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사랑 낙동강 200km울트라 마라톤대회』 참가 후기
- 대회일시:2009.6.6(토)00:00시 출발(제한시간36시간)
오후6시 퇴근을 하면서 사무실 근무자에게 주말에 장거리 마라톤 여행을 떠난다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연락을 줄 것을 당부하고 가방을 챙겨들고 집으로 향한다.
마음은 오늘 야간 정오에 출발해야하는 200km울트라마라톤 대회장에 가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몇 가지 업무적인 사항을 체크하고 나오다 보니 30분여가 지체된거 같다.
집에 가서 아직 짐도 안 챙겨놓았기에 할 일이 남아 있는데 하면서 오늘 하루 일을 되돌아본다.
사실 오래전부터 마음을 다스리고 생활의 반성을 하고자 200km울트라에 참가 신청을 해 놨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내 스스로도 반성하고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실천해 보고자
울트라200km에 도전하겠다고 동의아닌 동의를 구했다.
울트라 100km는 간혹 여러번 경험을 해봤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해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도 일상에서, 살아가면서 미지의 모르는 것에 대하여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삶의 한 모습이고, 살아 있기에 할 수 있는 진정한 열정! 靑年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집에 도착하니 20:00시가 거의 다되어 간다.
얼른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동작하는 사이에 오늘 가지고 떠날 가방을 챙긴다.
운동화 두 켤레. 양말. 바람막이 옷. 응급처치용 물품 등등을 재빠르게 챙겨 넣는다.
“여보! 옥상 화분에 물줘야 하는데 물이 떨어 졌어~ 응! 좀 올려다 놔요!”
“알았어요!”대답하고는 양동이에 물을 받으며, 컴퓨터 모니터 켜지는 것을 보면서
몸은 하나인데 마음은 딴데 가있고, 해야할 일은 여러 가지....
아마도 주부들이 집안에서 라듸오 음악을 들으며, TV연속극을 보면서, 설것이 하면서,
학교가는 아들딸 챙기면서, 또 자신이 오늘 밖에나가 해야하는 일을 정리하면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결혼한 이후로 줄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척척해대는 일상적 일인 것처럼 말이지....
지난번 울트라 갈때도 급하게 물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삐끗하여 달리면서 조심조심하면서 완주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공교롭게 아내가 물좀 올려 달랜다.
당근! 아무리 바빠도 물은 올려 주고 가야지...그래야 아내가 덜 고생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늘상 별 힘든줄 모르고 한다.
아마도 이것도 사랑이겠지? ㅎㅎ
그러는 사이에 아내가 오늘 떠나는 울트라 장도에 배곯는것이 염려되서일까...
저녁상을 식탁에 차리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가 다 켜졌다.
런클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응원메시지에 꼬리 글이라도 인사말을 남기고 가는 것이 예의인거 같아서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컴퓨터를 켰다.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잘 달리고 올께요! 설악산 공룡에 가시는 분들도 잘 다녀오세요!”라고 멘트로 인사말을 남겼다.
가방챙기고, 옥상에 큰 통에 물을 가득채우고...
물을 채우는 모습이 콩쥐밭쥐의 동화가 생각난다. ㅎㅎ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참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전선을 떠나는 장수에게 주는 밥상일까?
사랑이 가득 담긴 만찬이다. 그런데 왠지 마음 한쪽은 찡함이 와 닿는다.
부부의 정이리라...
이제 마지막 남은 가방을 챙겼다. 그런대로 가방을 꾸린거 같은데 왠지 무거워 보인다.
평소같으면 그냥 작은 가방 한 개만 가지고 나오면 그 속에 챙겨진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ㅋ
가방이 무겁다는 것은 조금은 부담이 간다는 것일까?
사실 참가 신청해놓고 마음을 다스린다고....
출발시간.장소만 기억하고...달려야할 코스도 한번 들여다 보지도 않았는데...
“여보! 출발시간 늣었어요~ 동대구역까지 태워줘요~” 태워준단다. 고맙다.
사랑하는 아내의 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20시45분 부산행 KTX열차인데 동대구역앞에 거의 다 왔는데 좌회전하는 차량들이진행을 못하고 있다.
열차출발5분전이다. 하는 수 없이 중간 도로에서 내려서 뛰어가기로 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볍게 사랑의 입맛춤으로 스킨쉽을 하고는 배웅해준데 고맙다는말을 하고는 개표구로 뛰어 갔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겨우 표를 구입하고 나니 출발1분전이다.
플랫폼으로 뛰어 내려갔다.
다행히 열차가 1분정도 지연도착해서 가쁜 숨을 한번 들이쉴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열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나니 황급히 도로 중간에서 내려서 뛰어오느라 배웅해준 아내에게 미안함 마음이 든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자판을 두드려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사랑하는 딸들에게 아빠가 울트라 마라톤에 간다는 얘기를 못하고 왔다.
집에 없다 보니 스킨쉽도 못하고 왔다. 휴대폰 문자로 출발한다고 전했다.
“아빠! 홧팅! 완주하고 와~~” 답장이 왔다.
이제 한 시간여가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좀 잠을 청해 볼까....
잠이 안온다. 에~이~ㅋ , 잠을 좀 자둬야 하는데...
그럼, 일단 뭐라도 좀 먹어두자... 대회출발시간 까지는 3시간여 남아서 아무래도 중간에 배가 고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열차내에서 이동판매원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아저씨! 호두과자 한 개 주세요~~”
곧바로 개봉을 하여 한 개씩 꺼내 먹으며 오늘 일정을 잠시 스크린 해본다.
나는 오늘 무엇을 위해 뛰는가?
오늘의 나를 뒤돌아보고 내일의 나를 가꾸어보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가족의 소중함...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서의 나의 존재. 역할. 배려. 봉사. 사랑. 실천...등등
나로 인해 타인에게 슬픔과 아픔을 주지는 않았는지...
앞으로는 좀더 타인을 이해하며 살도록 노력해 보자....스스로에게 묻는사이에
어느 덧 열차는 부산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아롱드롱님이 잘 다녀오라고 문자가 왔다.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직장일로 갑자기 참가가 불가능 하단다.
약간은 서운함.미안함이 교차하는 마음이 든다.
“직장일이 소중하지요~ 기회는 다음에 또 있으니까요~”하고나니
달리는 중간중간에 졸지말라고 전화를 하겠단다. 고마운 분이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클럽회원들이 함께하는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도 못가고, 울트라마라톤대회도 함께 못가는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는 아롱드롱님 마음에 이해를 해본다.
