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본때를 보여 주마
1
가뜩이나 바람잘 날 없던 강호무림이 한 사람
때문에 마치 팔팔 끓는 주전자 뚜껑처럼 온통
시끌벅적해졌다.
그 자에 대한 소문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누구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번째 들을 때는 피식 웃게
되고 세 번째로 들을 때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네 번 이상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한 소문이라면 귀를 쫑긋 새우고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했으며, 무림인이고 일반인이고
간에 누구나가 그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 보기를
원했다.
도대체 그 자가 정말 그처럼 엄청난 미치광이인가를
직접 눈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 천하광자(天下狂子) 엽단풍!
당금 무림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는
없었다.
일진광풍(一陣狂風)처럼 나타나 강호무림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 희대의 미치광이!
그는 출도한 지 하루만에 소주성(蘇州省) 제일의
명물이 되었고, 출도한 지 이틀만에
강남제일공자(江南第一公子)를 알몸뚱이로 쫓겨가게
만들었다.
뿐이랴?
출도 사 일만에 강남의 삼대거두와 시비를 벌였고,
천하의 사대미인을 모두 품에 안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하나 그의 이름을 결정적으로 알려지게 한 것은 한
가지 소문이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 강호의 전설(傳說)인 혈악의 십대고수 중 한
사람이 천하광자에게 죽었다!
밑도 끝도 없이 퍼진 이 소문은 무림인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대체 혈악이 무엇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전설 속으로만 전해 내려오는
신화적인 이름이 아닌가?
고금제일(古今第一)의 무인집단(武人集團)!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절대의 성역(聖域)!
그 혈악에서도 십대고수 중의 한 사람을 주살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혈악이 송두리째 뒤집혔으며, 그를
살해하기 위해서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출동했다고
한다.
모두들 그는 이제 염라대왕의 최명부(催名簿)에
이름을 올려놓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신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또 어떤 사람들은 그와 같이 완벽하게 미친
인물은 염라대왕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신비한 내력이 있어서 혈악도 그를 어쩌지 못할
거라고 떠들어대기도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누구도 그의 정확한
내력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광(狂)'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에 불을
켜고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오직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전 강호가 벌집 쑤신
듯이 시끌벅적해진 것이다.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보기를
원하는 사나이, 엽단풍!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 *
태호(太湖)의 물살은 푸르기만 했다.
엽단풍은 넘실거리는 태호의 푸른 물살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태호는 강소성과 절강(浙江省)의 경계에 있는
커다란 호수였다.
옛 이름은 진택(震澤)이며 섬이 많고 주변이 산들로
에워싸여 있어 경치가 수려했다.
때는 여름의 정점(頂点)을 지나고 있었다.
하늘은 끝없이 맑고 물은 한없이 푸르다. 사방을
돌아보아도 온통 푸른 신록(新綠)뿐이니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태호의 푸른 물에 두둥실 배를 띄우고 누워
미녀가 따라 주는 술잔을 마시며 찬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가히 신선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엽단풍이 지금 그러했다.
그는 거푸 술잔을 들이킨 다음 배 위에 벌렁
드러누운 채 느긋한 표정으로 아무렇게나 시구를
지껄이고 있었다.
"아!
좋군...산침수욕일취색(山枕水褥一醉色)이라...산을
베개 삼고 물을 요로 삼으니 세상이 온통 취한
빛이더라..."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 그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던 영호해상이 까르르 웃었다.
"그런 엉터리 시가 어디 있어요? 당신은 그저
모뜬걸 술에만 연관시켜서 생각하는군요."
엽단풍은 팔베개를 한 채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왜 뭐가 어때서 넌 또 트집이냐? 내가 보기엔
멋있기만 한데."
"그게 멋있는 시구예요?
"내 수준에는 이게 딱 맞다."
영호해상이 어련하겠냐는 듯 배시시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거예요."
엽단풍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손가락질을 받다니....어떤 놈들이 감히 내게
손가락질을 한단 말이냐?"
엽단풍은 팔베개를 풀고 반쯤 몸을 일으킨 채 종이
울리듯 커다란 소리로 떠들어댔다.
"어느 놈이던지 내게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 놈의
손가락은 물론이고 발가락까지 모조리 분질러 버릴
테다."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내 말을 들어봐요."
"말해 봐라. 작은 여우야."
영호해상은 아미를 살짝 찡그렸다.
"당신은 먼저 그 말버릇부터 고쳐야 해요. 당신은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 화를 돋구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당신 첫인상이 안
좋게 느껴지는 거예요."
"아니 그런 소질을 가진 것도 잘못이란 말이냐?"
"소질도 소질 나름이지요. 그런 건 차라리 없는 게
더 나요."
엽단풍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싫다. 난 어떤 소질이든 개발하면 개발했지
없애지는 못하겠다.
영호해상은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당신은 평생 가도 남들 손가락질이나
받으며 살 거예요."
엽단풍은 히죽 웃었다.
"그래도 그게 낫다. 아까운 소질 없애면서 기가
죽어 사느니 남들 손가락 부러뜨리는 게 훨씬 내
적성에 맞는다."
영호해상은 입을 삐쭉거렸다.
"그랬다간 세상 사람들 중에서 멀쩡한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예요."
"그거야 그들 사정이지."
"아이 참. 정말 당신하고는 말이 안 통해요."
영호해상은 뾰로통해져서 고개를 홱 돌렸다.
