먹었습니다.
최고로 맛있는 나물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조리 방법이 틀렸는지 그저그런 맛이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3853B53571A6235)
두릅입니다. 줄기에 가시가 없는 두릅을 심어서 따 먹고 있는데 이것들은 야생 두릅입니다.
순을 딸 때 조금 불편할 뿐이지 가시가 있으나 없으나 먹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나무의 순을 따 먹는 두릅과 달리 땅에서 올라오는 새순을 따 먹는 땅두릅도 우리 산중에
여기저기 자라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이것도 뜯어다 먹는데 향취는 나무 두릅보다 더 강한 것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64A3553571A6409)
엄나무입니다. 새순이 두릅순보다도 더 인기가 있다던데 우리집에 꽤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10년 전 밤나무 심느라 나무를 정리할 때에도 베지 않고 놓남겨두었더니 크게 자라고
또 씨앗이 떨어져 식구가 불어나서 군데군데 엄나무 숲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57B3553571A662B)
오갈피나무입니다. 앞마당에 심은 나무보다 산중에 자생하는 나무가 새순이 일찍 돋아
한차례 뜯어먹었고 집앞의 것은 며칠 후에 뜯어 나물로 무쳐 요즈음 먹고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3273553571A6807)
사진과 함께 늘어 놓은 나물들 외에도 돌나물, 원추리, 화살나무순, 벌개미취,
비비추, 씀바귀, 민들레 등등 정말 나물들이 넘쳐 뜯어 먹기가 바쁩니다.
기온이 올라 새순들이 더 자라 억세지는 여름이 되기 전까지 우리집은 가히 나물 천지라 할 만 하지요.
첫댓글 부럽습니다
사모님도 저처럼 관상용보다 현실성있는종으로 심으시는군요
취향이 저와같아요
저도 저렇게 사는게 꿈입니다
언젠가는 저럴것입니다
지금가까이 갈려고 준비중이네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대신 너무 급하게 무리하진 마세요.
제 아내는 10년 넘게 열을 올리더니 이젠 허리며 무릎이 고장나 꼼짝도 못합니다.
오래 즐기시려면 살살 여유럽게 하세요.
나물 종류도 많고 수량도 어마어마 합니다.
우리밭에 심어둔 몇종류 나물도 요사이 우리집 식구들 먹기에는 힘들어 이웃에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자생하는 것들도 있고 또 심은 것들도 야생화 수준으로 기르고 있습니다.
야생 상태에서 자라는 것들이어서 되도록이면 세력이 줄지 않는 정도에서 채취하고 있습니다.
아들 가족이 놀러오면 한 보따리씩 담아 보냅니다.
어디나 봄이면 사정이 비슷한가봅니다.
여기도 왠만한 나물은 먹을만큼은 나오는데 외지분들때문에 산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차피 한계절 나오는거라 나누어 먹는다 생각하면 아까울건 없는데 먹은 음식이나 앉은자리 쓰레기는 안 봤으면 좋겠네요.
저도 요즘 산으로 나물하러 다니느라 외출은 삼가하고 있습니다.
으름꽃이 한창이던데 꽃차도 만드시고 나물도 뜯으시고 요즈음 한창 바쁘시겠군요.
벌개미취도 식용으로 가능한가요? 풍성한 나물 먹거리가 부럽고 행복해보입니다
새싹 나물로 향취가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도 아직 맛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