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1279곳 통째로 옮긴다고?… 문래동 술렁
기계·금속 공단,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통이전’ 추진
박정훈 기자
입력 2023.06.30. 03:00
지난 20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2가의 철공소 거리. 왼편에는 작은 철공소들이, 오른편에는 음식점이 위치해 있다.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은 1980년대 산업화의 중심지였으나 최근 카페와 식당, 술집들이 들어서면서 임차료가 크게 상승했고 철공소들은 문래동에서 밀려나고 있었다./고운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가 이달 초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에 있는 철공소 등 업체 1279곳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통이전’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문래동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부지 소유주와 임차인인 철공소 등 업계 입장이 갈리고, 일각에선 공단을 통째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한다.
1960년대에 생긴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은 198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심지 중 한 곳이었다. 당시 업체가 2500곳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임차료가 뛰면서 상당수 공장이 문을 닫거나 지방으로 이전했다. 현재는 1279개 업체만 남아 있다.
지난 13일 오후 문래동 공단에 들어서자 ‘지이잉~’ 하고 쇠 깎는 소리와 댄스 음악이 동시에 들렸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50년은 더 된 듯한 낡은 공장과 세련된 카페가 뒤섞인 풍경이었다. 곳곳에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 및 기본 계획 수립 용역’이라고 쓴 현수막이 보였다. 주민 정모(56)씨는 “철공소가 나가면 어김없이 카페나 식당이 들어온다”며 “진짜 공장들을 다 옮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날 만난 철공소 사장 10명은 ‘통이전’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60대 사장 A씨는 “통이전 이야기만 들었지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밀집 지역의 한 금속 제조·가공 업체에서 업주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뉴시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밀집 지역의 한 금속 제조·가공 업체에서 업주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뉴시스
현실적으로 통이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모(60)씨는 “이전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 사장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고령인 데다 겨우 벌어 먹고산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전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면 이전을 포기하는 사장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철공소 사장들은 “기계나 관 등을 뜯어 옮기는 데만 비용이 수천만원은 들 것”이라고 했다.
업체 한 곳당 1000만원만 잡아도 최소 128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부지 매입, 철거, 개발 비용 등을 보태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의 경쟁력은 ‘집적(集積) 효과’다. 주물, 판금, 연마 등 기계·금속과 관련한 모든 분야의 공장이 모여 있어 한꺼번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 영등포구가 비용 등 부담에도 ‘통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등포구의회 남완현 의원(국민의힘)은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은 기초 산업 분야의 생태계가 튼튼한 집적지이기 때문에 제품 견적도 잘 나오고 단가도 싸다”며 “이전을 하더라도 일부만 이전해선 안 되고 대부분 공장이 그대로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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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문래동은 지하철 1·2호선과 서부간선도로, 경인로가 지나 교통이 편리한데 서울시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전하면 접근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래동에서 대(代)를 이어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B씨는 “시 외곽으로 떨어져 나가면 접근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손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그래도 기술을 배우겠다는 청년들이 없어 걱정인데”라고 했다.
반면 땅 주인들 생각은 다르다.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의 업체 10곳 중 9곳이 남의 땅이나 건물을 빌린 세입자다. 부동산 관계자는 “자기 땅이 재개발된다는데 반대할 땅 주인이 있겠느냐”고 했다. 문래동4가 지역은 땅 주인들이 이미 재개발 조합을 만들었다. 최근 식당과 카페가 들어오면서 이 지역 임대료 수준은 2~3배 높아졌다고 한다.
영등포구는 이전 비용 등 지원책과 최적 장소, 비슷한 사례 등을 찾는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결과를 발표한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경기도 등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세제 혜택, 저금리 융자, 특별법 제정 등도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일대. 젊은 감성의 카페와 식당, 술집들이 들어서면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최근 영등포구는 문래동 철공소 1279개 ‘한번에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2023.6.20. / 고운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일대. 젊은 감성의 카페와 식당, 술집들이 들어서면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최근 영등포구는 문래동 철공소 1279개 ‘한번에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2023.6.20. / 고운호 기자
영등포구는 ‘통이전’이 재개발을 원하는 땅 주인과 높은 임차료가 부담스러운 철공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집적지가 와해되기 전에 통이전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시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전하면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의 최종 목표는 문래동 일대를 재개발해 첨단 산업 단지로 만드는 것이다.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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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사람들
2023.06.30 06:58:35
철공소 대장간등 철재가공 소규모 공장들이 결국 떠나게 되는구나... 어쩔수 없지만 아쉽습니다.정부의 지원으로 잘 이전해서 계속해서 이용할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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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2023.06.30 06:57:05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던 곳이다. 이젠 시류를 거스르지 말고 이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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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이
2023.06.30 06:18:56
부산도 진해쪽으로 옮긴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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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스네
2023.06.30 06:53:58
경기도 연천군 BIX 은통일반산업단지로 오세요. 올해 10월달에 1호선 전철도 연결되어 개통됩니다.
