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면 산본에 살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번 방문은 내가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그야 말로 "간"을 보는 방문이 였기 때문이다.
카톡을 통해 40여년만에 찾은 고교동창의 제의는 고마웠지만 오랜 세월을 떠나 있었던 탓에 좀 서먹 할 것 같았다.
더구나 42년 지기 절친의 집에도 삼개월이란 긴 시간을 신세지기도 편치 않았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서 잠실의 저렴한(?) 한 유스호스텔에 장기투숙을 하면 디스카운트가 있다는 걸 알고 그곳으로 거처를 정했다.
그런던 중 내게도 어머니쪽 친척이 있었는 걸 알았다. 어머니의 작은 고모님의 아들 즉 어머니의 외사촌이 계셨다.
네게 오촌 당숙이시고 산본에 사시고 계셨다. 당숙의 아들 즉 내게 외육촌인 그는 대학교수로 근무 중이다.
그 동생이 해마다 미국을 한 차례 방문해서 언니를 만났던 걸 출장으로 바쁜 나는 스쳐 듣기만 했었다.
그 동생이 온다길래 저녁을 초대 했다. 저녁 식사 중 언니는 동생에게 내가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얘기를 끄내고
집을 찾는 중 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그 동생이 산본으로 오라는게 아닌가?
그 집 내외는 안식년을 맞아 책 집필을 위해 떠나 있어 집이 내년 2월까지 비어 있다는 것이다.
의외의 제의에 얼떨떨하면서도 안도의 숨을 쉬며 드디어 산본에 입성을 한다.
내가 묵고 있는 이 산본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이라고 하는데 정말 조용하고 좋다.
예상치 않게 이 곳은 쾌적한 곳이다. 군포시가 내거는 슬로건이 "책을 읽는 도시 군포이다".
가까운 곳에 노인복지관을 오픈해서 많은 교실들을 운영 중에 있다.
당숙께서도 영어교실을 다니신다고 했다. 조금 걸으니 e마트도 있고 산본재래시장도 있다.
한국에 온 후 여러가지로 감탄을 하고 있다. 전에 한국에 왔을때 거리에서 피어났던 시궁창 냄새와 담배연기는더이상 없었다.
얼마나 돌아 다녔는지 십만원을 충전한 카드는 재충전해야 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진 "환승입니다" 덕분에 서울사는 친구들 보다
더 많은 곳을 다닌다고 친구들이 감탄한다. 하고싶은 얘기인즉 세상에 교통비가 너무 싸다는 것이다.
천안을 지나 신창까지도 전철이 가능하고 산본에서 소요산까지도 전철을 타고 갈수 있다. 요름이 2,350원.
어머나 ~ 싸도 너무 싸다.
맨해탄에서도 전철을 타보고 보스톤에서도 타보고 와싱톤디씨에서도 타봤는데 한국만큼 싸지 않은것 같다.
다시 산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산본은 내 개인 생각으로는 저중산층이 함께 사는 신도시가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굳이 서울까지 쇼핑을 하러 갈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없는것이 없으니 말이다.
가까이 수리산이 있어 공기도 맑고 도서관이 2곳이나 있고 장애인 시설들도 미국처럼 되어있는듯 싶다.
당숙의 얘기로는 노인들 복지가 아주 잘 되어 있는 시라고 했다.
재래시장 또한 먹거리가 풍부하다. 이곳에 온 후 한 5파운드는 더 찌지 않았나 싶다.
그런가 하면 새아파트는 좀 비쌋지만 전철 역 근처 조용한 곳에 보증금 2~3천 만원에 월 50짜리 아파트도
입주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이 정보 Alexy님 내외를 통해 듣었다)
왠지 작은 보석을 발견한 것 같다. 이 산본이라는 곳.
아직 동네 구석구석 돌아 보지 못했지만 여기저기 기웃 거린다. 알라딘 중고 서점도 인터넷때문에 이마트도 기웃 거리고
24시간 찜질방도 가보고 내게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내가 미국서 하던 모든 것들을 이곳에서 할수 있다.
거기다 보너스로 가까이에 역이민 카페의 Alexy님 내외도 있어 더 친근감이 있다. 또 몇 정거장만 가면 친구도 있으니 말이다.
산본 이라는 곳 왠지 내가 살기 좋은 것 같다. 지금은 처음이라 돈이 좀 헤픈 것은 있다.
그러나 뭐 그리 염려할건 없다. 난 지금 여행중이라는 excuse가 있지 않은가.
사는 걸 어떻게 사는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카나다에서 2년 전에 돌아온 친구네는 집을 구입해서 인지
생활비는 둘이서 2백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내 생각에도 산본이라면 집 값을 제외하고 가능할 것 같다.
산본! 정말 마음에 든다.
첫댓글 마주맘님의 글 속에서 역이민 예비기간 부터 잘 안착하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민족은 다른 어느민족보다 지연,혈연,학연에 관한 Relations 너무 강한 민족입니다.