"말이 안 통한다면서 왜 매번 네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냐?"
영호해상은 입이 퉁퉁 나온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엽단풍은 다시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항상 할 말이 없으면 성질을 부리거나
심술보를 터뜨리는데 정작 뜯어고쳐야 할건 바로 너의
그 성질이다."
"......."
"그리고 그 것도 통하지 않을 때 상습적으로
울고불고 하는 버릇은 더욱 나쁜 것이다. 알겠느냐?"
이번에도 역시 영호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엽단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이때쯤이면 길길이 날뛰던지 생떼를
부릴텐데...'
엽단풍이 가만히 샛눈으로 영호해상을 훔쳐보니
그녀는 멍하니 한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엽단풍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탄 배에서 이십 여장 떨어진 곳에 한 채의
호화로운 화방(畵房)이 떠 있었다.
화방이란 유객(遊客)들을 위해 술과 노래를 파는
지붕 있는 배를 말한다. 지붕과 배의 옆면에
형형색색으로 채색(彩色)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화방은 원래 금릉의 진회하(秦淮河)에서 처음
나타났는데 인기를 끌자 근자에는 강남의 호수나
강에서 곧잘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
이 화방은 다른 화방보다도 유달리 크고 화려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아무런 인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화방이라면 의례 떠들썩한 유객들의 웃음소리와
기녀(妓女)들의 노랫자락 소리가 들려 와야 할 텐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더욱 특이한 것은 화방의 한쪽에 내 걸린
홍등(紅燈)이었다.
여타 화방의 홍등은 단순히 붉은 색을 칠한 것인데
이 화방의 홍등은 진홍빛 장미를 수놓은 것이었다.
그 장미의 문양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흡사 커다란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영호해상은 멍하니 이 장미 모양의 홍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엽단풍은 자신도 덩달아 그녀처럼 턱을 고인 채
우두커니 장미 모양의 홍등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런 자세로 있자 영호해상이 힐끔 그를
돌아보았다.
엽단풍은 모르는 척 홍등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삐쭉거리며 자신도 다시 홍등을
바라보았다.
하나 얼 마되지 않아 그녀는 더 참지 못하고
엽단풍을 돌아보며 쌀쌀맞은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대체 뭘 그리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엽단풍은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을 주시한
채 짤막하게 말했다.
"홍등."
영호해상의 쌍심지가 곤두섰다.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요? 대체 무엇 때문에 저
홍등을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고 있냔 말이에요?"
"그냥."
영호해상은 아미를 치켜 뜨며 앙칼진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냥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엽단풍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했다.
"너는 그냥이란 말뜻도 모르냐? 그냥이란 말뜻은 곧
그냥 가만히 본다는 말이다."
"왜 그걸 그냥 보고 있는 거에요?"
영호해상이 억지를 부리자 엽단풍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 그냥 보지 춤을 추면서 보란 말이냐?"
영호해상은 화가 나는지 숨결이 점차 가빠졌다.
"내 말을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왜 갑자기
홍등을 볼 생각을 했냐는 말이에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 정말 이럴 거예요?"
영호해상은 그의 옆구리를 꼬집으려 했다. 하나
그때 엽단풍은 껄껄 웃으며 이미 배의 반대쪽으로 가
있었다.
"하하...이것 보아라. 나는 가만히 있는데 네가
먼저 시비를 걸지 않았느냐?"
"흥!"
영호해상은 찬바람이 나도록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엽단풍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자. 이제 네가 말해 보아라. 왜 저 홍등을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지?"
영호해상은 입을 삐쭉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다가 쌀쌀맞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냥요."
엽단풍은 일부러 눈썹을 찡그렸다.
"그냥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영호해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은 그냥이란 말뜻도 몰라요? 그냥보고 있단
말이에요."
"얼레? 그건 아까 내가 써먹은 말인데..."
"나는 그냥 저 홍등을 보고 있다는 말을 했을
뿐이에요."
엽단풍은 갑자기 히죽 웃었다.
"내가 왜 저 홍등을 그냥 보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너는 그럼 그냥 보지 춤을 추면서 보느냐고
대답하겠지? 그래서 그건 묻지 않겠다."
영호해상은 약이 바짝 오른 모습이었다.
사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엽단풍은 그녀가 무어라고 쏘아붙이기도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대신 나는 내 생각을 말해 주겠다. 네가 저
홍등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걸 보고 나는 그 이유가
다음 네 가지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지."
영호해상은 그가 또 무슨 말을 하나 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엽단풍은 태연히 말했다.
"네가 장미를 엄청나게 좋아하든지, 아니면 홍등을
엄청나게 좋아하든지, 아니면 화방을 엄청나게
좋아하든지....그것도 아니면 나를 골탕먹이는걸
엄청나게 좋아하든지. 이 네 가지 중의 한 가지
아니냐?"
영호해상은 그를 노려보았으나 마침내 참지 못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
"당신은 혼자 잘난 척을 다 하는군요. 그게
아니에요."
엽단풍은 그녀의 화가 조금 풀어진 것 같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시 물었다.
"그럼 뭐냐?"
"저 홍등의 장미 문장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아서
그래요."
"어디서 보았는데?"
영호해상은 아미를 찌푸렸다.
화가 난 게 아니라 무언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글쎄 그걸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날듯 하면서도
나지를 않아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엽단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지금까지 계속 동해에서만 살았다면서 언제
저런 화방을 볼 수가 있었겠느냐?"
