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행기라는게 그 전 차량에 얼마나 길들여있냐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CL 600을 타시는 모든 분들은 과연 다음 차를 머로 사야할지 엄청난 고민을 하실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디자인이 구형이 되버린거랑 유지비가 좀 빡세다는걸 제외하고는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는 차거든요. 아예 다른 차종인 S 클래스나 SUV로 가던지 저처럼 AMG 로 가던지, 아니면 아예 벤틀리쪽으로 넘어가는 분도 계십니다.
차에 올라 키를 돌려봅니다. 시동음이 부왕하고 터짐과 동시에 동네 개들이 컹컹거리고 지나가던 아줌마가 에구머니나 하고 깜짝 놀랩니다. 시동이후는 sls 63amg의 으르렁 그르렁 하는 소리를 기대했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소리까지는 아니네요. 중저음에 좀더 점잖은 소리입니다. sls 63amg 의 그 으르렁 거리는 소리는 차를 통해서도 약한 진동으로도 느껴지고 문을 닫아도 꽤 크게 들어옵니다. 달릴 때는 마치 내가 차가 아니라 한 마리의 맹수 위에 올라탄 느낌이죠. 같은 자연흡기 엔진이지만 아무래도 리얼 스포츠카인 SLS 의 배기음이 훨씬 우렁차고 거친데 반하여 이 CL 63 amg는 차의 스타일을 말해주듯이 상당히 억제된 배기음입니다. AMG타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배기음 소리 한번 제대로 들어보려고 공기 안좋은 터널이지만 창문 열어놓고 그오오오~거리며 터널을 울리는 공진음을 한 번쯤은 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아무튼 좀 더 배기음이 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약같은 소리죠. 특히 밖에서 듣는 소리와 안에서 듣는 소리는 또 느낌이 다릅니다. 자연흡기 63엔진은 벤츠의 다양한 차종에 올려졌지만 태핏소리가 커서 디젤같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참고로 여자사람입니다.)
차체가 구형보다 좀 더 커지면서 주행질감에도 영향을 준다는게 체감되어집니다. 전고가 높고 전장이 길어지면서 안락한 운전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스포티한 운전을 하기에는 너무 차가 커버린 느낌입니다. 구형 CL 600과 제로백은 비슷하지만 제로 이백은 좀더 쳐집니다. 600처럼 전 영역에서 확 뒤로 제껴지는 맛보다 뒤에서 쭈욱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역쉬 600은 토크빨로 타는 차인 것 같습니다. 악셀을 밟으면 온몸이 시트에 파뭍히면서 가속감 때문에 피가 목뒤로 몰리는 듯한 그 기분좋은 느낌을 주거든요. 그에 비하면 CL 63 살짝 먼가 아쉬워요. 아.... 진짜 600은 명차가 맞는 것 같습니다. 바이터보 63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이 자연흡기 63엔진은 바이터보 600엔진에 비할 바가 아니네요. 예전부터 내려오던 63<<<600<65 속설을 확실히 입증해줍니다. 200까지는 600과 비슷하게 거침없이 올라가는데 200부터는 600에 비해 올라가는 속도가 조금 더디네요. 어쨌든 공도에서의 주행질감 만큼은 ABC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구름 위를 다니는 듯한 부드러운 주행질감으로 아시다시피 최고입니다. 이 주행 질감만큼은 다른 AMG 차종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고 오직 S 63 과 CL 63 에서만 느낄 수 있죠. 이 크고 거친 배기음을 내뿜는 차가 이렇게 부드러운 주행질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건 진짜 놀라운 일입니다.
제가 타던 전 세대 CL 600이랑 운행상의 다른 점은 다이나믹 시트랑 패들시프트, 그리고 7단 미션 정도입니다. 다이나믹 시트는 가끔 조수석에 앉은 여자사람에게 ‘차가 움직일 때 마다 벤츠가 오빠처럼 양 옆에서 백허그 해줄 거야.’ 하는 작업멘트 한번 날려주시면 좋.... (아놔 맞다. 나 유부남이구나.ㅜㅜ) 7단 기어의 변속 타이밍은 적응이 안되서 그런지 아니면 MCT라 그런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암튼 SLS의 변속기보다는 빠릿하지 않고 먼가 좀 모자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일상적인 주행에서 일반인들이 다루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포르쉐나 m 시리즈에 익숙한 분이나 고속주행과 변속기의 사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질감을 좀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자연흡기의 장점은 엔진 내구성, 배기음, 쭈욱 밀어주는 느낌이고 단점은 연비, 마력, 토크가 약간 떨어짐, 튜닝빨 덜 먹음 정도인 것 같습니다. 바이터보 장점은 마력, 토크 우수, 연비우수, 검증되지 않은 내구성, 열관리 어려움, 배기음이 작음, 미세한 터보랙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오직 내구성과 배기음과 더 좋다는 이유만으로 자연흡기 엔진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지출을 더 하더라도 바이터보로 갈것인가.... 사실 자연흡기 엔진이 내구성이 좋다고 하지만 이 자연흡기 63 amg 엔진도 소위 말하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엔진의 고열로 인해 헤드볼트가 부러지거나 태핏, 캠샤프트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를 안다면 미리 고치거나 대처를 하면 된다는 점 역시 장점일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차를 잘 모를 때는 그저 최고 마력수랑 제로백 정도만 봤는데 토크가 어떤 의미인지 몸으로 느낀건 80 토크의 CL 600 때문입니다. 근데 이 600도 적응이 돼서 ecu를 만지작 거려볼까 엄청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n/a 엔진은 이 ecu 맵핑도 터보차량에 비해 그닥 효과가 없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63 바이터보의 경우 544 + 85마력= 629 마력과 81.6 + 12토크= 93.6 토크정도니 신형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은 ecu 맵핑만으로 65 amg에 준하는 스펙을 발휘합니다.
