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브랜드가 소비자의 사랑을 얻는다
브레이브 브랜딩
목적지로 가는 길은 수만 갈래다. 내가 택한 길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굳이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는 순간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새로운 목적지에서 뜻밖의 즐거움과 만난다. 이렇듯 익숙하고 편한 길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 경쟁력도 갖출 수 있는 법. 전환의 타이밍에 과감한 선택으로 새로운 길을 내는 이들이 있다.
용기 있는 브랜드의 출현경험이 쌓일수록 취향은 다양해지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심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정교해진 개개인의 취향에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고객의 취향 이외에도 기업의 경영 환경은 시장 환경, 기술혁신, 경쟁 구도 등 매 순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에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사회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취하는 ‘Brand Activism’, 우리의 사회적 신념과 브랜딩 방향이 일치하는 ‘Brand Meaning-out’이 부각되었다. 나아가 단순히 시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기존 시장의 규범에 도전하고, 때로는 시장의 성공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용기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바로 ‘Brave Branding’이다.
브랜드 친밀도는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가치에 공감할 수 있어야만 신뢰로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기업은 이 진정성을 통해 매출 신장 외에 보다 더 고차원적인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고, 향후 잠재 고객과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건강한 연결 고리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진정성은 다양한 활동과 제품 등을 통해 구축된다. 또한 과감하고 대담한 세부 전략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경쟁력은 결국 소비자와 공감하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 구축이 핵심이다. 단순히 시각적 로고나 눈길을 끄는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이 고객과 맺는 정서적‧심리적 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매우 역동적이며 경쟁적인 시장 속에서 보다 끈끈하고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관계 구축이 필요한 위기의 순간이 바로 전환의 타이밍이다.
새로운 길 위에서 세상과 소통하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 세상과 소통한 브랜드들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편의점 브랜드 CVS Pharmacy는 2014년 매출을 높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담배 판매를 완전히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긍정적 나비효과를 일으켜 월마트나 타깃 같은 주요 소매업체도 이 방침을 따르도록 동기부여가 되었다. 더 나아가 CVS Health는 2019년 담배 및 전자 담배 회사와 협력하는 광고 또는 홍보 대행사와의 계약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포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CVS 헬스의 금연 캠페인은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리테일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했다.
또 다른 사례로 아웃도어 브랜드 Patagonia가 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자사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바로 환경 때문이라고 역설해왔다. 파타고니아는 강력한 환경 옹호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철학을 통해 경쟁 업체와 완전히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른바 소비자 팬덤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Yvon Chouinard는 2022년 30억 달러(약 4조1,800억 원) 규모의 기업 소유권 전액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면서 브랜드 철학의 진정성을 세상에 알렸다. 국내에서도 2022년 9월 환경 단체의 낙동강 녹조 독성 물질 조사를 지원하고, 강의 보를 살리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새로운 길 위에서 세상과 소통하다
최근 영국 백화점 Harvey Nichols는 올해 모피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모피 판매 수익이 상당한 백화점 업계로서는 매우 대담한 경영 선택이다. 하비 니컬스는 지난 2004년 이미 Furfree 정책을 세운 바 있지만, 매출 압박으로 2013년 모피 제품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동물 복지 및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에 발맞춰 다시금 용기있는 선택을 한 하비 니컬스에 대한 소비자 호의도가 극적으로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위 사례에서 우리는 다음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전환의 시기에 어떤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소비자와 건강하게 연결되고자 어떤 노력과 실천을 하고 있는지를 세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숙한 시장에서 브랜드의 용기 있는 행보는 시장점유율 획득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즉 오랫동안 소비자의 뇌리 속에 자리할 존경과 사랑을 얻게 된다.
브랜드 경영은 우여곡절이 많고, 매우 긴 여정이다. 브랜드는 어떻게 단기 매출을 상승시킬 것인가 뿐 아니라 어떻게 기존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CVS 헬스, 파타고니아, 하비 니컬스 같은 브랜드는 결정적 순간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러한 용감한 선택이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러브마크Lovemarck’를 만든 셈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할 국내 브랜드의 용감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Miraeasset Magazine INFORMATION, 2023. 09. 05
소비자의진심에 닿다
'브랜드 액티비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지금 ‘진심’이 이끄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한 MZ세대가 자신의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사용하는 ‘~에 진심인 편’이라는 말은 이제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의 광고 문구에 활용되며, 소비자들의 진심에 닿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진심을 얻기가 쉽지만은 않다. 기업의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 기업의 진심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진 탓이다. ‘Brand Activism’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기업, 브랜드가 하나의 인격체처럼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브랜드 액티비즘은 MZ세대에게 특히 인기를 끌며 ‘브랜드 행동주의’라고도 불린다.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그 브랜드가 담고 있는 가치를 함께 소비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개념은 기업의 매출 일부분을 공익에 사용하면서 기업과 소비자가 손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마케팅 전략인 ‘Cause Marketing’에서 더 나아간다. 즉 기업 스스로 사회적 이슈에 능동적·선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그만큼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그 ‘진심’을 엄격하게 평가받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에 진심을 담다
일관되고 꾸준한 브랜드 액티비즘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나이키의 캠페인 활동은 고객에게 이어져 진심을 얻고 있다.브랜드 액티비즘에서 어떤 이슈에 참여할 것이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고객과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본질은 기업 또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아는 데 있다. Nike는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가치, 자신들이 생각하는 본질에 진심을 담아 소비자에게 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로 3년째 사회적 이슈를 담은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데, 최근 공개한 ‘A New Day’를 통해 국내 스포츠계에 만연한 강압적 훈련 관행에 대한 이슈를 제기했다. 코치의 고함으로 시작되는 영상은 선후배 간의 부조리, 강압적 훈련 등의 장면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야?’라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이키의 활동은 광고에 그치지 않고 부당함에 맞서는 선수들에 대한 직접적 지원,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으로 이어져 고객과 시장의 진심을 얻고있다.