"화방이 아니라 홍등에 새겨진 장미를 말하는
거예요."
"글쎄 그런 장미를 어디서 보았겠느냐? 동해에
장미가 자라지도 않을텐데..."
그때 문득 영호해상의 눈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아...혹시...!"
"생각이 났느냐?"
엽단풍이 묻자 영호해상은 얼굴이 환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제 알겠어요. 저 장미 문양을 어디서
보았는지 이제 생각이 났어요."
"확실히 너는 나를 만난 뒤로 몰라보게 똑똑해
졌구나. 저걸 어디서 봤느냐?"
영호해상은 엽단풍의 놀리는 말에도 화를 내지 않고
재빠르게 말했다.
"내게 청혼을 하러 왔던 흑백상문신의 일행 중 한
명이 가슴에 저런 장미 문양을 새긴 옷을 입고
있었어요."
엽단풍의 눈에 기광이 번쩍거렸다.
"그게 사실이냐?"
영호해상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장미 문양은 아주 특이해서 한 번 보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아요."
"그 자는 누구냐?"
"그 자가 아니라 그 여자예요."
엽단풍은 흠칫 놀랐다.
"여자라고?"
영호해상은 그를 힐끗 올려보았다.
"왜요? 여자라니까 귀가 번쩍 뜨이나요?"
"하하...지금은 질투할 때가 아니다. 그 여자는
누구냐?"
"나도 이름은 몰라요. 단지 다른 사람들이 그
여자를 대할 때 몹시 공손한 것으로 보아 신분이
상당히 높은 여자구나 하고 짐작했을 뿐이에요."
엽단풍은 잠시 침음하다가 다시 물었다.
"요인도에 온 흑백상문신의 일행이 모두 몇
사람이었느냐?"
"흑백상문신을 제외하고 남자 셋과 그 여자예요."
"그 여자가 그들 중 우두머리냐?"
영호해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남자들 중 늑대 가면을
쓴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제일 우두머리 같았어요."
엽단풍의 눈에서 번쩍 하는 빛이 흘러나왔다.
"늑대 가면을 쓴 사람이라고?"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자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것 같았어요. 흑백상문신조차도 그 자
앞에서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그리고..."
영호해상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도 그 자를 얼마쯤은 두려워하는 것같이
보였어요."
"흐음....늑대 가면이라.."
엽단풍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동해노사 영호덕조조차 두려워하는 늑대 가면의
사나이!
그 자는 과연 누구일까?
2
엽단풍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다.
문득 무심코 고개를 돌렸던 영호해상이 깜짝 놀란
듯 뾰쪽한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화방에서 누가 나와요."
엽단풍은 힐끗 화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과연, 방금 전만 해도 아무런 인기척조차 없었던
화방의 한쪽 휘장이 걷히며 한 사람이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화방에서 나온 사람을 본 엽단풍의 눈가에
희미한 미소의 빛이 떠올랐다.
"저 자식이 여긴 웬일이지?"
영호해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는 사람이에요?"
엽단풍은 퉁명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저런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을 알 리가
있느냐? 그냥 한 번 만났을 뿐이다."
그의 음성이 상당히 컸는지라 막 화방에서 나오던
인물은 소리가 들려 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엽단풍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 자의 입이 반쯤 벌어지며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엽단풍은 그 자를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하하...얼음공자.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과연
우리는 전생(前生)에 참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모양이구려."
화방에서 나온 인물은 다름 아닌 절정공자
냉우빙이었던 것이다.
냉우빙은 설마 이런 곳에서 엽단풍을 만날 줄은
몰랐던 듯 안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
하나 그는 이내 이를 우드득 갈며 냉랭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엽단풍! 그렇지 않아도 네 놈을 만나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하하...과연 당신은 그때 약속을 지키지 못한걸
몹시 후회했던 모양이구려. 그렇다면 안심하시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훌훌 벗도록 하시오."
엽단풍은 배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여기 앉아서 당신의 옷 벗는 모습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상해 주겠소."
냉우빙의 안색이 철갑을 씌운 듯 딱딱하게
굳어졌다.
"미친 놈..."
그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으로 엽단풍을 노려보고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때는 본 공자가 네 놈을 얕보다가 조금 손해를
보았다만 오늘은 사정이 다를 것이다."
"사정이 다르다니...그 사이에 당신이 무슨
경천동지할 무공이라도 익혔단 말이오?"
"네 놈이 멋대로 지껄이는 것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냉우빙이 냉랭한 웃음을 날렸다.
"세 분은 나오시지요."
그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치자 다시 휘장이 걷히며
몇 명의 인물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모두 육순에게 칠순 가량 되는
노인들이었다.
가장 우측의 노인은 두 팔이 유난히 길고 얼굴에
털이 많은 갈의노인이었다.
갈의노인은 얼굴도 거무스름해서 얼핏 보기에는
원숭이를 연상시켰다.
중앙의 노인은 푸른 청의를 입고 제법 이목이
청수한 인물인데 턱밑으로 검은 수염을 탐스럽게
기르고 있어 비범한 인상이었다. 하나 눈빛이 고르지
못하고 눈꼬리가 약간 찢어져 어딘지 음악(陰惡)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제일 왼쪽의 노인은 비쩍 마르고 전신에는 고동색
장포를 걸쳤는데 눈빛에 연신 악독한 기운이
번뜩거리고 있어 보기만 해도 절로 냉기가 감도는
인상이었다.