부산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역 광장에 빠져 나오니
어둠과 네온사인의 조화가 어우러져 광장 주변의 조형물과 함께 부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항구도시의 정취를 잠시 나마 느껴 보고자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1시간여 정도가 남아 있는 빠듯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대학시절 사랑하는 아내와 학술목적 답사를 위해 내렸던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아주 오래된 세월의 추억 속에 잠겨 본다.
참. 추억은 아름다운가 보다.
지하철에 올라서니 사람들이 제각각의 모습들로 도심 지하철의 수채화에 한폭의 주인공으로 그려지고 있다.
목적지역인 하단역에 내려 잰걸음으로 출구를 빠져 놔왔다.
밖으로 빠져 아오니 어디선가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온다.
오늘 출발지인 을숙도 수자원공사 물문화관 광장이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든다.
걸어가면 10여분 정도면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인지라 일단 지나가는 분에게 물어 보니 택시를 타고 가란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준비시간과 여유를 좀 갖고자 택시를 탔다.
도착해서 보니 20여분 정도가 걸릴 것 같은 꽤 먼 거리임을 알았다.
이윽고 대회장소인 을숙도 수자원공사앞 물문화관 광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출발 준비를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울트라 동호인들과 자신이 함께온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회본부 앞에 가서 서명을 하고 배번호(2026)를 받았다.
일단은 달릴 수 있는 준비를 하기위해 탈의실로 들어가 가방을 풀고 테이핑하고
옷갈이 입고 바셀린 바르고 세탁해서 준비해온 마라톤화를 신고 끈을 맨다.
나보다 일찍 도착한 주자들은 벌써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고 탈의실을 빠져 나갔다.
대구에서 내려온 최고봉님이 옷 갈아 입는 내 모습을 보고는 카메라를 들이댄다.
씨~익 한번 웃어 주고는 파이팅! 모션을 취해본다.
“종우씨! 고수가 뭐 그리 테이핑을 심하게 하나~, 나도 해볼까? 테이프좀 줘라!”
“형님! 그정도면 충분합니다. 개안습니다.”하고 웃어 본다.
“오늘 빨리 달리지 말고 나 데불고 가거래이!~”
“에이 형님두 참~, 제가 오늘 형님따라 갈라는데요~ㅎㅎ”
“천날맨날 천천히 달린다고 해놓고 또 나만 놓고 내빼지 마~”하고 농담을 건넨다..
모두 밖으로 빠져나간 탈의실은 이제 나 혼자 남은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전투에 투입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집결지에서 부모님 전상서를 쓰는 기분이 드는 탈의실의 모습이다
숨고르기를 해본다. 오늘 어떻게 달릴까?~~ 천천히, 아니면 빠르게~....그냥 몸이 되는 대로 달리자, 처음이니~
처음 아롱드롱님하고 출전신청을 해놓고는 내심 30시간대 초반전후로 달려볼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함께 달리기로 했던 아롱드롱님도 없고~,
혼자 달릴까? 아니다 울트라 마라톤은 혼자 달리는게 아니다. 함께 달리는 길이 더 아름답다.
동반주~ 참 의미있는 단어다. 인생에서 반려자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생활속에서 늘 동반주자를 만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기쁨도주고,
고통도 주기도 하고, 행복도 느끼고, 사랑도 주고... ...
오늘 만나는 주자들과는 어떤 모습으로 동반주를 하게 될까?
그것은 내 스스로의 마음과 결정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 밖으로 나가니 대회진행자가 마이크를 잡고 대회진행순서를 알리고 있다.
의성이 고향인 부산의 울트라 고수 한분이 반갑게 맞아 준다.
내일 아침에 자봉으로 나오겠단다.
“시원한 캔맥주 하나 사들고 갈께요!”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감사 합니다. 낼 아침에 뵐께요!”
오늘 함께 동반주 하기로 한 진해의 울트라 주자와 악수를 하고는 대회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컷 ‘찍었다.
대구의 최고봉님하고도 일행이 되어 파이팅을 외치며 함께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둔다.
이제 전선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잠시 오늘 나를 있게해준 부모님과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려 본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을 위해서도 소중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여보! 사랑합니다.!” 이 한 단어가 당신 마음속에 행복하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딸! 아빠에게 힘이 되어 줘서 고맙다! 세상에는 혼자가 아니란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프로인생의 길을 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입니다.
60여년전 조국이 부를때 말없이 전장터로 나왔던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최후의 보루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낙동강의 역사가 오늘도 말없이 흐르른 강물이 되어
오늘 달리고자하는 이곳 낙동강 하상의 중앙인 을숙도에 서 있습니다.
“먼저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호국영령의 숨결이 살아 있는 6.6현충일을 맞아
그때 느꼈던 님들의 고귀한 마음보다는 못하지만, 작지만 소중한 마음으로 오늘 함께 느껴 보고자 여기에 서있습니다.
편히 쉬십시요! 달리는 동안 함께 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대회장인 주복노님의 선창으로 출발 카운트 다운을 모든 주자들과 함께한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출~발!”
6월6일(토요일)00:00
우르르 출발선을 서서히 빠져 나간다. 모두들 제각각 소중한 마음을 담고...
우리 일행도 맨 후미 쪽 그룹에서 서서히 출발한다.
물 광장을 나와 좁은 인도블럭을 따라 조금 나오니 긴 다리를 따라 낙동강을 바라보며 건넌다.
을숙도와 서쪽 김해방면으로 향하는 길로 가기 위해 제방뚝을 따라 한참을 강변을 따라 달린다.
시원한 강바람과 건너편에 보이는 부산 시내의 야경을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모든 것을 잊고 달리기에 충분하다.
주자들의 페이스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각자의 마음대로 오늘 자신이 달리고자 하는 소그룹들로 나뉘어져 가고 있다.
낙동대교와 구포대교를 옆으로 지나치며 한참을 달리니
부산시와 경남의 경계를 알리는 대동면 이정표(17.4km지점)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일행은 잠시 물도 마실겸 잠시 걸으면서 오늘 가야할 길에서 서로의 마음을 교환하며 다시 한번 서로에게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
계속되는 평탄한 주로를 달린다. 차로의 갓길이 좁아 조금 불편하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보름달이 환하게 비춰주니 달리는 주자들에게는 더 없이 낭만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함께달리는 동반주자(안창섭님, 강순태님)와 그동안 알고 지내던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밀양시 상동면 이정표(28.6km)를 통과한다.
4시간 가까이 달리다 보니 덮기도 하고 갈증도 난다.
30km지점을 통과한다. 슈퍼마켓이 보인다. 우리 일행은 콜라한잔 하고 가기로 했다.
앞서가던 많은 주자들도 가방을 풀고 무엇인가 제각각 먹을 것을 보충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다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시원한 콜라 한잔이다.
갈증과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주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음료수이다.
