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서 출산, 아기 예방접종까지
우리 동네 보건소 200% 활용하기
국가에서 이런저런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아기를 낳고 키우며 느끼는 경제적인 부담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의료 비용은 그 중요성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무조건 감수하게 되는 비용. 최근 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을 위한 보건 의료 서비스’를 표방하고 나선 각 지역 보건소의 활발한 움직임들은 서민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알고 가면 더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보건소 활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예전에는 저소득층을 겨냥한 보건 사업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예방 사업을 다양하게 하고 있으
며 생애 주기별로 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있습니다. 보건소에서도
병원 못지않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영등포구 보건소 보건지도과 시연숙 팀장의 말이다. 취약 계층의 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보건소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더 큰 역할은 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70년대까지는 가족계획 사업, 예방접종, 급성 전염병 예방, 나병, 결핵, 성병 관리, 모자보건 사업, 기생충 박멸 사업이 보건소 사업의 주를
이루었다면 90년대 이후에는 방문 보건 사업, 노인 보건 사업, 장애인 재활 사업, 만성 질환의 관리 사업 등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치과 치료, 물리 치료, 한방 치료, 암 검진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보건소를 방문해 보면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시설도 일반 병원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곳도 많아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직원들의 친절함까지 더해 편리하고 쾌적한 상태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정부와 젊은 의사들이 보건소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보건소가 새롭게 거듭나고 있어서 앞으로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 이쯤 되면 보건소란
못사는 사람이나 가고, 갈 데 없어서 찾아가는 곳이라는 편견은 이제 버려야 할 듯하다.
보건소에 가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보통 보건소에서는 예방접종이나 산전 산후 진찰 등 모든 보건소에서 공통적으로 전개하는 사업이 있었으나 지방자치제의 지원을 받으면서부터 각 지역의
보건소마다 특화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소를 방문하기 전에 가까운 보건소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거나, 평소에 지역신문이나 반상회보를
꼼꼼히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전화로 내용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또 보건소의 모든 사업들은 대상이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자신이 그 진료 대상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알고 가야 한다. 물리 치료실이 있는지, 치과
진료가 가능한지, 산모들의 산전 진찰을 위한 초음파 시설이 있는지, 가정을 방문해서 간호를 해주는 가정 간호사가 있는지, 또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대한 관리 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등 시설과 장비는 갖추어져 있는지 보건 의료 사업 내용을 미리 알아보도록 한다. 또한 시행하는
예방접종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고, 값은 얼마이며, 언제 하는지, 혹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른 보건 사업은 없는지 등에 대하여 알아두면
보다 편리하면서도 알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알짜배기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시행하는 사업들을 찾아내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보통 보건소의 의료 서비스는 저렴하여 일반 병원의 약 ⅓ 정도의 비용이 든다. 예방접종의 경우 성인은 유료이지만 18개월까지의 아기들의
예방접종은 대부분 무료이다. 접종 요금은 약품의 구입 가격에 따라, 또는 보건소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건강 진단 수첩, 건강 진단서 등의
제증명서도 몇 천 원이면 발급이 가능하다. 지난달부터 주 5일제 근무가 실시되어 보건소도 토요일에는 쉬므로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그리고
또 한 가지, 보건소에 갈 때 건강보험증을 지참하는 것은 기본이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임산부를 위한 서비스
보건소에는 임신부를 위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보건소와 병원을 적절히 활용하면 적잖은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보다 편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보건소에서 기본 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다니는 병원의 정기 검진시 제출하면 중복해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임신 전 면역체가 없는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는 풍진. 임신을 계획하는 모든 여성은 풍진 항체 유무를 확인해야 하고, 접종 후 6개월
이내에 임신이 될 경우 기형아의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이 풍진 검사도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또 혼인 전에 필요한 건강 검진도
받을 수 있다.