설립 당시부터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에 밀린 Under dog,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로 출발한 나이키는 처음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대중이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나이키가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이런 나이키도 1990년대 말 저개발 국가에 둔 하청 공장의 아동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큰 비난을 받은 일이 있다. 당시 나이키는 개선을 위한 활동과 동시에 정직함을 무기로 삼았다. 모든 하청 공장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언론에 발표하고, 그동안 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인상되었지만, 그 이상의 노동환경 개선 활동으로 고객과 시장의 공감을 얻었다.
기업의 가치에 진심을 담다
한편 Levi’s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 하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리바이스 뮤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는 청년의 꿈을 이룬다는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의 성격을 연결해 브랜드의 진정성에 대한 공감을 얻어냈다.
Black Yak는 사회적·환경적 이슈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으로 전방위적 분야에서 목소리를 낸다. 특히 전 세계 여성들의 도전을 담은 ‘우먼스’ 편에는 50대 부부, 30대 워킹 맘과 아들, 20대 뮤지션 등 다양한 세대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내며 ‘다양성’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Lush Korea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후파업에 동참 중임을 알렸다. 러쉬는 환경과 기후변화에 강력한 책임감을 느끼고, 전 세계 학생과 단체의 기후 위기 비상 행동에 동참한다는 안내문을 게재하며 일부매장 운영을 잠시 멈추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Patagonia는 ‘멸종을 마주하다’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전 세계 2,500여 명의 파타고니아 직원이 하루 매장을 닫고 거리로 나가 기후 활동가들과 연대한 이 캠페인의 모든 과정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대로 공유해 소비자의 지속적 참여를 유도했다.
기업의 가치에 진심을 담다모든 기업이 브랜드 액티비즘을 통해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2017년 펩시Pepsi는 유명 모델 Kendall Jenner가 시위대를 이끌며 그들을 막아선 경찰에게 펩시를 전달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대립을 멈추고 대화로 해결하자는 문구가 함께 등장했는데, 이 장면이 2016년 7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 Alton Sterling을 기리는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뜻의 흑인 민권운동’ 시위에서 착안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거센 비난을 받게 되었다. 펩시가 진심과 진정성 없이 사회적 이슈를 자사 제품에 연계해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펩시는 광고 공개 몇 시간 만에 공식 사과와 함께 영상을 삭제했다.
다른 성향을 가진 세대가 등장하면서
기업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
캠페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브랜드 액티비즘을 실현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진심은 결국 통한다‘진심’은 기업, 브랜드와 고객, 시장을 더욱더 강하게 연결한다. 세계적 PR 기업 에덜먼Edelman이 전 세계 주요 28개 국가, 3만3,000명에게 설문한 ‘에덜먼 신뢰도 지표 2021 Edelman Trust Barometer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브랜드가 갖는 신뢰와 진심이 그 어느 때 보다 구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85%는 기업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80%는 사회적 문제를 처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브랜드를 더는 ‘사물’이나 ‘기능’으로 보지 않으며, 브랜드가 일종의 ‘실제와 같은 인격체’가 되어 각종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 특히 브랜드의 ‘진심’에 공감하는 고객의 75%는 해당 제품이 상대적으로 비싸더라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과거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분이 지금은 다른생각과 성향을 가진 MZ세대가 등장하면서 구매 형태도 변한 것이다. 결국 브랜드 액티비즘을 실현하는 행보는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며, 수익으로까지 이어져 브랜드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소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한 MZ세대가
자신의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사용하는 ‘~에 진심인 편’이라는
말은 이제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의 광고 문구에 활용되며,
소비자들의 진심에 닿기를
기대하고 있다.
Miraeasset Magazine / Lifestyle, 2021. 0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