냉우빙은 세 명의 노인을 돌아보며 엽단풍을
가리켰다.
"저 놈이 바로 천하광자 엽단풍이란 놈입니다."
그 말에 세 노인의 시선이 모두 엽단풍에게로
고정되었다.
그들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사이하면서도 음침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문득 왼쪽에 있는 고동색 장포의 노인이 살짝 입을
열었다.
"남들이 하도 천하광자라고 떠들기에 어떤 놈인가
했더니 덩치만 커다란 곰 같은 놈이었군."
그의 음성은 외모만큼이나 냉혹한 것이었다.
엽단풍은 별로 화도 내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네들은 혹시 중주삼사라는 별 볼 일없는
노인네들 아니오?"
그 말에 고동색장포의 노인이 몸을 움찔했다.
"네 놈이 어떻게 노부들을 아느냐?"
엽단풍은 싱겁게 웃었다.
"저 얼음공자가 당신들하고 어울려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소. 당신들은 참으로 취향도 고상하시오. 저
얼음공자하고 어울릴 생각을 다 하다니...."
고동색장포의 노인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한동안
멍하니 엽단풍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설마 자신들의 정체를 알면서도 이와 같은
말을 지껄이는 인간이 존재하리라고는 결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중주삼사!
중주삼사는 물론 세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들 세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호무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성격이 괴팍하고 잔인해서 무림인들은
중주삼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살을 찌푸리고
멀찌감치 피하기 일쑤였다.
고동색 장포의 노인은 한참 동안 말없이 엽단풍을
쳐다보다가 두 눈에 진득한 살광(殺光)을 뿜어냈다.
"과연 듣던 대로 완전히 미친놈이로군. 노부들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함부로 아가리를 놀리다니..."
엽단풍은 히죽 웃으며 그의 전신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당신은 외모나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귀신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 같은데 당신이 귀영자
당대붕이오?"
노인의 냉막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죽일 놈."
그는 과연 귀영자 당대붕이었다. 당대붕은 별호
그대로 신법(身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를 귀신 닮은 늙은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감히 없었다.
엽단풍의 시선은 이어 그의 옆에 서 있는 청수한
인상의 청의노인을 향했다.
청의노인은 조금도 표정이 변하지 않고 침착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청의노인의 눈빛은
수정처럼 맑았는데 그러면서도 왠지 섬ㅉ한 느낌이
들게 했다.
엽단풍은 빙그레 웃었다.
"당신이 중주삼사의 꾀주머니라는 독효
고홍이겠구려?"
청의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가 바로 고홍이다."
고홍은 심기(心機)가 깊고 독계(毒計)가 많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비단 무공이 고강할 뿐
아니라 머리 속에 온갖 기계가 가득해서
강호무림에서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엽단풍은 마지막으로 제일 왼쪽에 서 있는 두 팔이
유달리 긴 갈의노인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꼭 원숭이를 닮았구려. 당신이 바로
쌍수전원 교원이오?"
갈의노인은 말없이 엽단풍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는 누가 자신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는 중주삼사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흉폭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웬일인지 지금은
발작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하나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처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교원이 진정으로 무서울 때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엽단풍은 천하에 흉명(兇名)이 자자한 중주삼사를
앞에 두고도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당신들은 과연 생긴 건 그럴 듯 하오. 아마
얼음공자가 당신들의 그 위풍당당한 외모를 믿고
나에게 큰 소리를 친 모양인데 외모라면 나도 자신
있소."
그때 허공 중에 그림자가 히끗거렸다.
엽단풍이 고개를 올려보니 당대붕이 무려 이십
여장을 날아 그들이 탄 배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그 신법은 그야말로 귀영(鬼影), 바로 그것이었다.
엽단풍은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짝 쳤다.
"정말 신법 하나는 끝내 주는군. 당신은 과연
귀신같은 늙은이요."
이십 여장을 단숨에 날아왔는데도 당대붕은
숨결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배 위로
내려서자마자 불문곡직하고 엽단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읏!
그의 고목처럼 마른 오른손이 허깨비처럼 허공을
육박해 엽단풍의 코앞으로 날아왔다.
무영귀수(無影鬼手)라는 무시무시한 마도의
절정수법이었다.
"성질도 더럽게 급하군. 그렇게 나에게 쓴맛을 보고
싶소?"
엽단풍은 빙긋 웃으며 앉은 자세에서 오른손을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내민 손은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으나 시기가
적절하여 당대붕의 무영귀수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굉음과 함께 당대붕의 비쩍 마른 몸이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우욱!"
당대붕은 휘청거리며 계속 물러나다가 하마터면
그대로 배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엽단풍은 상체가 잠시 흔들렸으나 이내 몸을 멈추며
빙그레 웃었다.
"당신의 공력도 그런 대로 쓸 만하군. 하지만 이
정도로 나를 어쩔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당신이
노망이 들었다는 증거요."
당대붕의 안색이 홱 변했다.
"네 놈의 내공이 두 갑자(甲子)를 넘는구나...
목불이 당했다는 것도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그의 음성에는 경악과 불신의 빛이 가득했다.
"하하...그깟 나무 불상 하나 없앤걸 가지고 무얼
그리 호들갑을 떠는 거요? 당신은 설마 나무
불상보다도 변변치 않은 인물이란 말이오?"