600마력이니 1,000마력이니 떠들어도 토크가 100을 넘는 차를 만들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미션의 내구성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 고급 차종들은 2-3천 킬로에 한 번씩 몇 천만원을 들여 클러치를 교환하기도 하지요. 600시리즈의 80을 넘는 토크, 65amg 의 100 토크를 견뎌내는 미션은 과거에 5단 미션에 불과했었거든요. 이 5단기어의 내구성이 얼마나 대단하냐... 외국에서는 bullet protect 라는 별칭으로 즉, 방탄수준의 내구성이라는 별칭을 얻게 됩니다. 최근에는 7단 미션이 점차 검증된 내구성을 갖게 되어 63 amg 터보차량에서는 5단 미션을 대체하기 시작했네요. 최근 63에 쓰이는 바이터보 엔진은 600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능가하는 엔진입니다. 이제 스펙상으로도 600은 바이터보 신형 63에게 안될꺼 같아요. ㅠㅠ 연비는 머 기존 600이나 자연흡기 63이나 비슷해서 논할 여지도 없고 이 둘보다는 바이터보 63이 연비는 훨씬 더 좋습니다. 쓰고 보니 단점만 쓴 것 같네요. 제가 그동안 너무 좋은 차를 타왔나 봅니다.
600이 뒤로 확 제껴지는 토크빨 때문에 자꾸 악셀에 발이 간다면 63은 자다가도 생각나는 배기음 때문에 자꾸 악셀에 발이 가게 됩니다. 그래서 600은 ECU 를 자꾸 만지작거려 볼라고 하고 63은 더 크고 멋진 배기음을 위해 흡배기 계통을 손보나 봅니다. 아무튼 배기음이랑 스타일 하나 믿고 자연흡기 CL 63 AMG를 선택했는데 기존에 바이터보 600을 안몰아 봤다면 우와~할 만한 스펙은 맞습니다만 토크 탓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입니다. 그런 아쉬움은 멋진 배기음으로 퉁치고 이제 나이 먹었으니 좀 살살 달려보지 하고 마음을 달래는 중입니다. 아, 아닙니다. 배기음이랑 토크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65 amg가 남았네요.....젠장, 누가 저 좀 말려주삼. ㅠㅠCL 만 3대째네요. 이러다가 다음 차도 S 쿠페로 가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75C33550A330F0D)
첫댓글 같은생각이 상당부분입니다~
표현력이 대박이시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sboss 저도 씨엘이 소유자인데 그닥 맘에드는 차가 없어요~~~~ㅎㅎ
@곰돌이.. 다음 차 고르실때 정말 고민많이 하실듯....ㅋ
정말 빠져드네요~~^^
SLS에 대한 설레임과
아직 제대로 느껴보지못한 600에 대한 기대감 또한 ..
암튼 아직 저의 카라이프는 초보수준임을 느끼게되네요
아, 아닙니다. 꼭 비싼 차, 강력한 차만 좋은 차는 아니니깐요..
3부가 있음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롱텀시승기나 배틀기라도 하나 더쓸까요?^^;
@dsboss CL63 AMG에 크나큰 관심이 있었던지라 만화책보다 더 봤네요.
그래주신다면야 저는 감사합니다만 ㅎ^^
31개월 울딸도 으릉으릉 하면서 어린이집 갈때 제차쪽으로 갑니다ㅎ
의외로 제 애들도 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좋아해서 깜놀 했습니다.안시끄럽다네요.
시승기 너무나 재밌으면서 전문가적 지식이 좋은글 추천입니다
전문가는 진짜 아니구요, 그냥 벤빠돌이의 경험담이라고 여겨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