우리일행은 콜라 큰병한개와 쵸코파이 등 간단한 먹을 거리를 구입한후 한잔씩마시고
물을 보충하고 남은 콜라를 빈병에 채워 챙긴다.
제1CP(50km지점)까지는 주변에 매점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꼭꼭챙겨둔다.
초반 페이스 조절과 컨디션 유지를 위해 스트레칭을 한후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한바탕 먹고나니 촐촐하던 배고픔도 조금은 가시고 재충전이 된거 같다.
마을을 조금 지나자 우측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좌측으로는
대구부산간고속도로에 화물차들이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움이 가시기 시작하고 새벽녘이 되니 졸음이 오는 느낌이 든다.
운동화에는 모래가 들어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한시간정도를 주행하며 낙동강을 비켜 고속도로 밑으로 좌회전하면서 언덕길로 접어 들기 시작한다.
작은 마을앞 버스승강장에서 일행은 잠시 멈춰서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나도 운동화를 벗어서 양말을 뒤집어 털어서 모래를 빼냈다.
따끔따끔하게 찔리던 모래가 빠져 나가니 훨씬 시원하고 발이 편하다.
일행중 안창섭님이 지난해 이 코스에 경험이 있어 길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니 많은 도움이 된다.
조금후에 언덕에 시작되니 채비를 좀더 해서 가자고 한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다시금 약간의 경사도가 있는 길을 오르고 있다.
주변 풍경을 보니 이제 대지는 새벽이 걷히고 아침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5km를 조금 더 가다 보니 해발200m인 무척산 고개정상(43.5km지점)을 걷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만 달려와서 인지
오랜만에 나타나는 무척산의 고갯길은 잠시 우리 일행의 여유를 갖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 좋다.
산이름 그대로 무척 좋은 산이로구나 하면서 우리일행은 본격적으로 아침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조금 더 걸어 본다.
이제는 우리 일행은 걷고, 쉬고, 달리는데 어느정도 호흡의 리듬이 함께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주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것이 아마도 울트라마라톤의 촉감인지도 모른다.
풀코스만 달리는 주자들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사람사는 기운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길에 동반주자가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런너스클럽의 동호회 회원 분들이 완주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보내준 문자를 잠시 확인하며 답장을 해준다.
밀양방향을 알리는 도로 안내표지판을 보면서 제1CP지점을 향해 계속 달린다.
주변에 딸기나무를 재배하는 밭들이 많이 보인다.
길가에 있는 열매 몇 개를 따먹으니 천상의 맛이다.
달콤한 열매 몇 개가 입안을 감싸면서 피로회복을 도와준다.
아침해가 뜨고 주로는 이제 더운 느낌이 든다.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제1CP(50km지점)이 생림가든에 도착했다.
통과 제한시간(오전 8시)에 1시간 20여분 정도 빠르게 도착하여 운동화끈을 풀고 양말을 벗었다. 발의 피로를 풀고 습기가 차서 물집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간단히 국밥 한 그릇을 먼저 먹은후 최고봉님이 권하는 막걸리 한잔을 했다.
“형님! 어찌된 겁니까? 안 뛰시고 자봉하시는지?”하고 물으니
“그만 뛸란다~ 발목도 않 좋고 연습하지 않아 힘들대이~, 종우씨는 오늘 페이스 좋네~”하고 대답한다.
30km지점에서 부상이 와서 중도에 그만 두고 잠시 자봉으로 전환 했단다.
사진 한컷을 찍어 준다. 이쁘게(???)포즈를 잡고 우리 일행은 한 장 사진을 남긴다.
한 20여분 쉬면서 스트레칭하고 양치질하고는 다시금 양말을 털어서 신고 일어났다.
뒤에 도착한 주자들에게 먼져 길을 떠난다는 인사를 하고는 또다시 달린다.
아침의 태양이 우리일행의 주로를 조금은 힘들게 하려나 보다.
썬크림도 출발전에 빠뜨리고 와서 제2CP(10.1.6km지점)까지는 그냥 가야될 형편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는 졸음도 가시고 달리는 데는 컨디션 회복이 되었다.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서 낙동강의 멎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삼랑진교(56km지점)를 건너고 있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삼랑진교)로 불리우는 다리를 건너기전 우리 일행은 잠시 넉을 잃고 빼어난 주변 풍경에 도취해 본다.
카메라를 휴대한 사람이 없다.
안창섭님의 휴대폰 카메라로 좁은 다리의 중간에 서서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다리이다 보니 달리는 주자들이 차들이 오면 잠시 멈춰서서 옆으로 비켜 줘야 하는 오랜된 다리이다.
콰이강의 다리 중앙에서 우측으로 바라보는 경부선철교와 고속도로 교량, 국도의 교량 등 또다른 4개의 다리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운치는 우리 일행의 피로를 풀어 주는데 보약이 되는 듯 하다.
다리를 막 통과할 즈음 런클의 호찌님이 설악산 등산중에 잘 뛰고 있냐고 전화를 걸어온다.
안전상 전화를 받지 못하고 다리를 다 건넌 후에 전화를 하기로 하고 받지 않았다.
콰이강의 다리를 무사히 건너자 주최측 진행요원이 카레라를 들고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으며 기념사진을 찍어 준다.
감사 하다는 말을 건네고 삼랑진 읍내로 향한다.
조금전에 받지 않은 전화를 걸기 위해 부재중 걸려온 호찌님께 전화를 걸었다.
설악산에는 비가 내린 모양이다.
“형님! 이곳은 비는 안오고 해가 떠 있습니다. 조금 덥네요! 감사합니다. 등산 잘하세요!” 하고는 삼랑진역 앞에 있는 슈퍼에 들러 가방을 풀고 원탁 테이블에 앉았다.
몇 몇 뒤따르던 주자 들도 우리 일행이 있는 슈퍼로 들왔다.
막걸리 두병과 배추김치 한봉지를 사서 둘러 앉아서 시원하게 한잔씩 마신다.
오랜 옛날 이곳은 아마도 주막 이었으리라.
영남지방 물류의 중심이던 삼랑진.... 배가 들어오고, 상인들의 왕래가 번창하던 곳....
잠시 옛날 역사의 한 현장에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또 다른 추억을 간직해본다.
옆에 있는 주자들에게 한잔씩 나누어 주다 보니... 한잔이 부족하다.
안창섭님이 여기를 지나면 조금 후부터는 언덕이고 , 언덕을 넘으려면 조금 더 먹어 둬야 한단다.
우리 일행은 한 병을 더 주문하여 한 잔씩 더 마셨다.
그리고는 가게 앞에 있는 수도꼭지에 대고 시원하게 머리를 감으니 상쾌하다.