당대붕의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지금까지 혈악의 십대고수 중 하나인 목불이
엽단풍에게 살해되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는데 막상
그와 한 차례 격돌하고 보니 그의 무공이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임을 깨닫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목불을 물리친 게 사실이라면 자신 혼자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엽단풍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하나 그때 때마침 쌍수전원 교원이 배 위로
날아왔다.
교원의 신법은 몹시 특이했다.
두 다리 대신에 길다란 양팔로 슬쩍 슬쩍 물을
박차며 순식간에 이십 여장을 건너온 것이다. 마치
성성이처럼 두 팔을 이용해 물을 건너는 광경은
괴이하면서도 흥미 어린 것이었다.
엽단풍은 그것을 보고 입을 쩍 벌리며 손뼉을 짝짝
쳤다.
"하하...정말 재미있군. 두 팔을 이용해
등평도수(登平渡水)를 펼치다니 이거야말로
비원도수(飛猿渡水)라 할 만하지 않은가?"
교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엽단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르르...
그의 양손은 두 개의 거대한 촉수처럼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당대붕 또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벼락같이 달려들며
십삼장(十三掌)을 연거푸 갈겨댔다.
파파파파파....
두 명의 절정고수가 합공을 하자 실로 막강한
경기가 일어났다. 그 때문에 그들이 타고 있는 배가
금시라도 무너질 듯 심하게 요동을 쳤다.
엽단풍은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하...정말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작자들이로군. 그렇게 쓴맛을 보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 주지."
그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교원과 당대붕이
휘두르는 경기 속으로 몸을 던지며 양손을 질풍처럼
휘둘렀다.
콰콰콰콰....
마치 해일이 몰아치듯 무지막지한 장영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바로 절세무적의 광도번천수가 펼쳐진 것이다.
교원과 당대붕은 기세 등등하게 덤벼들다가 그
엄청난 위세를 보자 안색이 시체처럼 굳어졌다.
그 노도처럼 다가오는 장력의 공세는 그들로서도
일찍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좁은 배 위인지라 달리
피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이를 악문 채
사력을 다해 맞서갔다.
콰쾅!
굉량한 폭음이 터지며 그들이 타고 있던 배가
엄청난 격돌의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동강이
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주위의 물이 경력의 소용돌이로
허공으로 치솟아 거대한 물기둥을 형성했다.
교원과 당대붕은 비명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허공을 날아 십 여장 밖의 물 속으로 떨어졌다.
풍덩!
엽단풍도 몸을 한차례 휘청이며 허공에서
멈칫거렸다.
"아앗?"
바로 그때 부서진 배 위에서 바둥거리고 있던
영호해상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물위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스윽!
엽단풍은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하더니 영호해상의
손목을 덥석 잡자마자 그대로 이십 여장의 허공을
가로질러 화방으로 날아가는 신기(神技)를 발휘했다.
그 모든 상황이 눈 깜짝할 새 일어났기 때문에
고홍과 냉우빙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엽단풍은 어느 새 영호해상의 손목을 잡고 그들의
앞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고홍의 침착하던 표정이 가볍게 흔들렸다.
엽단풍은 교원과 당대붕이 떨어진 곳을 둘러보더니
투덜거렸다.
"이거 뭐 이래? 한 번 신나게 몸 좀 풀어 보려고
했더니 그냥 물 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다니...이래 가지고야 어디 기분이 나겠나?"
이어 그는 고홍과 냉우빙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쓴맛은 당신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겠군."
냉우빙은 안색이 변한 채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났다.
고홍 또한 표정이 굳어졌으나 이내 냉정한 모습을
되찾았다.
"자네의 솜씨는 과연 듣던 대로 탁월하군."
그는 마도의 제일 두뇌라는 별호답게 금새 흔들리는
마음을 가다듬은 모양이었다.
엽단풍은 그의 전신을 쭈욱 훑어보다가 히죽
웃었다.
"당신은 그들 두 늙은이들에 비하면 한결 고상한
분위기가 풍기는군. 당신하고는 말이 조금 통할 것
같소."
엽단풍은 돌연 정색을 했다.
"사실 나는 당신들과 초면이어서 이렇게 소란
법석을 일으키고 싶지가 않았소. 나는 단지 저
얼음공자에게 잠깐의 볼일이 있을 뿐이었소."
그의 음성이 한층 더 커졌다.
"저 얼음공자는 나하고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소.
나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어기는 자를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저 자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하는 거요."
이어 그는 냉우빙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자. 이제 순순히 벗을 테냐? 아니면 내가 벗겨
줄까?"
3
절정공자라는 외호답지 않게 냉우빙의 안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
그는 설마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는 중주삼사이
엽단풍을 당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쌍수
전원 교원과 귀영자 당대붕이 설마 그의 일 장조차
받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지고 말다니...
그는 다급한 김에 한 가닥의 기대를 품고 고홍을
바라보았다.
고홍의 얼굴은 여전히 차갑게 가라앉아 있어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게 했다.
"고대협...."
냉우빙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으나 고홍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우연인지 그의 시선은 엽단풍이 아닌 그의 뒤에 서
있는 영호해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엽단풍은 성큼성큼 냉우빙에게 다가오며 껄껄
웃었다.
"하하...냉우빙. 고노인을 불러봤자 소용없다.
고노인같이 사리분별이 밝고 이해타산이 빠른 양반이
너를 도와줄 리가 있느냐? 좋은 말 할때 순순히
벗어라."
냉우빙은 주춤 뒤로 물러났다.
