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이군......

근데 정말 엄정화가 섹스어필 0%야??? ^^:;; --------------------- [원본 메세지] --------------------- <!DOCTYPE HTML PUBLIC "-//W3C//DTD HTML 3.2//EN"> <html> <head> <title>"방황에서 여행으로..."</title> <meta name="GENERATOR" content="Namo WebEditor v4.0"> </head> <body> "방황에서 여행으로..."              - 그 12시간의 기록   요즘 극도로 마음이 심란해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내 방 침대에서 이루어지는 염세적인 자기비하를 피해, 다른 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원래 이번 주말에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그게 무산되면서 난 궁여지책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번 타이밍을 놓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한도를 넘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고, 그냥 걷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냥 발길 닫는 대로 걷고 싶었다. 그러나 내 안전을 염려한(사실은 내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불신한...) 영빈君의 제안으로 일단 영빈君 집 근처인 강변역으로 가게 되었다. 어떻게서든 날 말려보려는 심산이었지만, 난 이미 결심한 일이었다. 출발하기 전 서울시 전도를 보며, 강변에서 출발하면 종로 쪽으로 걷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물론 영빈君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난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궁지에 몰려 있었다.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된 방황이 어떻게 여행이 되었는지에 대한 일체의 가감 없는 현장에서의 코멘트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 정리하는 것보다는, 그때 그때의 짧막한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       *       *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map.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map.jpg</a>" width="750" height="358" border="0">   4월 7일 am. 00:08 테크노마트 앞 철제의자. 엉덩이가 시리다. 좀 두렵기도 하다. 한적한 밤거리는 마치 외국에 와있는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계획대로라면 종로까지인데... 일단은 강을 향해본다. 밝게 켜져 있는 가로등의 행렬.   00:14 길이 없다, 제길! 되돌아간다.   00:16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jpg</a>" align="middle" width="219" height="145" border="0"> 테크노마트를 끼고 반 바퀴를 돌다. 아파트 사이길이다. 직진하련다.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brick.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brick.jpg</a>" width="250" height="113" border="0"> 담장 벽돌 무늬가 희한하다.   00:25 구의 파출소 앞. 횡단보도 건너다.   00:34 올림픽대교. 다리 위. 헬기 추락으로 3명이 죽었던, 구겨놓은 철사 같은 조각상 아래 서다. 조명이 켜져 있는 분위기는 의외로 몽환적이다. 흰색 - 노란색 - 주황색 - 초록색 - 보라색. 구조물을 따라 빛을 칠해놓은 듯. 의외로 이 시간에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다리를 건너다 갑자기 무릎을 굽히며 흐느끼는 듯 했던 아저씨... 그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 위로하는 듯. 무슨 일일까? 어째 다리를 건너면 원래 목표였던 종로와는 멀어질텐데... 방금 내 옆으로 연인들이 지나가다. 오늘은 강물이 날 빨아들이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빠질까 두렵다. 쌩쌩 지나가는 차 소리가 너무나 위협적이다.   00:45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2.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2.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두 개로 나눠진 길. 그 사이의 깊이... 강을 보고 싶었지만, 막상 다리 위에서 바라본 강은 무섭다.   00:50 대교를 건너 내려오다. 앞에 "송파 세무서 400M" 간판이 보인다.   00:55 돌무더기 옆을 지나다. 알고 보니 "천수 납골단 전시장"...   01:00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3.