이제 다시 채비를 하고 가야할 길을 위해 달린다.
조금 지나자 좌측의 중턱 산자락에 자리한 삼랑진 양수발전소의 모습이 이채롭게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파른 천태산의 언덕길(해발242m)을 걷고 있다.
올라오는 길을 뒤돌아 보며 바라보는 삼랑진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낙동강의 굽이치며 유유히 흐르며 감아 도는 모습과 주변 마을과 푸르고 높은 산의 절경이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에 우리 일행이 힘겹게 오르며 흐르는 땀을 닦는 모습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기에 감동할 수 있는 행복한 고행인지도 모른다.
두 시간여를 걷고 달리기를 하면서 어느 덧 천태산 정상을 내려와 배내골로 접어 드는 원리삼거리(74km지점)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밀양댐 방향으로 가고 있다.
10시50분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밀양댐과 영남알프스 일대의 고지대를 돌아서 다시금 이 자리에서 만나는 교차점이다.
중간 CP까지 도착하여 점심을 먹기에는 좀 무리가 가는 시간이다.
잘못하면 전체적인 페이스 조절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는 애매한 시간이다.
달리는 중에 만난 한 분과 4명이서 삼거리의 맨 처음 식당으로 들어가 잠시 여장을 풀고 휴식도 할겸해서
점심을 일찍 먹기로 하였다.
하지만 중간에 만난 한분은 그냥 가겠다고 한다.
속이 안 좋아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분은 발목에 부상도 있고 하여 조금 먼져 출발하면서 주행 중에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고는 우리 일행 세 명은 식당에 앉았다.
국밥 한 그릇씩 주문을 해놓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하고 발도 씻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본다.
서로가 바라보는 우리 모습이 팔도를 유람하는 유랑극단의 한 무리와 흡사한 모습이다.
이윽고 주문한 국밥이 나온다.
각자가 수저를 들고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안창섭님이 “에이~ 국밥이 뭐~이래!!” 번지 수 잘 못 찿았다고 불만이다.
반 그릇 쯤 비우고 그만 먹는다.
나는 한 그릇 여유있게 다 먹고 일어났다. 배고픔이 시장이다.
울트라 마라톤을 하다 보면 개중에 먹기에 힘들어하거나 소홀이하는 분들이 가끔씩 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달리는 도중에 힘들 레이스를 하거나 완주 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래서 동반주 중에는 가급적 동료에게 기회가 되면 먹기를 권하고 입맛이 없는지 여부를 물어 본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선두와 후미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페이스를 조금 올려 주행하기로 하고는 선두가 보일 때까지 계속 달린다.
한 무리의 주자들이 배내골 고개정상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일행도 앞서가던 주자들의 500여 미터 앞에 가서 오르막길을 주행한다.
잠시후 “배내골입니다.”라는 안내 간판이 있는 배내골 입구 고개정상(86km지점)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잠시 내리막을 걸으며 호흡을 조절한 후 다시금 밀양댐 방향으로 접어드는 삼거리를 좌회전하면서 오르막 주로를 달린다.
오랫동안의 가뭄으로 인해 호수의 밑바닥이 거의 보이는 밀양댐 상류를 오르며 바라보는 마음은 그리 기쁘지만도 않다.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만수위로부터 100여미터 정도가 말라버린 호수의 앙상한 모습은 타 들어가는 농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며 달리게 한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걸으며 바라보는 밀양댐 호수의 주변 경관은 상당히 수려하다.
한참을 걷자 그래도 달릴 수 있는 경사도가 되는 언덕이 나온다.
정상에 다 와가는 지점이지만 너무 걷기만 하는 것 보다 조금 달려 주는 것이 페이스 조절에 도움이 되기에
우리 일행은 한 500여미터를 땀을 흘리며 달려서 밀양댐전망대가 있는 정상(92km지점)에 도착 했다.
몇몇 주자들이 먼저 도착하여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원리삼거리 지점에서 만나 먼져 올라간 일행 한분을 만났다.
우리도 전망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포장마차에 둘러앉았다.
젊은 자매로 보이는 아줌마 둘이서 반가운 모습으로 우리 일행은 맞아준다.
장삿속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없는 먼 거리를 가는 길손에게 주는 편안함 그대로다.
“아가씨! 여기 동동주 한 병 주세요!”
“예!~ 이거 우리 포장마차 별미 인데요~ 맛보시고 다시 찿아 주세요!”
“아줌마! 이거 밀주 아녀요?”하고 농담을 건넨다.
밀주면 돈 안줘도 되는데...하면서 맛있게 한 잔씩 돌아가며 마신다.
탁주에 호박을 넣고 발효시킨 맛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점심을 조금 일찍 먹고 중간 CP까지는 아직도 2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거리이기에 적절한 시간에 보충을 한 것 같았다.
포장마차에서 자리를 일어나 내리막을 가는데 좀 전의 포장마차 아줌마가 차를 돌리며 우리 일행에게 응원을 해주고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서 서둘러 자리를 뜨면서 테이블에 모르고 놓고온 강순태님의 지갑을 찿아서 전해주고 간다.
우리 일행은 중간CP까지 가는 내리막에서 시간을 조금 당기기로 하고 댐 휴게소 화장실에서 잠시 들려서 각자가 볼일을 보고는 조금 빠른 페이스로 진행하기로 한다.
내리막을 지나 두 시간여를 더 달려서 중간 CP인 아불삼거리(101.6km지점)에
제한시간을 1시간 20여분 앞당겨 여유 있게 14:40분경 도착했다.
체크포인트 지점이라 대회 진행요원에게 배번호(2026)와 통과시간을 기록하고는 출발지에서 맏겨둔 개인 물품보관용 가방을 찿아 들고 식당 안으로 들어 갔다.
먼저 도착한 많은 주자들이 방안의 식탁테이블에 둘러 앉아 음식을 시켜놓고 시장기를 해결하고 있다.
나도 가방을 풀어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꺼내들고 식당 한쪽에 있는 작은 세면장에 들어가 후다닥 옷을 벗고는 샤워를 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잠을 청하고 가기로 한터라 일단은 찬물로 발에 냉수마찰도 할 겸해서
머리감고 샤워하니 한결 피로가 풀린다.
식당 주인은 이리저리 주문 받느라 정신이 없는듯하다.
우리도 된장찌개를 3인분 시킨 후에 식당의 방 한 구석에서 잠시 드러누웠다.
잠을 청해보고자 자세를 잡고 누우니 주변이 시끄럽고 하여 잠을 자기에 불편하다고 밥이나 먹자고 안창섭님이 주인을 부른다.
“아저씨! 여기 밥 안 나와요?”하고 식당주인에게 소리 불러 다시 주문을 확인한다.