하나 별로 넓지 않은 화방 위에서 물러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안색이 해쓱해 진 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엽단풍을 응시하고 있다가 버럭 폭갈을 터뜨렸다.
"엽단풍! 사람을 너무 핍박하지 마라. 나 냉우빙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인줄 아느냐?"
엽단풍은 빙글빙글 웃으며 계속 다가왔다.
"글쎄 누가 뭐라더냐? 그저 나는 너의 벗은 몸을
보기만 하면 그 후에는 네가 아무리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을 해도 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저....정말 네 놈이 끝까지..."
"그렇다. 끝까지 나는 너를 벗길 것이다."
엽단풍은 이렇게 말해 놓고는 히죽 웃더니
중얼거렸다.
"이건 원래 여자들한테 써먹어야 더 어울리는
대사인데..."
엽단풍은 천천히 양손을 들어올렸다.
냉우빙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두 눈에
악독한 빛을 번뜩인 채 허리춤에 찬 연검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한데 엽단풍이 막 커다란 손을 들어올리며 냉우빙의
옷을 벗겨 가려 할 때였다.
"아가씨는 혹시 동해요인도에서 오지 않았나?"
한쪽에서 말없이 서 있던 고홍이 영호해상을
바라보며 불쑥 입을 여는 것이 아닌가?
엽단풍은 막 냉우빙에게 덤비려다 주춤하여 손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냉우빙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영호해상은 고홍이 자신을 아는 척 하자 고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요. 그런데 노인장이 그걸 어떻게 알지요?"
고홍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그렇군. 아가씨는 요인도의 여우라는
영호해상이 아닌가?"
"내가 바로 영호해상이에요."
"과연....그런데...."
고홍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영호해상의 아미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졌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에요?"
고홍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네. 그냥 아가씨를 보니까 한 가지
생각이 나서 속으로 중얼거렸을 뿐이네."
그가 이렇게 시치미를 떼자 영호해상은 더욱
궁금해졌다.
"무슨 생각이 났는데요?"
"글쎄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방금 나를 보니까 무슨 생각이 났다고 했잖아요."
영호해상이 안달을 할수록 고홍은 더욱 느물거렸다.
"정말 별 거 아니네. 아가씨는 신경 쓰지 말게."
이러니 사람 속이 뒤집혀지지 않겠는가?
영호해상이 성질이 나서 막 쌍심지를 돋우려 할 때
마침 엽단풍이 재빨리 끼여들었다.
"너는 무얼 그리 알려고 하느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
영호해상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당신은 궁금하지 않단 말이에요?"
"나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영호해상은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건 당신에 관한 일이 아니라서 그렇지요!"
엽단풍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왜 나에게 신경질을 부리느냐? 말을 안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그럼 당신은 입을 닥치고 조용히 있어요!"
영호해상은 쌀쌀맞게 말했다. 막상 말을 해 놓고
나니 그녀는 자기가 그에게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어
슬쩍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웬걸?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연신 입가에 히죽히죽 웃음을 띄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영문을 몰라 불쑥 물었다.
"왜 그렇게 웃는 거예요?"
"하하...너는 별명이 작은 여우이고 사람 중의
요괴(人妖)라면서 누가 조금만 얕은 수를 부려도 쉽게
넘어가니 어찌 우습지 않겠느냐?"
그녀는 몸을 움찔했다.
"얕은 수를 부리다니요? 누가요?"
엽단풍은 기이한 웃음을 머금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그녀는 물론 모르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아차 하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급히 고홍을 돌아보았다.
고홍은 여전히 처음의 표정 그대로 말없이 서
있었다.
영호해상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당신은 과연 강호의 늙은 너구리답게 수작이
보통이 아니군요. 하지만 나도 이젠 당신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고홍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수작을 부리다니...노부가 어찌 아가씨에게 수작을
부리겠는가?"
"흥! 당신은 마치 당신이 나에 대한 중대한 사항을
알고나 있는 것처럼 꾀를 냈지만 내가 그런 것에
넘어갈 것으로 알았다면 당신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허허...노부가 어찌 그런 마음을 먹었겠는가?"
고홍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르더니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알고 싶지 않다면 노부로서는 잘된 일이지. 하지만
이것으로 이제 요인도도 끝장이 나겠구나..."
그의 말은 비록 나직했으나 지척에 있는 영호해상이
어찌 이 말을 듣지 못하겠는가?
그녀는 비록 고홍이 계속 자신을 충동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이 말을 듣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 요인도가 끝장이 난다는
거지요?"
고홍은 그녀를 돌아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가씨는 신경 쓰지 말게. 그냥 노부 혼자 해 본
소리니까."
영호해상은 아미가 절로 치켜 떠졌다.
"그렇게 사람 들으라고 떠들어 놓고 혼자 해 본
소리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빨리 말해요. 그게
무슨 뜻이지요?"
"허허참! 노부보고 수작을 부린다고 하면서 어찌
자꾸 노부를 채근하는가? 노부는 정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네."
영호해상이 제아무리 영악한 여자라 해도 이제 겨우
십 칠팔 세에 불과한 강호경험이 일천한 소녀였다.
어찌 강호에서 수십 년을 늙어 온 고홍에게
당하겠는가?
더구나 고홍은 간계가 많기로 강호무림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 아닌가?
영호해상이 숨을 씩씩거리며 서 있을 때 엽단풍이
앞으로 나섰다.
"고노인. 고노인의 수는 정말 높으시오. 나는 정말
감탄했소."
