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께서 잉태되신 순간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믿음은 초대 교회 때부터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여러 차례의 성모님 발현으로 더욱 깊어졌다. 1854년 비오 9세 교황은 '성모 마리아의 무죄한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한국 교회는 이미 1838년 교황청에 서한을 보내 조선 교구의 수호자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로 정하여 줄 것을 청하였고,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이러한 요청을 수락하였다.
- 2023년 나해. 12월 매일 미사책 52쪽에서 옮겨 적음 -
가슴이 얼어있던 어느
날엔
버려진 햇살 한 줌도
소중해서 목이 메인다
바람 한 올 가슴에
내려도
온몸에 바늘이 돋고
언 가슴 녹아 흐르는
눈물 같은 비
그리움의 씨앗이 자라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지금
한마디의 말보다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줄
친구가 그립고
아픔 가슴 쓸어내릴 때
옆에 서서 그냥 묵묵히
바라보아 줄
친구가 더 그립다
세월이 가고 오는
동안에도
세상의 형편과 타협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변함없는 미소 한 자락
띄울 수 있는
그리움의 친구는 더욱
절실하다
- 고은영, [친구가 그리운 날] -
오전 중 강아지 루비의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고 어젯 밤 요청하던 아내의 청을 거절(?)할 수도 없고, 설혹 거절한다 하더라도 오늘 이외에는 딱히 시간도 없을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다녀 올 요량으로 이른 아침부터 몹시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지하주차장 파킹해 둔 박스에서 나오며 또 오른 쪽 끄트머리를 긁어 먹어 오늘도 별로 재수는 없는 것 같아 마음 속으로 은근히 조심하여 운전을 하여 목적지에 도착.
아내와 강아지는 병원으로 들어 가고 나는 차를 세워 둔 후 길음동 신자가 운영하는 마트에 가서 용변도 해결하고 그가 타 주는 뜨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그냥 마시기만 할 수 없어 1,000원 짜리 쵸콜릿 하나를 사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그곳에서 나의 영세 대자 요셉과 통화하여 그냥 해를 넘길 수 없다며 다음 주 토요일(16일) 저녁 시간에 만나 식사라도 하자고 약속을 하였다.
집에 오는 길에 드디어 아내가 폭발한다.
노상 빚으로 사는 인생, 이제는 더 이상 대출도 안 되는데, 당신은 퇴직 이후 생활비 한 번 준 적이 있느냐, 연금이라고 쥐꼬리 만큼 수령하여 카드 빚 정산도 안 되어 틈이 날 때마다 축,부위금을 내어 놓아라, 한문 수강료를 달라, 용돈도 떨어졌다 고는 하는데, 도대체 나를 어떻게 하려고 이러느냐, 정녕 죽어야 해결될 일들이어서 요즘엔 아이들 걱정 안 하면 콱 죽고 싶은 심경이다........는 등등으로 마구 퍼붓는 바람에 할 말을 잃고 홀로 우두커니 반 바보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실제로 딱히 월급이나 별도의 수입도 없이 연일 돈 쓸 일만 생기는 일을 만들어 어쩌구 저쩌구 한다면서 무슨 체면이냐며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아내의 정곡을 찌르는 질타에는 그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벙이러 바보 삼용이가 된 느낌..................................
집에 와서 밥을 반 그릇만 국에 말아 먹고 설거지를 얼른 해 놓은 다음 무작정 집을 나서는데, 기실은 피부과에 들러 화상 입은 다리 치료부터 한 다음, 지난 주에 수령해 둔 장애인 활동지원사 이론 수업 인수 확인증과 장애인 시설에의 실습 의뢰서를 출력하기 위해 같이 교육을 받던 K 군을 만나 협조를 구히려고 미리 약속을 해 둔 터라 마음도 분주하였던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조우한 그를 데리고 향우회 사무실로 올라가 컴퓨터를 켜고 출력 작업을 하였다.
사무실을 열어 두고 기다리시던 H 회장님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조금 이른 전역 식사를 하기 위해 문을 닫고 이동,.
나와 식사하실 때에는 의례히 밥값을 지불하시는 것을 오늘 만큼은 K 군도 곁에 있고 하니 제가 결재하겠습니다, 하고 카드로 저녁 밥값을 지출하였다.
식사 도중에 회장님으로부터 많은 말씀을 듣다가 나중에는 시내버스로 귀가하던 중 차 안에서도 대화는 이어졌다.
회장님은 종암경찰서 앞에서 하차하시고, 우리는 쌍문역에서 하차.
창동역 쪽으로 가면서 K 군은 자신의 집이 있는 녹천역 까지 운동 삼아 걸어 간다고 해서 가게 하고, 나는 홀로 당구장행.
아직 8시도 채 안 된 상태에서 낮에 그리도 심한 말을 들었던 아내를 마주 보는 시간ㅇ 길어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당구장을 찾았던 것.
마땅한 사람이 없어 H 사장과 두 게임을 쳤으나 내가 완승.
2,000원 만 게임비로 내고 왓으니 얼마나 경제적(?)이었던가.
그런데 막상 집에 오면서 낮에 출력했던 서류 대봉투를 그대로 당구장 창가에 놓고 오다니.................................부득이 내일 한 번 더 가야 할 판국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1시간 동안 당구를 치는 사이 스마트폰 밭데리 충전한다고 전원에 꽂아 뒀었는데, 전혀 보충이 안 된 것.
이거 비상이다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대봉투를 그만 잊고 말았지 싶다.
그러나 저러나 스마트폰이 무려 4년 가까이 시용을 하고 나니 자꾸만 속을 썩히는데, 아마도 새 기기로 변경하라는 암시인 것 같아 내일 아내와 함께 아들 규화 예로니모의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로 가서 그리 처리해야지 하고 마음을 굳히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큰외손녀 미켈라가 학급 반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합창하는데, 화음도 좋고 듣기가 좋아 칭찬 일변도의 메시지로 응원해 주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했던가.
우리 외손녀 미켈라가 단연 돋보여 더욱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미켈라와 크티스틴이 부디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잘 자라 주기를 수시로 화살 기도 바친다.
그제서야 내일 아침에 먹을 것이 없다는 사과를 퐁퐁에 과일 세제를 묻혀 깨끗이 씻어 놓고 세면.
아들 규화 예로니모(에명 성도현)는 얼마 전 참여했던 독립 영화 [그녀에게]가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에서 편집상을 수상하였고,마지막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길래, 이를 구남매 단톡방에도 즉시 옮겨 공유하였다.
야고보와 베드로 형님이 축하 메시지를 주셔서 이에 감사 답글도 바로 보내 드렸다.
오늘 하루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하루였다고나 할까.
이제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무엇이든 돈이 되는 일에 온 몸을 불살라 던져야 하리.
주님!
저를 도와 주시옵소서.
오늘도 좋은 하루를 살게 해 주신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흠숭의 기도를 바치며,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나 보낸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