한 30여분이 지나서 주문한 밥상이 차려 진다.
우리 일행은 한 그릇씩 먹고 무릎. 발목. 발바닥 등에 부상방지를 위해 다시 테이핑하고 , 썬크림도 바르고 하여 출발 준비를 한다.
이미 먼저 온 주자들과 후미에 들어온 주자들도 서둘러 길을 떠난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주변에는 몇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후미에 있던 주자 들이 제한시간이 임박하여 바쁘게 들어오는 모습만이 보인다.
우리 일행은 다시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삼거리를 우회전하면서 작은 슈퍼에 들러 할머니에게 캔 맥주 3개를 집어 들었다.
할인점보다 두 배정도나 비싼 가격에 파는 시골의 구멍가게지만 그래도 하는 수 없이 집어 들고 나와서 한 캔씩 들고 마시며 잠시 걷는다.
주최측과 식당에서 제공하는 막걸 리가 없는 터라 우리 일행은 캔 맥주 한 캔을 비우면서 앞으로 계속될 언덕을 오르기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한다.
“자~ 이제 좀 달려 봅시다!”하며 내가 먼저 달릴 것을 주문한다.
“형님! 계속 언덕인데~ 좀 더 걸읍시다~”하며 계속 걷자고 한다.
“그럼~저기 앞에 보이는 모서리까지만 걷고 뜁시다.!”하고는 같이 보조를 맞추며 함께 걷는다.
한 1키로 정도 지나자 우측의 천황산(해발1,189m)에서 뻗어 내려온 가파르고 구불 구불한 경사의 도로가 걷기를 주문한다.
천황산의 줄기능선(해발550m)을 뜨거운 태양아래 숨 가쁘게 오르자 내리막이 나타났다.
우리 일행은 뒤쳐진 시간을 잠시 만회하기 위하여 조금 페이스를 올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따라 오던 강순태(배번호 2001/ 제일빠른 배번호다)님이 발에 약간 이상이 있음을 호소한다.
“그러면 일단은 천천히 부상이 커지지 않도록 자세를 교정하면서 달려봅시다.!”
하고는 페이스를 늦췄다.
울트라 마라톤은 풀코스마라톤과는 사뭇 다른 점이라면 아마도 이런 때 느끼는 서로의 교감일 것이다.
서로에게 배려해 줄 수 있는 마음...
내가 좀 빠르게 달리고 싶지만 상대를 위해 천천히 달려주고...
상대에게 미안함이 안가도록 가능한 그 사람의 옆에서 달려 주는 것...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라고 말하지만...
풀코스(42.195km)를 달리고 나서 승전보를 전하고 쓰러지도록 달렸던 최초의 마라토너도 그랬을까?...
나를 다스리며, 상대가 있기에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수행을 할 수 있는...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란 이런 것일까?...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것 못지않게 상대와 교감하며 달릴 수 있는 울트라 마라톤은 많은 시간을 달려온 주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상생의 삶이라는 행복의 가치임을 안다.
마라톤을 모르는 초보자나 일반인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아마도...
“마라톤은 중독이야!” 라고 대답하며 달리기를 스스로 꺼려할 지도 모른다.
승부를 위해 달리고..., 기록을 위해 달리고,,...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자신과 함께 달려온 배번호를 결승점에서 쓰레기통에 넣고, 시상식이 끝난 후 상금은 주머니에 넣고 상장은 쓰레기통에 넣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느끼지 못하는...
세상사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은 마라톤을 통하여 자신을 수행하고 가꾸며 다른 사람과 교감하며 멋지게 달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마라톤은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잘 달리고, 기록을 어떻게 단축하느냐가 아니라, 마음의 수행을 통하는 행복한 달림이가 되기를 소망하라고 일러 주고 싶다.
우리 일행이 천천히 내려오니 울산 방향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나타났다.
클럽에서 자봉 나온 분들이 113km지점이란다.
수박화채를 한 그릇 퍼주며 먹고 가라고 한다.
“한 그릇 더 먹어도 되죠?” 하며 받아서 먹는다.
여기서 부터는 계속 오르막 이란다. 현재의 속도로 가면 다음 CP(통제점)까지 제한 시간내에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내가 계산해 보니 여유있게 통과가 가능한 시간인 듯 한데....
안창섭닙도 “형님! 시간 충분합니다.” “그렇지? 가능하지?”하고 말문을 주고 받으며 발길을 재촉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페이스를 높인다.
안창섭님이 삼거리에서 잠시 서울에서 내려온 연세가 좀 들어 보이는 분과 몇마디 대화를 주고 받는다.
“지금껏 달려본 200km울트라 중에 제일로 힘듭니다.”라며 아무래도 후반부에 완주가 어려울 같다는 자조석인 말을 하는 사이에 나와 강순태님은 조금 앞서서 달리고 있다.
강순태님도 어느정도 부상에서 회복 되었는지 달리는게 좀더 편하다고 한다.
지체된 시간도 만회할 겸 좀 달리자고 한다.
그러나 뒤따라오던 안창섭님의 모습이 점점 더 멀어진다.
“조금 페이스를 낮추지요!”하면서 후미에 따라오는 주자를 기다리며 달린다.
후미 주자가 합류한다.
“올해 64세 이신데 완주가 어려울 것 같아요!”하면서 서울에서 오신 주자와 인사를 나누고 왔단다.
“좀 빠르게 걷겠습니다.!”하면서 그런대로 달릴 수 있는 경사도의 오르막인데 이번 구간에서 페이스를 조금 올리겠습니다.
우리 일행은 언덕을 빠르게 올라간다.
앞서가는 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오르막을 극복하며 한참을 달려왔다.
“형님! 좀 쉬었다 갑시다!”하며 안창섭님이 길 바닦에 여장을 푼다.
“그럼 스트레칭 겸해서 잠시 쉬고 갑시다.”
우리 일행은 길 모서리의 공간에 드러누워 발은 하늘로 치켜들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둠이 짙어간다. 잠시 쉬고 있으니 영남알프스의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돈다.
강순태님이 체온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자 “이럴 줄 알았으면 바람막이를 넣고 오는 건데....”한다.
“제 가방에 바람막이와 일회용 우의를 챙겨 왔으니 이따가 필요하면 얘기 하세요!” 하면서 다시 달려서 오르막을 넘을 것을 주문해 본다.
일행은 다시 일어나 페이스를 높여서 달린다.
사랑하는 아내의 휴대폰 문자가 들어왔다.
“잘 달리고 있어요? 얘들하고는 저녁을 먹었는데 뭉치(우리집 애완견 이름이다.)가 피똥을 누고 힘들어 해!”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나오면서 뭉치에게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온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컨디션 좋고 아픈데 없음...ㅎㅎ, 잘 달리고 낼 아침에 전화할께! 뭉치좀 잘 챙겨 줘요!”라고 답장을 보내고는 다시 달린다.