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3.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구급차 4대째 보다.   01:03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4.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4.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기아자동차 풍납 판매점 앞. 펜 뚜껑에 머리카락 한 올 껴서 빠지다. "왜 난 *****하는데도 *****하고 *****해야 하는 걸까?" (내 프라이버시를 위해 *표 처리...) 주정하는 커플 지나가다. 귀를 찢는 브레이크 소리. 사고는 안 났다. 여자는 계속 놔보라며 난동을 부린다. 참고로 브레이크와 커플은 별개 사건이다.   01:10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5.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5.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풍납 현대아파트 105동 앞 큰길가 벤치.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드디어 고민해야 할 문제가 떠올랐으나, 첫 문제부터 너무 어렵다. 구급차 소리 듣다 : 5대째...   01:14 다시 출발   01:16 출발할 때부터 씹고있던 껌을 뱉다. 앞에 강동구청 역이 보인다. 폭주족 2번째 보다. 핑크색 8호선이다. 8호선 처음 본다.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6.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6.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직진. 천호동 까지는 가자. 거기서 건대 입구 쪽을 항할 듯.   01:24 "한강 시민공원 900M"표지 앞. 어떤 아줌마가 종합병원이 어딘지 묻다. 한강이란 표지에 잠시 멈칫하다, 한강은 봤으니 원래대로 시내로 가기로 한다.   01:28 "매이저 병원" 앞. 'Major'가 '매이저'란다... 웃긴다.   01:29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7.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7.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월드컵 단란주점" 간판이 보인다. 어느 동네에나 있나보다. 다시 다리를 건너야 하나... 고민이다.   01:34 광성교회 앞 벤치. 교회 건물이 이상하게 생겼다. 꼭 스타크래프트 같은 오락에나 나올 법하다.   01:40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8.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8.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다리를 건너기로 결심하다. 건너기 전에 화장실부터 가야겠다. 술 취한 커플 또 비틀거리면서 지나간다.   01:44 천호대교 오르다. 결국 화장실 못 갔다. 글을 쓰고 있는 사이 날 손님으로 착각한 택시가 경적 울리다.   01:50 왼쪽 저편에 지나왔던 올림픽대교 조형물 보이다. 이쪽에서 색깔은 보이지 않는다.   01:54 다리 중간. 강바람이 시리다.   01:55 사람과 지나치다. 멀쩡한 사람이다. 내 나이 또래... 지금 이 시간에 다리는 왜 건너는 거지? 설마 나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   01:57 문득 든 생각... 혹시 그 사람은 내 도플갱어였을 수도...(헉, 소름 끼친다) 뒤를 한번 돌아보다...   02:02 다리를 건너다.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9.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9.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이거 적으면서 왠지 검문하는 헌병들이 날 간첩으로 의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02:09 광나루역 앞에서 '95 철환이형 만나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길래 깜짝 놀랐다. "짜식, 청승은..." 그렇다. 이건 청승일지도...   02:14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0.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0.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큰길가에서 나무향기를 맡다. 신기하군...   02:19 이 길은 참 길다. 표지판도 없고...   02:26 "대공원 낚시" 앞 공중전화박스. 왠 모텔이 이리도 많은 것이지? 얼씨구, 앞엔 안마시술소도 보인다. 화장실이 급하다. 앞의 LG정유로 가야겠다.   02:30 휴, 날아갈 것 같다. 노상방뇨는 피했으니 난 문화시민이다!   02:32 슬슬 배고프고 지친다. 편의점 나오면 뭐라도 사야겠다.   02:35 아차산 역이다. 어린이 대공원이다, 와∼∼∼!! 공원에 들어가 보고는 싶지만, 너무 어두워 포기.   02:37 앗, 동부극장 포스터다! "블레이드 II" 아직 망하지 않았나 보다. 요즘도 5편 동시상영 하려나?   02:39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1.