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편력
아주 어려서부터 나는 책을 참 좋아했었다. 두메산골에서 유년기를 보냈기에 그 당시에는 책이 참 귀했다. 교과서 외에 다른 책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빌려보게 되면 거듭 반복 읽어서 책 내용을 전부 암송해 버렸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빌붙어 살면서 등하굣길에 드나들던 서점은 신비에 가득 찬 마법의 공간이었다. 서가에 단정히 꽂혀 주인을 기다리는 그 많은 책을 바라볼 때마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희미한 현기증을 느끼며 가슴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생의 의욕으로 부르르 떨곤 했다. 막연하나마 그 때 처음으로 인간과 세상과 우주의 광활함을 체감했는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고부터 어느 책에선가 도(道)를 얻기 위해서는 만 권의 책을 독파해야 한다는 구절을 보고, 언젠가 기어코 만권의 책을 읽고 말리라 내심 다짐했었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때는 마흔에서 마흔 다섯까지 이다. 이 때 여러 현실적 여건이 책 읽기네 딱 좋았었다. 그 당시에는 주머니 사정도 좋아서 제법 묵직한 책들도 서슴없이 사서 읽었다. 관심 분야도 수행 외에도 몸, 뇌, 의학, 생명, 식물, 동물, 미생물에 까지 확대되었다. 나에게는 네 부류의 책이 있다. 30분 용, 4시간 용, 1주일 용, 그리고 두고두고 읽는 책이 있다. 헤세의 <유리알 유희>나 고은의 <화엄경>은 10여년 만에 겨우 다 읽었고, 단테의 <신곡>이나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대학시절에 처음 읽기 시작하여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생텍쥐뻬리의 <어린왕자>나 소로우의 <월든>처럼 수 십 번 읽었으면서도 늘 몸 가까이 두고, 눈에 띄면 자주 펼쳐보는 책들도 있다. 어떤 책들은 몇 쪽 읽다가 별 흥미가 없어 서가에 꽂아 두었다가 몇 년 후에 읽고서 큰 감동을 받은 책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너 가지 책을 동시에 읽은 경우도 있다. 책과의 만남도 다 때가 있음을 알고 있다.
아! 내 삶에 책이 있어 참 아름답고 풍요롭다. 유난히 열악한 환경에 자라서 세상의 고급문화와 직접 조우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책 덕분에 나는 이 세상과 우주의 광활함과 심오함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나와 영혼이 통하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고 고요한 골방에 틀어박혀 그 미지의 한 인격과 고요히 속삭이며 무언의 대화를 하는 것, 이 세상에 이것보다 더 가슴 설레고 벅차고 황홀해지는 행위가 또 있을까? 지나고 보니 책 읽기는 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수행의 한 방편이었다. 혹자는 책이 수행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독서는 분명 좋은 마음공부의 한 방식이다. 세상사를 다 잊은 채 독서에 몰두하여 책 속에 살아있는 한 고귀한 영혼과 깊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순간은 분명 명상에서의 삼매의 경지와 다르지 않다. 결국 나에게 있어서 책 읽기는 행복이요, 치유요, 명상 그 자체이다.
한때 내 영혼의 자양분이 되었던 수많은 책들이 한 순간 명멸하며 지나간다. 그 중 두 번 이상 숙독한 책 100여권을 떠오르는 대로 순서 없이 적어본다.
