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무쏘는 지금봐도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스타일로 국내 프리미엄 SUV를 주름잡던 모델이죠. 1993년 데뷔해 SUV에 디자인 감각을 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갤로퍼와 코란도 훼미리 등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승용감각을 자랑했었죠. 오늘 소개할 모델은 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모델입니다. 바로 무쏘의 성공에 고무되어 쌍용이 야심차게 내놓은 ‘무쏘 500 리미티드(musso 500 limited)’입니다. 쌍용은 이 모델에 앞서 벤츠 직렬 3.2리터 엔진을 장착한 무쏘 가솔린 모델을 출시했지요.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라이벌 메이커의 프리미엄 세단에 견줄 모델이 없었던 쌍용이 나름 고민하여 출시한 모델입니다. 강력한 엔진에 세련된 디자인, 고급스런 장비로 어필했지요. 이 엔진은 체어맨에도 쓰였어요. 출력이 자그마치 218마력이었고 최대토크는 31.6kgm나 되었습니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갤로퍼 가솔린 V6 3.0이 182마력, 26.0kgm였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게다가 다른 무쏘와 달리 파트타임식이 아닌 풀타임 4륜구동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순발력이 탁월했어요. 제로백이 8.5초 수준으로 훨씬 가벼운 현대 티뷰론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모델을 발판으로 쌍용차는 SUV 최고봉을 넘어 국산차의 최고봉을 노리게 됩니다. 해서 1996년 12월에 태어난 것이 무쏘 500 리미티드 에디션이죠. 이름처럼 500대 한정판이었고 값이 4,950만원으로 당시에 팔리던 국산차 중 가장 비쌌습니다. 참고로 현대차 중에서 가장 비쌌던 다이너스티 롱 휠베이스도 이보다는 저렴했으니까요. 지금 팔리는 최고급 SUV들의 값을 생각해봐도 당시 이 모델의 얼마나 비싼 값에 팔렸는지 알 수 있어요. 이렇듯 비싼 값과 큰 배기량에 따른 세금부담이 상당했죠. 그렇기에 쌍용차도 국내에선 100대만 팔고 400대는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태국 240대, 독일 70대, 시리아 13대, 이탈리아 10대 등 상당수의 차량이 출시 전에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는군요. 기본 구성은 3.2 모델과 같았지만, 한정판이니 특별한 요소를 넣어 희소성을 강조했습니다. 우선, 크롬도금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용 범퍼가드바를 붙였고 외장 컬러는 각도에 따라서 검은색과 갈색이 조금씩 보이는 듀폰제 브라운 컬러를 사용했습니다. 휠은 일본 SSR이 만들어 공급했죠. 이 휠은 지금도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운전석 도어에 우너의 자필 사인을 자개로 각인시켰고 스코틀랜드 천연가죽 시트를 적용한 실내도 특별했습니다. 편의장비도 보강했는데, TV 시청과 영화 및 음악 감상이 가능한 CD-I와 최고급 알파인 6시디 체인저, 핸드폰 및 핸즈프리 세트 등 당시로선은 값비싼 편의장비를 담았습니다. 엔진은 같았지만 출력과 토크를 218마력에서 220마력, 31.6kgm에서 32.0kg으로 살짝 올렸습니다. 최고속도도 193km/h에서 196km/h로 조금 더 빨랐습니다. 차별화된 상품성을 가진 무쏘였기에 마케팅도 특별했습니다. 차를 인도할 때 지점장이 직접 차를 배송했고 전담 AS요원을 지정해 주기적으로 차를 관리해주었다고 합니다. 무쏘 500 리미티드는 쌍용의 세심한 배려 속에 태어난 특별한 모델이었지만, 시장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국내에 팔기로 예정했던 100대도 계약을 이루지 못해 일부 모델을 수출했다고 하네요. 이렇듯, 쌍용차가 국내 프리미엄 SUV를 지향해 내놓았던 무쏘 500 리미티드 모델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성과를 내며 1년 정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