산전 검사 및 출산 준비_ 임신 반응 검사를 비롯하여 간염, 성병, 에이즈 등의 혈액 검사와 체중, 혈압, 당,
단백뇨, 초음파 검사를 임신 기간별로 검사한다. 또 임신 8~12주 사이에 풍진 검사를 할 수 있고, 임신 16~20주 사이에는 태아 기형아
검사(트리플 검사)를 한다. 게다가 임신 20주부터 출산 후 1개월까지 한 달 단위로 철분제와 영양제를 공급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임신 중 태교와 라마즈 호흡법, 신생아 관리와 모유수유 교실 등과 같은 모자보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출산 후 산모 건강 관리_ 보통 분만 후 4주 이내의 산모를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건강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태어나서 6살까지,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
최근에는 아기의 예방접종을 보건소에서 맞힌다는 알뜰 엄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은 물론, 어떤 면에서는 더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아 예방접종 아기를 데리고 보건소를 방문할 때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산부인과에서 발급받은 아기 수첩을 가져가도록 한다. 처음 보건소를 방문하여
예방접종을 하면 수첩을 발급해 주는데 이것을 가져가도 된다. 생후 1주 이내에 실시하는 간염 예방접종을 할 때 처음 등록을 해두는 것이 좋다.
혹시나 부모가 예방접종일을 잊어버리더라도 보건소에서 연락을 해주어 예방접종 시기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보건소에서는 문자
서비스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시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보건소에서 하는 예방접종의 장점은 접종 시약의 유효기간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과 18개월까지의 예방접종이 전액 무료라는 점이다. 단, 일본뇌염이나
수두 예방접종은 경우에 따라서 유료일 수 있다. 또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B형간염에 걸린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감염되는 수직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머니가 보균자인 경우 아기에게 면역글로블린 접종을 해준다.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_ 생후 3~7일 이내의 신생아에게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하는 두 가지 선천성대사이상
검사인 페닐케톤뇨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 검사를 해준다. 이 검사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아기에게는 치료용 특수 조제 분유와 치료비를 지원한다.
영·유아 성장 발달 스크리닝_ 일부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검사로 36개월 미만의 아기의 신체 발육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아기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와 성장 발달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아기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당 연령에 따른 검사지를 활용하여 신체적, 정서적으로 월령에 맞게 발달하는지를 알아본다.
이유식 교실과 베이비 마사지 교실_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생후 6~12개월의 아기를 위한 이유식 교실, 만 3세
이하의 아기를 위한 아기 마사지 교실, 또 1~5세의 아이를 위한 응급 처치 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통 선착순으로 마감하므로 미리
신청한다.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임신부와 아기들 외에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도 보건소는 유용한 곳이다. 기본적인 건강 진단으로부터, 보건소의 주요 서비스의 하나인 결핵 치료,
물리 치료, 그리고 다소 생소한 구강 보건까지.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차 진료실_ 감기와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60세 이상의 성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의 내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간기능, 당뇨, 에이즈 검사를 비롯한 성병 검사 등도 하며 개인의 신상에 대한
비밀을 잘 지켜주고, 더 나아가서 질환이 발견됐을 때에는 치료 및 관리까지도 해준다. 특히 만성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병, 퇴행성관절염 등에
대해서는 시설이나 인력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일반 병원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검사 후 다른 큰 병원을 찾게 되더라도 성인병 검진
소견서를 가져가면 다시 검사받을 필요가 없다.
물리 치료실_ 1994년부터 많은 보건소에는 물리 치료실과 물리 치료사가 있다. 이는 나이가 들어 뼈에 이상이
생기고 관절이 아픈 노인들을 위하여 벌이고 있는 전국가적인 사업이다. 퇴행성관절염, 만성요통, 오십견, 디스크 환자 등을 대상으로 물리 치료 및
운동 요법을 지도해 준다.
구강 보건실_ 1차 구강 진료인 교환기 어린이의 유치 발거, 초기 우식증(중치) 충전, 불소 도포, 초기 치주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구내소염 및 식이조절법, 개별 칫솔질 방법 등을 가르쳐준다.