1. 어린왕자(생텍쥐뻬리) 2. 월든(소로우) 3. 싯타르타, 데미안, 유리알 유희, 황야의 늑대, 동방순례 등(헤세) 4. 릴케 시집(릴케) 5. 독일인의 사랑(밀러) 6. 자연, 자기 신뢰(에머슨) 7. 무소유, 영혼의 모음 등(법정) 8. 희랍인 조르바, 영혼의 자서전(카잔차키스) 9.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10. 지상의 양식(지드) 11. 시지프의 신화, 결혼, 여름(카뮈) 12. 명상록(아우렐리우스) 13. 파우스트(괴테) 14. 조화로운 삶, 자서전(니어링) 15. 바가바드기타, 자서전(간디), 16. 공(空)(이현주) 17. 나는 누구인가(마하라시) 18. 자기로부터 혁명(크리슈나무르티) 19. 명상강의록 100여권(오쇼) 20. 성경, 도마복음 21. 법구경, 아함경, 금강경, 화엄경, 유마경, 육조단경 등 22. 임제록(임제) 23. 수트라(범일) 24. 우파니샤드 25. 채근담(홍자성) 26.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27.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 28.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29. 감옥으로부터 편지(신영복) 30. 에크하르트(에크하르트) 31. 보살 예수(길희성) 32. 보르헤스(보르헤스) 33. 에픽테토스(에픽테토스) 35. 논어, 중용, 맹자, 대학, 주역 등 36. 함석헌 명상록 37. 다석 유영모(박재순) 38. 수상록(몽테뉴) 39. 도연명 시집 40. 소동파 시집 41. 당송 시선집 42. 퇴계집 43. 칼 융 44. 요가난다 자서전(요가난다) 45. 국가론(플라톤) 46. 소크라테스의 변명(소크라테스) 47. 하이데거 48. 정지용 시집 49. 백 년의 고독(마르께스) 5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느림(밀란 쿤데라) 51.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토스토옙스키) 52. 참회록(톨스토이) 53. 기탄잘리(타고르) 54. 루미 시집 55. 카비르 시집 56. 마종기 시집 57. 보들레르, 포우 시집 58. 백석 시집 59. 예이츠 시집 60. 엘리엇 시집 61. 워즈워스 시집 62. 블레이크 시집 63. 하이쿠(류시화) 64. 이큐 선사 65. 구상 시집 66. 김동호 시집 67. 선가귀감(휴정) 68. 연금술사, 순례자(코엘로) 69. 생활의 발견(임어당) 70. 노자, 장자, 열자 71. 팡세(파스칼) 72. 스피노자 73. 풀잎(휘트먼) 74. 고은 시집 75. 프로스트 시집 77. 윤동주 시집 78. 박재삼 시집 79. 인간희극(윌리엄 사로얀) 80. 백암록(대해 종고) 81. 선(禪)의 황금시대(오경웅) 82. 도그마티즘, 행복의 정복,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러셀) 83. 풍경소리(관옥나무도서관) 84. 세네카 85. 니체 86. 구르지예프(우스펜스키) 87. 다스칼로스(마르키데스) 88. 근사록(주희) 89. 키에르케고르 90. 대화(이영희) 91. 티벳 사자의 서(파드마삼바바) 92. 갈매기의 꿈(리차드 바크) 93. 예언자(칼릴 지브란) 94. 섬(장 그르니에) 95. 삶과 죽음의 묵상(쇼갈 린포체) 96. 선시(禪詩)(석지현) 97. 사벽의 대화, 선방일기(지허 스님) 98. 유치환 시집 99. 나락 한 알 속의 우주(장일순) 100. 의식 혁명(데이빗 호킨스)(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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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8,19,21, 23,28, 29,30,
32,35, 37,41, 44,45,,46,49,54,62,64,66,67,
이책들은전혀 읽지않았고 번호안붙인책은 수박겉핥기식으로 완독도못 하지만 이해도는깊었다고느낍니다
전독서습관중자신의정서와일체감느끼면 이해도는ㅣ독으로가능합니다
다만 생각하는걸좋아하지도않아 앎과부딪혀공감백퍼가일어날때한권의 책은 완족되는기분
정독도완독도
거의없는독서습관
저자가보이고 만물이 느껴질때 책속의 어느부분과일체되는환희를얻으면독서의기쁨은 영원한듯공감을 얻게된다는마력으로
생애전반을 앞장서서 혹은위기에도
이끌어주는지혜를 남겨주는것같습니다
책속에서인물분석도되고 생애과제가
풀리기도하는 스승다운스승이 책속에존재한다고느낍니다
내생애가 혼란스러운
가치관정립으로 혼돈이 올때맑고 간결하게 제시해주는지침서도되구요
누군가를 다각적으로
진심으로이해해주고싶을때
인연을소중히 간직하고싶을때도
세상속에서거짓과위선과
도포 속에서 헤메일때책속에서 방향을 잡고이해하기도합니다
근데난공부도안하고책도제대로안읽고
감성만남부럽지않게
풍부하다는것
무엇을위해서도
노력을다하지않았다는점
그래서 아직도 모든존재와삶이 호기심과신비로존재하는부분있다는것
그런때도
가끔낡은책장을 넘깁니다
근데 충청도이사 하면서
시부모님유산중귀한서적도 제아이들이 거절해서기증하시라고 해서 일부그리하고 책 선물주고 그랬는데
후회로남습니다
아나벨리 이공간은
쌤들의귀한 지성과영혼으로하여
축복의공간이되어주었던시간과 영원히존재할
신의축복으로 남을것입니다
쌤
뭉클하군요
더위에
우리 쌤들과
목사님과 회원님들 한분한분 건강하시길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