두 시간여를 달려오니 배도 출출해진다. 주변에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다.
주로의 진행요원들도 피곤한지 보이지 않는다. 앞서가던 주자들을 몇몇 추월하며 달린다.
달빛에 비춰지며 보이는 영남 알프스의 장엄한 산등성이만이 우리 일행과 함께하고 있다.
오르막을 거의 다 올랐다고 생각 될 무렵... 포장마차가 보인다.
마치 산맥을 넘기 전에 마지막 주막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다.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여성주자 한분을 포함하여 네 명이서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우리도 칼국수 한 그릇씩과 동동주 한 병을 주문했다.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동동주 한잔씩을 나누어 마셨다. 따듯한 기운이 올라온다.
계곡에서 올라오는 찬 기온이 주자들을 긴장 시킨다. 강순태님이 어느새 안창섭님의 바람막이를 꺼내서 빌려 입는다.
오르막이라 그런지 땀이 나서 아직은 추위를 견딜만하다.
칼국수를 한 그릇씩 비우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려왔는데도 바로 앞에 120km 거리표지가 주로상에 표시되어있다.
다시금 오르막을 달리기 시작해 본다.
좌측으로는 경남 밀양시와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 위치한 운문산(해발 1,118m)과 우측으로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고갯길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석남터널(122km지점/해발650m)을 통과하고 있다.
“잠시 쉬어 가지요!” 강순태님이 다리발목 위쪽으로 통증을 호소한다.
잠쉬 쉬기로 하고 가방 안에 있던 맨소레담로션을 꺼내어 발라 주고 압박붕대로 감쌌다.
“불편하거나 힘들면 얘기하세요!”하고는 내리막을 보조를 맞춰서 천천히 달린다.
이제는 한 밤중이다. 이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면 우리는 목표지점에 도착하겠지...
이틀째 밤을 달리노라니 이제는 모든 것에 초연해 지면서 몸이 가는 대로 자연과 함께 달린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지루함이나 고통의 순간도 잊어버리고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삼거리 길에서 우리는 우회전하며 밀양댐 상류의 배내골 방향으로 가는 방향으로 접어들자 다시 오르막이 나타난다.
“걸어갑시다!” 안창섭님이 주문한다. “그럴까요?”
구불구불 급경사의 오르막을 오른다. 지금까지 달리며 넘어본 급경사중에 제일 급하고 긴 구간인거 같다.
한참을 걸어서 올라오자 배내고개 정상(해발 685m)이다.
이제 부터는 길고긴 내리막이 시작된다고 안창섭님이 귀뜸한다.
“그러면 여기서 페이스를 올려서 갑시다.”
우리 일행은 강순태님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페이스를 올려서 내리막을 달린다.
계곡 좌우로 보이는 펜션에서는 주말의 여행객들이 환하게 불빛을 밝히며 불러대는 노래방소리와 함께 주로를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놀러온 아이들은 그 무엇이 신나는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밤을 잊은 채 놀고 있고,
함께 온 연인들은 평상에 둘러 앉아 밤이 새는 것을 아쉬워하며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제는 주변의 훤한 펜션 불빛을 보는 것도 지루함으로 느껴진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안보이는 펜션의 불빛과 함께하는 내리막...
시계는 자정을 넘어가고 있다. 우리 일행은 잠시 도로가의 평상에서 스트레칭도 할겸 휴식을 하며 눕는다.
제3CP까지는 제한시간내 통과가 충분할 것 같다. 양말을 뒤집어 털어서 다시 신었다.
강순태님의 부상 정도와 계속 달리는데 지장이 없는지를 물어본다.
달릴 수 있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반주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 아픔을 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금 채비를 하고 달려본다.
얼마 달리지 않아 제3CP(144km)인 배내골 대리사거리에 도착 하였다.
알고보니 어제 아침에 지나간 밀양댐 상류로 올라가는 길의 갈림길 이었다.
통과기록 체크를 하는 진행요원에게 배번호(2026)와 통과시간을 기록하고는
자봉나온 클럽의 회원들과 주최측 진행요원들이 제공하는 떡국 한 그릇을 받아들고 간식으로 먹은후 잠시 땅바닥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해본다.
어제 저녁 무렵 영남알프스의 언덕을 넘기전 삼거리에서 수박화채를 나누어 주며 자봉하던 어는 클럽의 경험자가 CP통과시간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던 것이 생각난다.
제한시간보다 1시간 20분정도 빠른 정오를 30분여가 지난 시간에 도착하였다.
아마도 제한시간에 임박할 것이라는 조언에 영남알프스의 언덕을 거의 쉼없이 달려온 덕분에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함께 동반주 하고 있는 강순태님의 보이지 않은 배려와 아픔을 견디며 여기까지 달려준 고마움일 것이다.
이제 부터는 CP통과에 대한 부담없이 결승점인 낙동강의 을숙도 까지 주어진 제한 시간까지만 도착하면 되기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주로를 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 일행은 가방을 챙겨들고 자봉하는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그 자리를 떠나 언덕길을 오른다.
한시간 정도를 걸어서 배내골 입구 고개 정상에 올랐다.
어제 점심때 올라오던 길을 새벽에 내려가고 있다.
이틀 밤을 꼬박 지새우며 달리다 보니 이제는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달리는 다리의 감각과 앞으로 진행하는 시선의 감각이 제각각 따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온다.
다른 일행도 중간에 좀 쉴만한 곳에서 한 시간 정도 자고 가자고 주문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 버티면서 달려오던 동반주자 강순태님이 최악의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우리는 잠시 걷기로 한다. 잠이 오고, 함께 동반주자를 부축하며 내리막을 내려오지만 한 발짝을 옮기는 데도 한참씩 걸린다.
10키로 정도의 긴 내리막을 내려가면 어제 점심을 먹던 원리삼거리가 나타나고,
그 지점에서 중도포기자를 위한 회송버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조금전 CP에서 간식을 먹으며 전해 들었던터라 그 곳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같이 가자고 독려해본다.
하지만 동반주자의 상태는 점점 걷기조차 어려워지고 강순태님도 더 이상 우리와 같이 결승점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다.
“형님! 삼거리까지 먼져 내려가서 좀 자고 계세요!”
“삼거리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같이 가서 차를 타고 복귀하시죠?”
“형님! 안될 것 같아요~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테니 먼져가서 좀 눈좀 붙이세요!”
“그럼~ 아래 삼거리에 가서 기다릴께! 진행요원 만나면 차를 좀 보내달라고 할께!”하면서 내리막을 내려온다.