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1.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왜 꼭 편의점은 내가 가는 길 반대편에 있을까? 횡단보도도 없구만... 내가 하는 일은 대개 이모양이다...   02:44 역시 동부극장답다! 이번엔 "복수는 나의 것" 포스터다...   02:46 그러고 보니 정신이 정말 맑다. 머릿속의 안개가 사라졌다. 은화 같은 정신.   02:49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2.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2.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목표 변경이다. 건대입구 대신, 시청 쪽으로 가보자   02:53 군자역 도착.   02:56 SHEEL. "쉴 호텔"이란다. 특이하다.   03:03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3.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sign13.jpg</a>" width="219" height="145" border="0"> 군자교 앞. 잠시 난간에 걸터앉았다. 근 3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걸었다. 이제 다리가 꽤나 무겁다. (여기서 다이어리 빈칸이 다 떨어졌다. 하는 수 없이 휴대하던 포스트-잇을 붙여 적는다. 칸이 부족해(솔직히 좀 귀찮아지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표지판은 생략한다.)   03:06 다이어리 빈 공간이 떨어져 Post-it으로 대체했다. 다시 출발...   03:10 강바람에서 이상하게 비릿한 소금냄새를 맡다. 6대째의 구급차 지나감.   03:13 군자교 건너다. 이상한 조형물과 분수대 발견. 고대 종교사적 같은 느낌. 이제 강바람에선 매운탕 냄새가 난다. 지금 배가 그렇게까지 고프진 않은데...   03:15 같은 장소, 벤치. 머리를 다시 묶다.   03:25 여러 가지 생각들과 함께 한참을 걷다. 장한평역 도착. 손이 시리다.   03:27 또 술 취한 커플 지나가다. 지겹다.   03:30 또 안마시술소다. 퇴폐업소만 아니면 다리 안마 좀 받고싶다.   03:35 도시철도공사 지나다. 손이 얼었는지 글씨 쓰기가 좀 버겁다. 도대체 편의점은 언제쯤 나오려나?   03:36 도둑고양이를 보다. 다리를 다친 듯.   03:41 답십리역 도착. 좀 지친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술 취한 커플 둘이 쌍으로 지나간다. 몇 번째냐, 이젠...   03:45 24시간 영업하는 밥집·술집이 꽤 많다. 하지만 애초에 편의점을 찾기로 했으므로, 편의점이 나오기 전 까진 그냥 간다.   03:47 "두사부일체" 그림의 동부극장 포스터 발견! 대단할 따름...   03:48 배가 불러 허튼 고민하는 것이니, 좀 굶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img src="<a href="http://home.megapass.co.kr/~excelsis/bird.jpg" target=nlink>http://home.megapass.co.kr/~excelsis/bird.jpg</a>" width="268" height="166" border="0"> 귀여운 벽화다.   03:49 갑자기 "武士" 생각이 난다. "우린 고려로 간다...!!" 그래, 난 시청으로 간다...!!   03:57 교보문고로 가야겠다. 오늘을 기억할 수 있는, 그런 기념이 될 책을 사야겠다.   04:00 하늘이 갑자기 붉어졌다. 설마 해가 뜨려나?   04:08 "마장동 차량보관소" 간판이 보인다.   04:11 "아가씨들 이쁜데 놀다가세요∼♡"란다... 이쪽에도 그런 곳이 있었나? 지금 난 놀만한 돈도, 기운도 없다고 대답해주었다.   04:17 성북 수도사업소 앞. 그럼 미아리 근처였나? 모르겠다. 쳇, 나도 서울 지리는 꽝이군.   04:22 기업은행 앞. 용두동 지점이란다. 여기가 어디지?   04:28 청계9가 도착. 편의점은 나오기나 하는 걸까?   04:29 간판에 "새끼 비니루" 도매한단다. 그게 뭘까? (갑자기 비니루가 새끼 낳는 상상이...) 이쪽 하늘은 여전히 검푸르다. 아까의 붉은 하늘은 뭐였지?   04:32 한국도자기 전시장이다. "혼수대전" 금테 두른 그릇들.   04:34 앗, 편의점이다! Family Mart!!   04:43 스니커즈 땅콩(아몬드를 먹을 걸 그랬다...), 우유 1개만큼의 휴식. 배부르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라면을 피했다. 어떤 아주머니가 윗층 교회에서 예배 보냐고 물어보러 들어왔다. 지방에서 오셨단다. 대단한 종교적 신념이다. 부럽진 않다, 전혀...   04:48 IDC마트 숭인점 앞. 오늘 두 번째 담배, 아니 껌을 꺼내 물다. 쓰레기통을 보니 '종로구'이다. 드디어 종로가 멀지 않은 건가?   04:57 호텔 삼호 앞. 프레야타운이 보인다. 즐비한 청계천 상가들을 따라 걸어오다.   05:00 다섯 시간째 걷다. 콧물이 나온다. 감기 걸리려나보다. 설마 아까 감기기운 있다던 해주한테 옮은 건 아니겠지... 여기는 하늘이 노랗다.   05:03 오른쪽으로는 Pet Shop이 잔뜩이다. 새소리가 들린다, 셔터 너머로... 여긴 어렸을 때 자꾸만 오고 싶어하던 그곳이군... 뭔가 가슴이 아린 느낌.   05:07 이젠 구두 상회들이 잔뜩이군.   05:08 왼쪽엔 불꽃놀이 모양의 네온싸인. 하나비.   05:11 문을 연 신발가게들이 하나, 둘 보인다. 거리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05:15 동대문역 지하상가. 