그 Relations을 잘 나눌수 있다면 한국사회가 아무리 각박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우리세대에서 만큼은 아직도 인간냄새를 느낄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이민을 준비하면서 한국 친구들에게 정말 예상치못한 정신적, 정보적, 도움을 너무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귀국후 거처도 완성되고 통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받았던 고마움을
절대 잊지않고 내가 할수있는 능력만큼 다 꺼내어 줄것입니다.
그것이 내 재능이든, 작은 물질이든 말입니다.
그게 사람사는 正道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안착을 시작하시는 미주맘님께 응원을 보냅니다.
베인님 감사합니다. 애들한테 갑니다. 12월에 뉴욕에 가면 꼭 뵙겠습니다.
지난번엔 동행이 있어 행동에 제약이 있었거든요.
대전에 정착을 결심하기 전까지 일산, 광명, 산본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대규모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라 생활환경은 물론 좋겠고, 아파트 가격(월세)도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서울까지 교통편도 가깝고/편하고, 여러모로 궁리를 하다가 결국 대전에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 서울에 더 가까이 가고픈 마음이 있으면 산본으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산본을 잘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살콘짱님 이제 괜찮치요?
님도 뵈어야 하는데...
이 카페에 팬을 많이 확보 하고 계신거 아시죠?
오늘 군포 중앙 도서관(산본은 군포시의 일부입니다) 에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를 감상했습니다.
영화도 좋았지만 수리산 자락에 위치한 도서관이 부대 시설이 많고 쾌적합니다.
저희 아파트는 전철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아파트에 매주 금요일 토요일에 장이 서는데 규모가 매우 큽니다.
E마트뿐 아니라 뉴코아 아울렛과 킴스클럽이 전철역에 있습니다.
상점 문 닫기 한 시간쯤 전에 가면 부식을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생활비도
많이 절약 됩니다. 그 외에도 중심 상가라는 곳에 나가면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가 널려 있습니다.젊은 부부들이 많고 가족 단위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대도시의 중심 상가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알렉시님, 반갑습니다, 너무 부러워요, 산본에 역이민카페 마을 생기는 거 아닙니까?
여수는 좋은데...그런 문화적인 시설들이 부족해요, 형식적이라고나 할까 ㅎㅎ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는 울 남편 읽을 책 부족하여 안쓰럽습니다.
행복한 일 시작하셨다는 소식...축하와 존경의 마음 보냅니다
에이미님께도 안부 부탁드립니다, 감사 ^^
@은수 언니!
에이미 잘 있어요.
한가지 빠뜨렸어요. 산본은 인구밀도가 높아서
사람 많은 것 싫어하는 사람은 못살아요.
저희는 사람이 좋아요.
ㅎㅎㅎ 두분 저의 든든한 빽인거 아시죠? 정말 커다란 축복 같어요.
미주맘님 글 읽으니 제마음이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오늘 하루 내내 바빴지만 피로가 싹 풀리는 듯 ㅎㅎ
저도 진짜로 리타이어하면 대전에도 몇 달 산본에도 몇달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는 늘 위 쪽이 그리운가 봅니다
기웃기웃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너무 많아 시골보다는 도시를 좋아하는 은수는
주머니 가벼워 서울 입성은 못해도 그 쯤 살면 재미난 일 만을 거 가타서요,
미주맘님, 자리 잡고 기다리이소~~~기웃기웃 함께 놀게 :)))
근데...우리 카페는 모두가 다 작가들 뿐이네여,
미주맘님도 글 차암 잘쓰십니다
(아이고 경주애인님한테 혼나겄네 이런 댓글은 안조타하셨는디 ㅎㅎ 죄송해유, 존 글 보면 하고시포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함께 만나 따뜻한 차와 함께 은수님 시 낭송을 듣는 멋진 시간을 상상하면 입가에 미소가 핍니다. 건강하시고 늘 홧탕입니다.
수리산이 제법 큰 산이라 공기가 좋습니다.다른 신도시들과 달리
규모가 작으면서 잘 계획된 도시입니다.
등산로도 운동하기 좋게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작년에는 분당에서 6개월을 지냈습니다.
분당은 화려하고 규모도 커서 대도시의 느낌이지만
산본은 소박한 중소도시라 모든것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산본? 수리산이 있어 공기가 좋다 듣기는 했는데 그리 숙소가 정해지셨네요? 즐겁게 지내시는것 같아 저도 마음이 좋습니다. 한국생활 잘 하시고 건강하게 돌아가십시요. 재미있는 여행기 계속 올려 주시는거 잊지 마세요. 행복하세요.
세분이서 이렇게 친분을 과시하시니 샘나는 나는 쫀쫀한 인간 입니다, ㅎㅎ카페를 통해서 쫀쫀해지기 싫은데 큰일 입니다,
미주맘1님, 제주는 어찌 안 오십니까?! 듀크님과 제가 있으니 들리실만도 한데 말입니다.ㅎㅎ
저도 젊었을 때는 꿈도 안 꾸었던 역이민을 지금은 눈을 돌려 이곳저곳을 살펴봅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참 많더라고요, 아니 그만큼 돌아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겠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국 생활이 이어지기 바랍니다.
행복하게 고국 생활 시작하시는걸 보니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건강과 함께 많은 정감을 느끼는 체험으로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