결핵실_ 보건소망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결핵 진단 및 치료에 대해서는 호흡기 질환 전문가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설사 병원이나 의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았더라도 의사의 소견서를 가져가면 보건소 결핵 치료실에 등록할 수 있고, 그 이후로는 거의 무료로 높은
수준의 치료 및 추후 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건강 검진 센터_ 성인병 예방과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한 성인병 건강 검진, 스포츠 의학 장비를 이용하여 과학적인
체력 검사를 하여 개인별 체력에 맞는 운동 처방과 식생활 상담, 골다공증 유ㆍ무를 확인하여 골다공증 예방 및 조기 치료를 위한 골밀도 검사,
혈액 검사를 이용하여 암의 발견과 암 치료 경과를 주기적으로 알아보는 암표지자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 각 지역 보건소의 특화된 서비스들
최근 보건소 이용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서울시내 상당수 자치구 보건소들이 최근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체중 관리, 예비 신혼부부 건강 체크, 인터넷 건강 상담, 태교, 당뇨병, 금연, 스포츠댄스 교실, 의료 기관 안내 등 서비스도 다양하고 대상도 성별, 결혼 유무에 따라 점점 특화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건강 취약 대상자인 개인, 가족, 집단 단위를 대상으로 방문 간호팀을 직접 현장으로 보내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구에서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영등포구 보건소_ 장애아 재활 프로그램 운영, 미숙아의 의료비 지원, 방문 간호 및 방문 진료, 불임 교실,
성인병 관련 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 운영, 어린이 인형극을 이용한 성교육
양천구 보건소_ 비만 검진, 내 몸에 맞는 운동 관리, 내 몸에 맞는 영양 관리, 함께하는 건강 몸매 만들기 사업
강북구 보건소_ 재활 보조기 대여 사업, 정신보건센터 운영, 건강 정보 자료실 운영
성북구 보건소_ 예비 신혼부부 건강 검진 프로그램
서초구 보건소_ 건강한 서초 운동 교실, 당뇨병 올바로 다스리기 모임
강동구 보건소_ 임신부와 예비 아빠를 대상으로 태교 음악 감상 교실, 암 예방 교실, 치매 검진의 날 운영
광진구 보건소_ 출산 준비 교실, 사랑의 아기 마사지 교실, 주부 스포츠댄스 교실
중구 보건소_ 5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치매 선별 검사
송파구 보건소_ 한방 진료실, 중학생 대상 금연 교실.
동작구 보건소_ 여성 건강 다지기 강좌, 댄스 교실·레크리에이션·인지 심리 치료도 병행하는 어린이 비만 탈출
교실, 치매 조기 검진, 장애인 치아 무료 진료
용산구 보건소_ 찾아가는 동 순회 건강 강좌, 중ㆍ고등학생 금주 교육, 건강 상식 및 성교육 등 비디오테이프 무료
대여
중랑구 보건소_ 신혼부부 및 예비부부 건강 검진, 치매상담센터 운영
이용자가 감시자와 조언자의 역할 해줘야
이처럼 보건소의 의료 서비스가 고품질화, 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시대의 도래와 무관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보건 의료 활동이
보건소를 중심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적은 의료 비용으로 국민이 장수를 누린다는 것은 곧 건강 선진국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건소가 국가
의료 체계의 중심으로 서 있는 영국, 캐나다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의 건강지수는 그 지역의 보건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치료 중심의 사립병원이 아니라 질병 예방, 건강 증진, 치료,
재활을 가까운 곳에서 돌봐주는 공공 보건소가 자치 지역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을 쉽게 예상할 수가 있다.
“보건소를 이용하는 분들 중에는 ‘내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혜택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지나친 요구를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자치시대의 건강한 보건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용하시는 주민들도 주인 의식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시연숙 팀장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소가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는지 주민들이 감시자와 조언자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크고 시설이 좋은 병원이라 하더라도 100%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의료 시설을 이용할 때에도 나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선별해서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에서도 ‘좋은 보건소 만들기’를 위해 애쓰고 있는 요즘, 이용하는 이들의
관심과 신뢰만큼 질 좋은 보건소 만들기에 보탬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