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속살마저 말려
버리는
저 건조기의 빗살무늬
아무 것도 적시지 못하는
가을 햇살
시멘트 도로 위를
나뒹구는
콩, 팥, 벼이삭 빨간
댕기고추도
물기를 빼고 숨을 쉬고
있다
단풍 다 지고나면
겨울나무는 또 수혈을
하겠지
얼어붙은 대지에 미처
깨어나지 못한 씨앗들은
몸을 옴추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끝물의 가울 햇살이
동안거로 들어간다
나는 오늘 맨발로 걸어온
나무들에게
오래 잠들도록 햇살
우산을 씌워준다
푸른 입김 한 가득
잘 익은 생명의 기운이
나를 깨우고 간다
- 심은혜, [겨울 나무에게로] -
어제 그 난리를 치고도 아내에게 몇 푼(?)을 받아 한문 수강료를 내고, 오늘 행사에 가서 축의금을 전달하려고 봉투를 만들어 정오가 조금 지나 집을 나섰다.
오늘은 우 시를 쓴 이가 대표로 취임한다는 어느 예술 단체 행사에 가기로 마음을 오래전부터 먹고 양복을 차려 입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행사장에 가서 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오늘 대표로 취임하는 이 시인 이외에는 아무도 없건만, 정작 본 행사시 나를 내빈으로까지 소개를 해 주어 무척 당혹스러웠던 것인데, 이 이가 나를 많이도 우대를 해 주는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그지 없기도 하였다.
행사는 짜임새있게 1부만 약 1시간이 걸려 끝이 났는데, 그제서야 가까운 거리로 가 그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정작 단돈 얼마를 넣은 얄팍한 봉투를 도저히 내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속된 말로 쪽 팔려서........
듬뿍 몇 십 만원이라도 넣은 것이라면 폼(?) 잡고 건네련만 겨우................................
얼굴이 화끈거려 인사만 하고 바로 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애시당초 2부 공연으 볼 생각이 없었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낸 기분은 그닥 병ㄹ항할 수가 없었고, 종전처럼 지하철만 타면 카톡 보내기를 항ㄴ다든지 분주하였었지만, 오늘은 그저 ㅈ멍하게 앉았다가 졸다가 그리 창동까지 왔던 것이다.
어제 당구장에 놓고 온 서류 봉투를 찾아 가기 위하여.
이 무렵 큰딸과 외손자 태인 프란치스코가 외할머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싶다며 와서 점심을 먹고 그새 집으로 갔단느 소식이어서 우정 빨리 귀가하려던 기분도 그닥 밝지가 못하였는데, 외손자와 전화로나마 인사를 나누었고, 큰딸과는 문자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서류 봉투 들고 곧장 귀가.
기명통에는 설거지감이 잔뜩 쌓여 있어 이 것도 내가 할 일이런가 싶어 후다닥 해치우고 났더니, 핸드폰 바꾸러 안 갈 거냐고 해서 정작 릐 마음 먹고 일찍 귀가하긴 했지만, 마지 못해(?) 가는 것처럼 아내를 태워 아들 친구가 하는 가게로 향하였다.
아들 친구는 아들 규화 예로니모와 초,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그야말로 죽마고우라면서 성장하여 더 친하게 지낸다며 자기 소개를 해 주는데, 어릴 적 모습은 전혀 알 수가 없겟고, 그의 우ㅠ창한 기기 설명과 요금제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일 때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였구나를 직감할 수가 잇엇던 것이다.
그가 추천한 상품 중에서 12월 ㅇ8일 출시 상품인 갤럭시 S23FE 제품으로 확정짓고 이전 사용 스마트폰에서의 내용물을 백업하는 사이에 추어탕 한 그릇을 들고 오시라고 하여 그의 안내를 받아 에전에 가 본 적 잇ㄴ느 유명한 추어탕집으로 이동.
맛있게 먹고 가니 모든 절차는 마쳤지만, 새 기기여서 케이스는 모레(월0ㅇ 오후에나 나오므로 다시 한 벙 더 들러 달라고 하여 그러겟다고 하고 나왓던 것이다.
무려 4년 이상을 사용해 온 갤럭시 나인(9)노트는 이로써 그 생명을 다해 가나 보다 싶어 아쉽기 그지 없기만 하다.
한편 아들 친구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내가 차를 태워 준다고 해서 학교까지 동승을 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차를 빨리 몰았던 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 부터 달려 갔다는 사실을 말하며 나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피력해 주는데, 무려 17~8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이 역시 얼굴이 화끈거려 미안하기도 하여 헤어진 후 문자로 그런 심경을 밝히기도 하였더니, 조금도 개의하지 마시고 수시로 들러 주십시오, 라는 답글을 보내 오기도 하엿다.
참 친절한 아들 친구다.
엉겁결에 스마트폰 기기를 변경하게 된 오늘은 또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는가 보다 싶다.
집에 와서 9시 뉴스를시청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아일랜드에서 걸려 온 화상 전화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며 잘도 자라는 아이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는 다음 주부터 과연 내가 어찌 살아 갈 것인가 하는 명제로 머리가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세상사 만사를 다 좋게 안배하시는 우리 주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드리며 기도로써 그 응답을 듣고 싶다.
오늘도 좋은 하루를 살게 해 주신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흠숭의 기도를 바친다.
한편, 방송대 법학과 법률봉사단에서는 어제 전국 단위 행사를 개최하였는데, 나와 동시대에 울산지역 학과 회장을 역임했던 K 씨도 여기에 참석하였던 듯, 서울의 K 회장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엇다며 서울의 K 회장이 아침에 문자로를 보내더니 나중에는 전화까지 걸어 와 그와의 대화 내용을 소개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는 내가 공통 화제 거리가 되었던 모양.
세월은 흘러 갔어도 내가 추진하고 이룩했던 여러 이야기들은 하나의 역사가 되어 인구에 회장되고 있구나 싶어 감회가 새롭기만 하엿지 싶다.
밤에 울산의 그 K 회장과도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더니,"회장님이 계시니까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어요."라는 답글이 오기도 하엿던 것이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외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