한 30분정도 내려오니 길가에 버스 주차장이 보인다. 좀~ 쉬어갈까? 뒤에오는 일행도 기다릴겸 졸리운 기운을 달래기 위해 간이 벤치의자에 드러누웠다.
짧은 순간 춥다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깜박 잠을 잤다는 생각이 든다.
“형님! 뭐 하십니까? 삼거리 버스 있는데 가서 좀 자고 갑시다!”
“강순태님은?”
“안되겠어요? 차에 태워서 보냈어요!”한다.
다행히 지나오던 차량을 만나 태워서 보냈다고 한다.
이제 동반주자 한명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안창섭님과 나는 졸음을 참으며 내리막을 계속 달린다.
혼자 달릴 때 보다 많은 도움이 되고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동반주자의 힘이 아닐까?
약간 빠른 페이스로 달려서 내려오다 보니 앞서가는 주자들이 보인다.
이윽고 삼거리에 도착하니 새벽 4시경이다.
추위를 피해 버스 안으로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서 양말을 벗고 발을 천정으로 향하게 올려놓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으니 금방 잠이 온다.
버스안은 중도포기자와 일부의 주자들이 아무말 없이 어둠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시간정도 단잠을 잔 것 같다.
거의 동시 동반주자인 안창섭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갑시다!”한다.
우리는 단잠을 자고 있는 중도포기자들의 잠자리를 빠져나와 버스 밖으로 나왔다.
새벽 강바람이 싸~아~하고 불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다른 주자들은 모두 먼저 출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봉요원에게 물 한병을 받아서 가방에 챙겨 넣고는 신발 끈을 매고 출발한다.
새벽이 걷혀가고 있는 시간이다.
잠시 걸으면서 컨디션 조절을 한다.
“이제 좀 뜁시다.!” 양산.물금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나지막한 언덕을 달리다 걷다를 반복한다.
산 아래로 낙동강의 멋진 전경이 펼쳐져 보인다. 강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얼마를 달려서 양산읍내의 시가지에 접어 들었다. 아침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인듯 하다.
편의점 휴게소 식당이 보인다.
“형님! 아침 먹고 갑시다.!”
“그럴까? 그럼 여기서 아침먹고 볼일 다 보고 갑시다.!”
먼저 가던 주자들이 휴게소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 놓고 먹고 있다.
“우리도 라면 먹읍시다!”
“그럽시다.!”하고는 “아줌마! 여기~ 김밥하고 라면 두 그릇요! 화장실이 어디죠?”
안창섭님이 얼른 화장실로 향한다. 볼일 마무리하고 머리감고 발 씻고 돌아온다.
나도 가방을 내려놓고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로 가서 머리감고 용변을 해결하고 나니 산뜻한 기분이 든다.
주문한 김밥과 라면이 테이블 위에 올라 왔다.
두 그릇 주문했는데 주문 착오로 아줌마는 세 그릇을 갖다가 올려놓는다.
“이거 다 먹을려구?”
일단은 한 그릇씩 비웠다. 생각 보다 많은 양이 나와서 한 그릇은 나누어서 조금씩 더 먹고는 옆자리에서 마을 아저씨들로 보이는 분들이 아침 일을 마치고
소주 한잔을 곁들여 둘러 앉아 있기에 남은 양의 음식을 양해를 구하고 전해 드렸다.
가방에서 새로운 양말 한 켤레를 꺼내어 마지막으로 갈아 신었다.
볼일 보고, 아침을 먹고, 컨디션 조절을 하고 나니 상쾌한 기분으로 달리기 좋다.
조금 더 달려서 물금읍 시가지로 접어드는 언덕길을 오른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문자를 넣는다.
“잘 달리고 있어요~ 170km지점 통과~11시경이면 도착가능~ 수고하삼^^♡♡♡”
“완주하세요! 힘내! 홧팅!”하고 답장이 온다.
언덕길 정상에 올라오니 시가지와 낙동강이 넓게 펼쳐져 보인다.
이제부터는 지루한 평지와 시내를 통과해야 한단다.
잠시 언덕을 내려오며 강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을 피부로 느껴본다.
휴대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여보! 식사 했어요? 얘들하고 뭉치는? 나는 잘 달리고 있는데~”
“밀양에 당신 친구 있잖아? 시간되면 보자고 해봐요?”한다.
사실 이 친구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알고 지내온 사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지금 서울에 올라가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이따가 보고 시간 되면 전화해보고 만나보고 갈께요!”하고 대답해둔다.
아침의 기운과 강변을 바라다보며 느끼는 이 자리에 아내와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전화기를 꺼내 사랑하는 아내의 음성을 듣고 싶었던 거였다.
항상 힘들때면 옆에서 지켜주는 인생의 동반자! 사랑하는 아내다.
“이따가 골인하면 문자할께요!”하고는 내리막을 천천히 달려서 내려온다.
복잡한 시가지에 접어들었다.
하늘에는 6월의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고 도로가의 차들은 화석연료를 태우며 달리는 우리들에게 마지막으로 고통의 인내를 강요하는 것 같다.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달려온 거리를 보면 얼마 오지 않았다.
골목길 같은 주택가와 고속도로밑의 잘 가꾸어진 화단이 길게 계속되는 우레탄길을 달렸다.
이윽고 부산광역시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지나가던 자봉하는 한 분이 차를 세우고 죽과 콜라한잔을 권하며 먹고 가라고 한다.
고맙게 받아먹으며 잠시 멈춰섰다.
“여기가 몇 키로 지점이죠?”
“좀 더 가면 금곡지하철역이 나오는데~ 거기가 180km지점입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는 다시금 큰 도로가를 따라서 달린다.
한참을 지나서 금곡역을 지나간다.
“아저씨! 여기서 강변의 뚝방길로 가는 통로가 어디죠?”
아저씨는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아마도 달려본 경험이 많은 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역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한 낮에 땀을 흘리며 힘겹게 달리는 모습의 우리 모습을 보면서 안스러운듯 쳐다 본다.
그래도 어디에선가 나지막한 소리로 들리는 소리에 우리는 힘을 얻는다.
“힘내세요! 힘! 홧팅!”하는 소리가 가까이 들여온다.
고맙기도 하고 함께 한다는 기분이 묘하게 든다.
지하철역에서 강변 쪽으로 작은 계단을 내려가니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잘 포장된 낙동강의 길게 뻗은 제방길이 나타난다.
한참을 달린다.
강변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온 사람들과 건강을 위해 걷거나 체육기구들을 가지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동반주자가 강변 공원 산책로 주변에 있는 화장실이 보이자 얼른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온다.
나는 그사이에 제방 벤치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한다.
