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목)
오늘을 RSPCA 2일차로 Horsham이 아닌 런던 외곽지역에 있는 RSPCA Animal Center를 방문하는 날이다. 우리는 Horsham에서 런던으로 기차로 이동하여, 또 다시 기차를 타고 RSPCA Animal Center가 있는 Southridge로 이동하였다. 우리가 방문한 Animal Center는 이곳에서도 택시를 타고 멀리 들어와야만 되는 곳으로 생각보다 외진 곳이었다.
우리 V.O.A팀의 RSPCA 전체 일정을 담당하는 Paul과 함께 Reception에 도착하니 Animal Center 현지를 안내하시는 분이 나왔는데 이분은 현직 교사이셨으나 RSPCA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었다. 많은 영국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문화와 비교가 되기도 하였다. RSPCA의 조사관과 포획담당자가 애완동물, 가축을 비롯한 여러 동물을 구조해 오면 이 곳 에서 이들 각각에 대하여 보호 관리와 입양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RSPCA는 동물들의 성공적인 입양을 목표로 하여 입양 전 바람직한 주인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정 방문관을 보내고 있다.
또한 RSPCA는 저소득층의 애완동물 주인에 대해서 동물이 저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4개의 동물병원을 가지고 있으며, 3개의 야생동물 센터와 방사 기구에서는 아프고 다친 야생동물에 대해 치료를 해주고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적응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곳 Animal Center에서는 새 주인을 찾기 전 개와 고양이가 보호시설에서 보살핌을 받는다. 특수한 학대 사건으로 주인이 기소 중인 동물을 제외하고는 몇 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일반인이 자유로이 보고 입양을 결정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개개마다 각자의 방이 따로 있으며 안에서도 쉴 수 있고 방 뒤쪽으로 나있는 문으로는 자유로이 드나들며 바깥 세계와 접촉할 수 있도록 동물의 본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각각의 문에는 보호되고 있는 동물의 성격과 습성, 이곳에 오게 된 배경 등이 적혀있어 입양을 위해 나온 미래의 새 주인이 이를 보고 입양여부를 잘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들이 규칙적으로 뛰어 놀고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된 운동지역(exercise area)이 따로 있고, 자원 봉사자들이 찾아와 산책을 시켜주고 있다. 특히 운동지역에서 미래의 새 주인과 미리 뛰어놀며 호흡을 맞추어 봄으로써 입양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학대를 당했거나 버려진 동물의 건강 상태는 구조당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 보호되고 있는 동안 매주 수요일 수의사가 방문하여 이들의 건강 상태를 돌보고 있어 구조당시 모습과는 몰라보게 건강해져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관리와 보호로 인해 입양률은 매우 높다.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구역은 거의 항상 가득 차 있을 정도이다. 이곳 역시 개개의 고양이가 각자의 방을 갖고 있으며 입양 결정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프로필을 걸려 있다. 이중 소송과 관련된 고양이는 입양이 되지 않는 다는 안내문이 따로 표시되어 있다. 다른 한편에는 몇 마리의 고양이가 외부환경이 보이는 유리시설 안에서 고양이의 놀이를 위해 고안된 여러 기구를 가지고 놀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들이 새 주인에게 입양되기까지의 기간은 매우 다양하나 늙은 고양이의 경우는 입양이 잘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보호와 관리를 해주고 있다.
학대행위로 인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축주와 떨어져 지내는 개들은 특별 구획에서 보호하고 있는데 이곳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입양도 시키지 않는다. 이 개들은 학대하는 주인으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해 구조해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는 치료를 받아 회복되어 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보호하며 이후에는 입양시키거나 아주 드물게는 주인에게 다시 돌려보내지기도 한다. 런던에는 불테리어 종이 가장 인기 있는 종으로 사람들이 많이 키우고 있는데 우둔해 보이는 외모와 성격 때문에 학대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입양되어 적응하기 힘든 야생 고양이 경우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거나 사람과의 접촉으로 적응을 돕기도 하지만 너무 폭력적인 경우는 입양을 시키지 않는다. 야생고양이의 중성화 여부는 표식을 하고 있다.
RSPCA animal center에는 개와 고양이 외에도 말, 설치류, 토끼 등의 동물도 보호하고 있었다. 애완용으로 많이 키우고 있는 말의 경우에는 입양되는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입양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복지를 고려한 보호를 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설치류를 애완용으로 선물 받았다가 키우지 못하고 animal center에 연락을 취해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분리된 구획에서 보호되고 있다. 마우스와 저빌, 기니아 피그 등의 다양한 설치류는 이들의 습성을 고려한 환경적인 놀이 장치로 가득 찬 cage에서 관리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입양비율은 낮은 편이다.