장사준비에 열심히신 사장님들. 최종목표였던 종로가 600M 반경 이내로 들어왔다. 이제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05:20 의료기 상점들. 여기가 동학당 터란다...   05:23 SK Telecom 간판에 써있는 "종로5가점". 드디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질문만 많아졌을 뿐 해답은 없다. 일단은 조금 더 걷기로 한다.   05:27 Shit! 무교동 낚지볶음이 왜 종로 5가에? 생각만 해도 속이 쓰려온다.   05:28 이젠 사우나를 찾아야겠다.   05:31 종로 5가 보령약국이다!!! 출발한지 5시간 23분만이다... 보령약국 옆엔 '보령당 약국'이 있군.   05:38 세운상가 앞. 드디어 눈에 익은 곳이다.   05:40 싸우는 커플 지나치다. 평소 DVD 단골인 '세일음향' 앞.   05:45 갑자기 신호가 온 관계로 종로3가역 화장실 이용. 내 괄약근도 지쳤나보다. 의외로 깨끗한 화장실.   05:57 이젠 지하철 다니는 소리가 분주하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꽃단장하는 사이, 왠 남자가 들어오다 '헉'하고는 다시 나가서 남자화장실인지 확인하다. 빌어먹을! 구청에서도 모자라 여기서까지 날 여자로 착각하다니...   06:05 "결혼은 미친 짓이다" 포스터. Tagline이 '이 남자와 하고싶다'다... 헉, 야하다! 그러나 모델이 엄정화라 전혀 섹시한 느낌이 없다. 섹스어필 0%...   06:12 얼른 사우나를 찾아 좀 쉬어야겠다. 지금 몸이 전혀 안 피곤한 걸 보면, 나중에 엄청나게 쏟아질 피로의 폭풍전야다.   06:15 국세청 건물 맞은편. 사우나 찾았다. 고등학교 때도 한번 간 적이 있던 곳이다. 들어가자!   08:45 수면실에서 한숨 푹 자고, 씻고 나왔다. 배에 王자가 다시 생겼다. 많이 걷긴 걸었나보다. 하여간 그러는 동안 어느 정도 결론이 난 듯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맑다.   08:53 국세청 건물 앞. 배고프다.   08:55 밀레니엄 플라자 지하. 제길, 너무 이르다. Food Court에서 아침 먹을까 했더니... 더 잘걸 그랬다. 다른 데를 찾아봐야겠다.   09:05 Subway에 들어왔다. 샌드위치와 홍차. 퍽도 깔끔 떠는군...   09:15 기분이 묘하다. 아침에 종로에 나온 건 처음인데다, 이렇게 엑조틱한 아침까지 먹고 나니 진짜 여행 나온 것 같다. 그런데 특별한 계획이나 목적지가 없으니 너무나 여유롭다. 남은 홍차는 천천히 마셔야겠다.   09:25 홍차 다 마셨다. 교보문고가 언제 여는 진 모르겠지만 일어나 보자.   09:38 드디어 교보문고 도착. 다행히도 연 것 같다.   09:42 이리도 한적한 교보문고는 처음이다. "천지간"도 여기서 읽어야겠다.   09:54 영화관련도서 구입. 갑자기 피로가 쏟아진다. 그러나 "천지간" 읽으러 가야겠다.   10:00 책 찾았다. 지금이 개점이란다. 곧 종을 친다는데...   10:03 어느새 사람들이 의자는 모두 점거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10:35 다 읽었다. 엉덩이가 아파 자세를 고쳐 잡다. 내 소화기관들도 지쳤는지 덜컹거리기 시작한다.   10:53 오랜만에 이것저것 구경하다.   11:03 교보문고를 나오다.   11:08 다시 국세청 건너편. 머릿속의 백태는 거셨지만, 시야에 백태가 낀다. 너무 많은 것들을 봤나보다. 거울을 봐야할 듯. 눈에 공포영화를 능가하는 핏발들이 서있을까 두렵다.   11:15 거울을 보다. 의외로 눈에 핏발 하나 없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희다. '白태'라 흰 것일까?   11:19 커플링을 고르는 다정한 커플을 지나치다. 묻어두었던 기억이 흙을 헤치고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런데 의외로 울컥하는 기분이 없다.   11:24 '솔'파시는 할머니 발견. 담배끊은 게 아쉽다, 쩝...   11:28 극장 2개가 홀라당 헐린 앞에 서다. 멀티플렉스는 왠지 극장보다는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라...   12:10 정신없이 종로를 헤매다, 아니 '여행'하다. 이런, 하늘에도 백태가 꼈군...   12:15 3호선 종로역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무릎이 쑤신다. 나도 다 된 건가... 아저씨가? 내 방향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내 눈앞에서 출발해버린다. 빌어먹을 머피의 법칙!   12:32 홍제역 도착. 버스 타러 간다. 다리가 꽤나 무겁다.   12:42 버스정류장 도착. 예쁜 아가씨의 모습에 혹하다. 일부러 걸음을 늦추고 은근히 살펴보다.   12:45 역시 내가 길 건너기 전 까진 아주 잘 오던 버스가, 내가 정류장에 서니 안 오기 시작한다.   12:46 비둘기 다가오다. 쫓아 버리려다, 발가락이 몇 개 없는 게 불쌍해 그냥 놔뒀다.   12:49 겨우 버스를 타다. 147번. 항상 앉는 뒷문 옆자리에 앉다.   12:55 드디어 서대문 세무서 앞에 내리다. 여행의 끝이 500여M 남았다.   12:59 새로 깔은 보도블럭을 지나, 아직 모래뿐인 인도를 걷다. 노란색 보도블럭이 밝은 게 맘에 든다. 여행의 끝까지 약 100여M   13:03 엘리베이터 앞. 여행의 끝까지 9층 남았다.   13:05 내방 도착. 여행의 끝!   P.S. 14:23 녹화한 "화려한 시절"을 보다 가슴이 미어지다... 이제 아저씨가 아니라 아줌마가 되어가나?   *       *       *   </body> </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