고홍은 그를 돌아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자네도 그런 말을 하는가?"
엽단풍은 빙그레 웃었다.
"나는 지금까지 남들이 독효 고홍의 세 치 혀는
세상의 그 어떤 신병이기(神兵利器)보다도 무섭다고
해도 믿지 않았는데 오늘보니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구려."
"노부가 무슨 짓을 했기에 자네들이 이러는가? 정말
영문을 모르겠군."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고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면 나도 더 이상 당신들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겠소."
고홍은 여전히 시치미를 떼었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니?"
엽단풍은 조금도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빙그레 웃었다.
"고노인이 요인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
말이오."
"노부는 동해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어찌
요인도에 대해서 알겠나?"
"입을 열든 열지 않든 그건 전적으로 고 노인의
마음이니 더는 무어라고 말하지 않겠소."
"그거 고맙군."
"그리고 내가 오늘 몇 사람을 죽이든 그것도 내
마음이니 고 노인도 신경 쓰지 마시오."
엽단풍은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고홍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엽단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홍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자네는 냉공자를 죽이려는가?"
엽단풍은 짤막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은 그가 아닌데 내가 왜 그를
죽이겠소?"
고홍은 흠칫 놀랐다.
"그럼 노부를 죽이겠단 말인가?"
엽단풍은 그를 힐끗 보았다.
"그건 알아서 무엇하려고 하시오?"
"노부의 생사(生死)가 달린 일인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나?"
"내가 누굴 죽이든 고 노인은 조금도 신경 쓰지
말고 입이나 잘 간수하시오. 그렇게 목숨을 바치며
지키려고 하는 비밀인데 잘못하여 누설된다면 큰 일
아니겠소?"
고홍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노부가 언제 목숨을 바친다고 했나?"
"글쎄 신경 쓰지 말라니까. 나는 그저 내 일이나 할
테니 고 노인도 고 노인 일에나 신경 쓰시오."
엽단풍은 말과 함께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우우웅....
그와 함께 그의 커다란 손에서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기운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고홍은 안색이 약간 변한 채 그의 손에서 구름 같은
경기가 일어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기운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아직 채 펼쳐지지도
않았는데 화방이 태풍을 만난 듯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시전 되지도 않은 상태가 이럴 진데 만약
그의 손이 휘둘러진다면 어떠한 광경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빤한 노릇이 아닌가?
엽단풍은 오른손에 가득 공력을 돋구운 채 고홍을
바라보았다.
"고 노인. 만나서 즐거웠소. 부디 지하에 가서라도
나를 잊지 마시구려."
이어 그가 막 오른손을 휘두르려 고하는 순간,
"알았네. 노부가 졌네."
고홍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엽단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무슨 내기를 했다고 고 노인이 졌단
말이오?"
고홍의 얼굴에 고소가 떠올랐다.
"자네의 수가 노부보다 한 단계 위라는 것을
인정하지. 요인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할
테니 손을 거두게."
"그게 정말이오?"
"노부의 신분으로 어찌 일구이언을 하겠나?"
엽단풍은 히죽 웃으며 오른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와 함께 그토록 무서운 기세로 피어올랐던
기운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고홍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자네가 끌어올렸던 공력은 대체 무엇인가?
노부 평생 그렇게 대단한 기세를 풍기는 무공은
일찌기 본 적이 없었네."
엽단풍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거 아니오. 경하기라는 건데 너구리를 잡을 때나
쓸 수 있는 무공이오."
"경하기?"
고홍의 눈에 번쩍 하는 빛이 떠올랐다. 하나 그것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고 노인이 아까 하려던 말은 무엇이었소?"
고홍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요인도의 고수들이 중원으로 왔네."
그 말에 영호해상이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그게 정말이에요? 언제요? 어디로 왔지요?"
고홍은 힐끗 그녀를 돌아보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삼 일전일세. 그들은 항주(抗州)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전당강(錢塘江)의 입구에 배를 정박한
채 머물고 있네."
영호해상은 요인도의 고수들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항주에 와 있다는 말을 듣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아! 신나라! 할아버지도
오셨나요?"
"물론 영호노사(令狐老邪)도 오셨지. 하지만...."
웬일인지 고홍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영호해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급히 물었다.
"하지만 뭔가요?"
고홍은 머뭇거리다가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들은 내일이면 강호상에서 두 번 다시 모습을 볼
수 없을지 모르네."
영호해상은 그야말로 대경실색하여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그게 무슨 말이에요? 두 번 다시 모습을 볼
수가 없다니..."
"그건..."
고홍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계속했다.
"그들이 내일 혈악의 고수들과 결전을 벌이기로
했기 때문일세."
"뭐라고요?"
영호해상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왜....할아버지가 그들과...."
"그건 모두 아가씨 때문일세."
고홍은 그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 때문이라니요?"
"아가씨가 중원으로 도망친 후 요인도에 있던
혈악의 인물들과 요인도의 고수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지. 그래서 그들은 내일 오시에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서 자웅을 겨루기로 했네."
고홍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요인도가 비록 새외의 삼대문파중 하나라고 하지만
어찌 혈악의 고수들을 당할 수 있겠나? 더구나 이번에
혈악에서 파견된 인물은 십대 고수 중의 서열 팔위인
신랑(神狼)이니 요인도가 그들을 이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길 바라는
격이지."
영호해상은 안색이 변해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늑대가면....그 자가 바로 신랑이로군요...."