RSPCA animal center의 또 다른 시스템은 조사관과 동물 포획 담당자가 유기동물과 학대받는 동물의 구조작업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6개월간의 전문 훈련 교육을 받은 조사관들은 주로 동물 학대나 방치 신고가 들어오면 주인을 만나 조사를 하고 교육을 시키거나 심한경우 경고를, 더한 경우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안으로 들어가 구조를 하는 일을 담당하며 작은 일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응급시를 대비한 각종 포획 도구를 따로 준비해 두는 경우기 많다. 이들의 역할 중 학대 혐의 주인을 잘 설득하고 교육하여 학대를 방지하는 일과 학대사건 현장에서 법정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진을 잘 찍는 것은 특히나 중요하다. 포획 담당자는 전형적인 포획 도구가 완비된 큰 차량을 타고 다니며 아프거나 유기된 동물을 포획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포획을 위한 여러 가지 장비가 있는데 포획과 운송, 마취가 힘든 고양이를 위한 crush cage라는 특수한 cage가 있고, 백조 포획을 위한 hook과 백조 보정기, 마이크로 칩 인식기 등이 있었다. 마이크로칩이 심어져 있는 유기동물의 경우는 인식기로 쉽게 주인을 찾아주곤 하지만 의무적으로 마이크로칩을 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없는 경우도 많다. 신속한 구조를 위하여 조사관과 포획 담당자들은 24시간 신고 전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상처를 입은 위급한 상황에 있는 동물은 주로 수의사에게 바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게 하나 운송자체가 너무 고통이거나 출혈이 심한 경우 조사관의 판단에 의해서 조사관이 안락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포획과 운송을 위한 마취제 사용도 가능한데 사용할 때 마다 사용여부를 철저히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시설을 탐방한 후 우선 미약한 우리나라의 동물 보호소와 비교되는 RSPCA animal center의 규모와 시설에 놀랐다. RSPCA가 역사 깊은 규모 있는 단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구획, 정리되어 있는 시설, 각 동물의 습성과 특징을 배려한 보금자리를 둘러보며 놀람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보호되고 있는 동물의 독립된 방은 충분히 넓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외부와 접촉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자원봉사자를 활용한 산책 프로그램과 운동지역을 설치해 놀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설치류를 담고 있는 cage안에는 그들의 풍부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각종 장치와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높은 입양률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동물사랑 정신과 장난감과 눈요기를 위한 애완동물 보다는 반려 동물로서 그들의 입양을 권하는 교육활동, 그에 따른 인식의 전환이 성공 요인일 것이다. 보금자리 앞에 걸린 각 동물의 성격 및 습성, 운동지역에서 미래의 주인과 호흡을 맞추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서로를 알게 함으로써 단순한 입양률이 아닌 성공적인 입양을 돕고 있었다. 또한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둘러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입양 동기를 자극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활발한 전문 조사관과 포획 담당자의 활동이다. 전문적인 훈련 기간을 거친 조사관은 경찰과 같은 공권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엄격한 영국의 동물 복지법에 의거하여 학대 및 유기 혐의 주인들을 조사하고 경고하며 교육하고 있었다. 조사관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도 높아 이들의 활동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을 보면서, 발견되는 유기동물을 시민이 직접 잡아 구청에 신고하는 일이 많은 우리나라의 실정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전문가들의 활발한 활동은 분명 영국의 유기동물 발생 억제와 학대 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강력한 동물 보호법이 밑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약한 우리의 법이 반드시 강화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선진국다운 보호소 시설과 체계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보호소 모델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설과 체계를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갔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기부로 모아진 자금, 이 자금이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생명을 존중하는 사고, 복지를 고려하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교육의 결과는 일반인들의 동물 복지와 존중 인식을 낳도록 하였고, 특히나 어렸을 때의 교육을 강조했다. 어린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어른들까지도 교육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시민의 인식은 저절로 동물복지 및 보호법의 제정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엄격한 법은 동물의 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었다.
유기동물 문제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바람직한 해결책은 우리의 인식전환이다. 동물은 생명체이고 존중해 주어야 할 존재임을 깨달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동물 복지 교육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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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부러운 환경입니다....우리나라도 얼른 배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