장경태
2023.06.30 07:46:19
문래동 과 양남동 일대에서 40 여년을 버텨온 늙은 기술자의 제안 한마디. 문래동 또는 양남동 그 근처 에 초대형 아파트형 공장을 건설하여 현재 그곳에서 수십년간 버텨온 늙은 기술자 아저씨 들에게 각자가 원하는 만한 크기의 공장을 하나씩 분양하여 그곳을 수십년간 지켜온 값을 받도록 해 주고 또 그 곳을 주요 생산기지로삼는 수만은 중소 제조업자들이 다른곳으로가서 해매지않고 문래동 양남동에서 지난수십년간 해결해오던 방식으로 금속가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바란다. 통체로 다른곳으로 이동하는것은 그곳에서 생애를 바친 모든 금속가공 기술자들과 또 그곳을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고 영업을 해오든 모든 사람을 함께 죽이는 탁상공론이다. 지금 "대륭" 같은 업체들이 하는 방식을 배우면 된다. 그사람들을 초빙하여 디테일 까지 모두 배워 대한민국 영등포구 공무원들의 진정한 실력을 한번 보여주시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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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수호
2023.06.30 09:26:47
북한 공산당이세여?
프라우다
2023.06.30 07:35:01
부동산 개발 수익이라는 일부 집단의 사적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대한민국 뿌리산업을 보호하는게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와 국민 경제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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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박문수
2023.06.30 07:09:02
우리나라 발전의 산 역사를 가진곳이다. 잘 이어지도록 머리를 맛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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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2
2023.06.30 07:49:11
그냥 두어라. 기사에도 나와있지만 이전해봤자 그 자리에 카페나 음식점만 들어설 뿐인데, 저런 단지 하나 도심에 있는 것도 명물이고 문화유산이다. 도심엔 꼭 최신식 건물에 최신 업종만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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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2
2023.06.30 09:38:55
부가가치 따지면 이순신 동상, 남대문 다 지방 값싼 땅으로 옮기죠
인민의벗
2023.06.30 09:14:45
부가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분이네
어진이
2023.06.30 07:11:08
재개발하면 금싸라기땅이 분명할텐데 128억 이전 비용이 문제인가 서울.경기 경계쯤 지하철역세권에 자리하면 꿩먹고 알먹기일텐데 얼른 하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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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2023.06.30 07:43:17
개발과 보전의 양날이기에 민,관이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 후 개발 수익금을 이전 비용으로 지원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듯! 군부대나 공공기관 이전으로 그런 사례가 많으니 잘 진행됐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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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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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Kim
2023.06.30 07:59:08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명확환 청사진을 제시해서 기계산업 생태계 보존에 힘 써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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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
에따예브게니
2023.06.30 08:22:10
열심히 일하는 사장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아마도 지금 옮기지 않는다면, 그냥 사라져버릴 수 있기에 지금 결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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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2023.06.30 07:53:20
문래동 양남동 일대에는 철 과 비철 모든 분야의 금속 소제의 조달로부터 일차가공, 주물, 선삭, 평삭, 단조, 열처리, 연마, 표면처리, Chemical etching, Sand Blast, shot peening, 등 금속 가공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업종 들이 모여있기때문에 그 지역에서는 거의 어떤 기계라도 최단 동선구간 내에서 제조가 가능하다. 그곳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기위하여서는 "대륭" 같은 회사의 적극적 게입이 필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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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_Hwang
2023.06.30 07:37:33
창의적인 행정력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최소한의 기회비용으로 여러 사람 윈윈하게 잘 만들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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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가득
2023.06.30 09:03:18
땅주인만 좋아지는 식은 않하니만 못할것이고 또 그대로 시대의 뒤안길로 말라죽는것보다 뭔가 변화를 주어 같이 공존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부자(땅주인)의 욕망은 조금 낮추어야 시작의 기본이 될듯하다. 영등포나 서울시에서 잘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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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8899
2023.06.30 08:14:27
시대는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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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2023.06.30 07:56:26
백화점 주차장 들어갈 때 마다 손자들에 민망하다. 제발 사창가도 욈겨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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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39
2023.06.30 09:34:58
한 둘이 아니고 통째로 넓은 환경으로 옮기면 더 발전할 수 있다. 예전 농수산물시장이 용산에서 각락동으로 옮길때를 회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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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공포의대왕
2023.06.30 07:38:41
발전도 좋지만 낡고 노후되았다고 해서 모조리 통째로 이전 시키는 건 대단히 무식한 행정이다. 북한이나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막무가내식 행정이 아닌가~!! 사람도 늙고 병들었다고 해서 요양소에 내다 버리는 현대판식 고려장이 아닌가~!! 그대로 손보고 보완시켜 아름답게 가꿔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고귀함과 순수한 우리 삶의 대한 살아있는 동경의 미학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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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날보
2023.06.30 09:30:35
개인적으로는 청계천 사업정도 이하의 난이도 같습니다. 어렵다는 뜻이지요. 일단 저기 후계자가 있어야 그나마 좀 더 낫다고 봅니다. 대출이 승계가 되고 업이 지속되니깐요. 고령의 업주들은 그냥 폐업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 집적효과나 규모의 경제는 떨어지고 사업이 좌초될겁니다. 결국 한국 공업력은 떨어지고 그냥 쇼핑 부가가치만 올라가는 기형적인 발전이 될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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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3.06.30 09:28:30
청계천 공구 상가 이전 때 시작해 많은 경험이 쌓였습니다. 물가가 엄청 오른 점과 삶의 터전인 분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마무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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