계속되는 넓은 강폭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 저녁에 출발하던 반대편의 제방에서 달리던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 낮에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달리고 있는 지금은 60여년전 6월의 호국영령들이 전장으로 향하던 무거운 발길과도 같은 느낌이다.
어느 덧 구포대교를 지나고 낙동강변에 위치한 사상시가지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바로 앞에 낙동대교가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
다리를 우회전하면 바로 골인지점이라는 착각이 든다. 다리를 건너면 반대편으로 가게 되는 착시 현상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어제 저녁에 어둠 속에서 출발할 때와 지금 한 낮에 달리며 느끼는 방향감각의 착각이다.
조금 더 달리자 멀리 을숙도의 물문화 광장의 상징탑이 보인다.
동반주자인 안창섭님이 한마디 던진다.
“형님! 여기서 저기까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한 4km정도? 아니면 한 2km정도?”
“여하튼 여기서 부터는 계속 걸어가도 굴러가도 충분한 시간인 것 같은데?”
“좀 빠르게 가볼까?”하고 달려보기를 청한다.
하지만 동반주자는 달리기를 꺼려한다.
“형님! 걸어갑시다! 보도블럭은 영~ 내 체질이 아닌데? 뛰기 좀 그런데~”한다.
사실 보도블럭을 달리는 것은 지금 껏 수백키로를 달려온 주자에게 또다른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란 것을 안다.
“그럼 좀 걷다가 아스팔트 포장이 나오는 곳부터 달립시다.!”
잠시 걷다 보니 횡단보도가 있는 아스팔트 포장된 길이 나온다.
지나가는 차를 먼저 보내주는 배려아닌 여유를 보여주고는 우리는 천천히 달린다.
골인 지점을 바라보며 한참을 달린 것 같다.
제방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경찰 한분과 자원봉사자들이 교통안내를 하며 수박 화채 한 그릇을 주며 마지막 파이팅을 외쳐준다.
한 그릇 더 얻어서 받아 들고는 천천히 보도블럭이 끝나는 지점까지 또다시 먹으며 마무리 정리를 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어본다.
그런데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시간은 제한시간을 임박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 안되겠는데? 저기 보이는 거리가 보기보다 상당히 긴것 같다. 뜁시다!”
우리는 그때서야 페이스를 올려서 달린다.
군데군데 공사를 하고 있어 계속 달리기에는 좀 불편하다.
이윽고 마지막 을숙도로 이어지는 낙동강 하구언 갑문이 설치된 다리 위로 접어 들었다.
“걸을까? 달릴까?”~ 사람들도 많이 지나가고 있어 보행자에게 민폐를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냥 걸어갑시다.! 마지막 골인점 에서만 좀 자세 잡고~ 포토존에서 잠시 예의를 갖춥시다.!”하고는 걷는다.
뒤에 오는 주자가 걷고 있는 우리 일행은 골인점을 앞에 두고 추월한다.
우리는 “허! 참!~ 울트라 주자는 결승점에 다가와서 추월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데!”하면서...
먼 거리를 달려온 주자에 대한 배려이다. 그 에게도 나름대로의 고통을 이겨내며 달려온 인생이 있기에 결승점의 주자를 추월하지 않는다.
결승점에는 자신을 기다려온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 .선.후배들이 있기에 굳이 추월하면서까지 그 기쁨을 빼앗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알기에 배려하는 것이다.
함께 달려온 동반주자인 안창섭님 역시 울트라 고수다.
그러기에 방금전에 결승점 100여미터를 앞에두고 추월한 주자를 또다시 뒤 따라가 추월하지 않는 것이다.
추월할 수 있는 힘과 스피드. 컨디션은 충분하지만 똑 같은 우를 범하면서 까지 타인의 인생에 찬물을 끼언져서야 되겠는가?
마지막까지 함께한 동반주자가 한 없이 존경스러워진다.
방금전에 추월하여 골인한 주자가 포토존에서 기쁨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잠시 멀리서 멈춰서서 좀 기다린다.
“이제 뛰어 들어 갑시다.” 결승선에 있는 진행요원들이 씨~익 웃는다.
먼 길을 함께 달려온 동반주자와 두 팔을 높이 들고 피니쉬라인을 통과한다.
34시간 27분
잠시 멈춰서 포토존에서 완주자의 포즈를 취해본다.
처음으로 경험해본 낙동강 울트라 200km의 긴 여정을 완주하는 순간이다.
함께 무사완주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기원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에게 감사한다.
아내에게 완주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나서 진행요원이 권해주는 막걸리 한 잔을 마시니 그동안의 피로감이 풀리는 기분이다.
오늘 완주를 할 수 있도록 도움과 배려를 해준 동반주자인 안창섭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처음 함께 출발하며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중도포기를 선택하여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아픈 고통을 쉽게 표시하지 않고 완주에 이르도록 해준 강순태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달리는 동안 힘을 실어 주신 대구응급강사회 분과 런너스클럽의 여러 고마운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산의 지하철 하단역으로 향하는 길에 교통편을 마련해주고 배려해준 KUMF의 부산지맹에 계신 김종섭&황현숙 부부님과 주복노 대회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하철 하단역에서 부산역을 가기위해 전철에 오르니 잠이 쏫아진다.
졸고 있는 사이에 두정거장을 건너뛰어 다시 내려서 반대편 게이트로 들어와 부산역에 어렵게 도착하여 대구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올라오는 길은 행복한 꿈을 꾸며, 내일을 또다시 기약하며 모든 배려해주고 도움을 주신 분들을 기억하며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완주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올립니다.
2009년 6월 7일
부산 을숙도에서 낙동강 200km를 완주후에
김 종 우 드림
P.S 지금까지 미숙한 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데 감사 드립니다.
첫댓글 수고 많았습니다.
김종우 강사님 굉장하십니다. 멋져부러~~
김종우님이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진짜 몰랐어요. 그저 놀라울 뿐이네요. 주위에 멋진 분이 많아 행복합니다.
다음에 꼭 함께 동반주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자~ 이옥란 강사님 홧팅!!
김종우 강사님 멋지십니다. 제일 마지막 사진에 50%가 아시는 분이네요~ㅎㅎ
강사님..인생을 참 잘사시네요...멋지고...그리고 부럽습니다. 인생도...달리기도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대로 멋지게 나아가는 모습이 굉장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거지요...완주 축하드리구요...앞으로도 멋지게 사시는 모습 지켜볼게요. 건강하세요.
수고많으셨습니다.. 전.. 요샌 1km뛰기도 힘들던데...ㅠ.ㅠ
글 읽다가 죽겠습니다... 참 길기도...
꼴까닥~~~~~ 고생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인생 멋지게 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