영호해상은 다급하고 초조하여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쩌죠? 이를 어쩌죠?"
그녀는 엽단풍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매달렸다.
"어쩌면 좋아요?"
엽단풍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불안에 떠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린 후
고홍을 바라보았다.
"고노인이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낙타도 바늘구멍에
들어갈 수가 있소."
고홍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엽단풍은 히죽 웃었다.
"그건 바늘구멍을 있는 대로 벌린 다음 낙타를 그
안에 집어 넣으면 되는거요. 그러니 내일 요인도가
혈악에 멸망당한다고 생각할 수만도 없지."
그는 영호해상의 손목을 덥썩 움켜잡더니 한쪽에 서
있는 냉우빙을 돌아보았다.
"냉우빙. 당신은 비록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나는 약속을 지켜 당신을 그냥 놓아주겠소.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꼭 당신의 알몸을 구경하고
말테니 그동안 목욕이나 잘 하고 있으시오."
동시에 그의 육중한 몸이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고노인. 다음에 다시 봅시다...."
그의 말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의 몸은
영호해상과 함께 수면위를 날아 아득히 멀리로
사라지고 있었다.
냉우빙과 고홍은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그들이
멀어져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엽단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정말 가공스런 신법이군..."
고홍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냉우빙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고홍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군. 저런 무공을 지니고도
단명(短命)해야할 운명이니..."
바로 그때였다.
푸우!
화방이 떠 있는 바로 옆의 물 속에서 두 줄기
인영이 솟구쳐 올랐다. 그 인영들은 고홍과 냉우빙의
바로 앞에 떨어져 내리며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크흐흐..."
그런데도 고홍과 냉우빙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입가에도 나타난 인영들과 비슷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하하..."
물속에서 뛰어 올라온 인물들은 놀랍게도 쌍수전원
교원과 귀영자 당대붕이 아닌가?
그들은 오랫동안 물속에 숨어 있느라 안색이 약간
창백했으나 별다른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당대붕이 고홍을 바라보며 음흉한 웃음을 날렸다.
"흐흐...과연 고형의 계책대로 그 미친 놈이
꼼짝없이 걸려들었구려. 과연 고형의 머리는 알아줘야
하오."
고홍은 담담하게 웃었다.
"나야 힘을 쓴 게 있나? 그보다 자네들이 고생이
많았네."
"흐흐...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그
망할 놈과 사생결단을 내고 싶었으나 고형의 당부를
생각해서 간신히 억눌러 참았소."
고홍은 빙그레 웃으며 그의 옆에 말없이 서 있는
쌍수전원 교원을 돌아보았다.
"자네도 다친 곳은 없는가?"
교원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당노제보다는 자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용케도 참았군.
하지만 내일이면 그 놈에게 통쾌하게 복수할 수
있으니 그때 마음껏 화를 풀도록 하게."
교원은 두 눈을 무섭게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홍은 다시 냉우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도 잘 연기해 주었네."
냉우빙은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일전에 그 놈에게 당한 것을 갚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을거요. 고노인이 그 놈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믿지 않았으면
오늘도 그와 같은 치욕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거요."
고홍은 담담하게 웃었다.
"노부를 믿게. 틀림없이 그렇게 될테니."
고홍은 돌연 허공을 올려보며 불쑥 물었다.
"부인(婦人).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이곳에는 여인이라고는 없는데 그는 대체 누구에게
물은 것일까?
그때 화방안에서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호호...당신의 솜씨는 과연 절륜하군요. 사람들이
왜 당신을 늙은 너구리라고 부르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그 음성은 묘한 마력(魔力)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교처럼 끈적끈적하면서도 꿀같은
달콤함을 지니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십 대 소녀의
청순한 웃음소리 같은데 또 얼핏들으면 삼십 대
여인의 농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순결과 관능, 청순과 요염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음성이었다.
고홍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허허....장미부인(薔薇婦人)에게 그런 칭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흔하지 않을텐데...오늘
노부에게 복이 굴러 떨어졌구료."
화방 속에서 다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엽단풍이란 자는 소문보다 더욱 광오한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단신으로 혈악에 대항하려 하려다니
너무나 무모하고 어리석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쓸만한
사내였을텐데..."
"허허...그 자가 부인의 눈안에 든 모양이구료. 그
사실이 알려지면 아마 모두들 질투심에 불타 몸부림을
칠거요. 하지만 어쩌겠소? 내일이 그 자의 제삿날이
될테니..."
그때 냉우빙이 고홍을 보며 물었다.
"정말 그 놈이 내일 그곳에 가서 살아오지
못하겠소?"
고홍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게. 내일 그곳에는 신랑 뿐만 아니라
취사(醉邪)와 비마(飛魔)도 합세할 걸세. 그 자가
제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어찌 십대고수 중의 세
사람을 당할 수 있겠나?"
냉우빙은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이오?"
"그렇네. 자네의 큰 아버님께서 자네를 위해서라도
그 자를 용서하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리셨네."
냉우빙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큰 아버님께서 출관(出關)하셨소?"
고홍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네. 그러니 자네는 내일 그 자가 처참한 꼴을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만 하면 되는걸세."
냉우빙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한동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가 냉혹한 웃음을
날렸다.
"흐흐...엽단풍! 이제야말로 네 놈도 끝장이다. 본
공자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겠다."
그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강물위를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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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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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잘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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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 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엽단풍 아 기대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