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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해가 되면 모두들 가슴마다 옹골찬 소망 하나씩 꿰어차고
적당히 가슴 설레며, 올해는 뭔가 다른 해가 되기를 바라며
혹은 오래전부터 이루길 소망한 모종의 뜻을 이루길 바라며
한 해의 출발선 상에 서곤 한다.
사랑이든, 일이든, 시작하는 모든 것들엔 기대와 흥분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이든 일이든 새해든, 시작할 때의 열정을 오래오래 갖기를 원한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란 말도 있듯이 자주 처음 결심한 뭔가에 대해 점검하곤 한다.
우리의 집중력이라는 건, 누구나 비슷해서
누가 얼마나 자주 자신을 점검하느냐에 따라
시작할 때의 열정의 길이가 정해지고 일의 성공이나 사랑도 결정지어지는 것 같다.
나는 새해 첫날에 그 해에 이뤄야할 일들의 목록을 10개쯤 적어서
책상 위와, 수첩앞에 붙이는 습관이 있는데 보통 3분의 1정도는 이뤄내는 것 같다.
해마다 새해 첫날,
남아프리카 카타르에선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파리-다카르 랠리>가 벌어진다.
<사하라>란 아랍어로 무(無)란 뜻이다.
<다카르 랠리>란 1970년대 중반
모터 사이클로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길을 잃어 목숨을 잃을 뻔한 한 모험가(티에르 사빈)가 1979년에 만든 자동차 경주다.
원래 다카르 랠리는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모로코, 모리타니, 말리, 세네갈까지
아프리카 4개국을 통과하며 21일 동안 벌어진다.
<다카르 랠리>는 지난 79년 첫 대회가 시작돼 올해로 26회째를 맞는다.
20일 동안 8,552km의 아프리카 사막과 들판을 달린다.
낭만적인 파리 시민들은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 시작을 밤샘파티를 하며
새해 신새벽에 시작되는 자동차 경주를 지켜보곤 했는데
환경단체의 반대로 파리에서 출발을 못해 대회이름에서 <파리>는 빠지고
<다카르>만 붙어, <다카르 랠리>로 바뀌었다.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절단하며 가로 누워있는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정비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레이서 스스로 고장을 수리하며
사흘이상 사하라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여기서 잘못하면 길을 잃고 헤매다 많은 레이서들이 사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파리-다카르 랠리>는
완주하는 자동차가 절반도 안되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다반사라
일명, <죽음의 경주>라고도 불리운다.
이 지옥의 경주를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레이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제작사도 명성을 얻어 해마다 기를 쓰고 참석하는 레이서나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적지 않다.
왜 사람들은 하나뿐인 목숨까지 걸고서 죽을지도 모르는 지옥의 랠리에 참가하는 것일까?
무모했던 20대 시절. <쌩떽쥐뻬리>가 너무 좋아 사하라 사막을 너무나 사랑했던 그 시절.
난 무작정 그 랠리에 참가하고만 싶었다.
사하라 사막을 달리다 보면 어디선가 내가 찾고자 하는 <오아시스>도 나타날 것 같았고
어린 왕자가 숨겨논 <샘물>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만 좋으면 어린 왕자가 공들여 키운 <장미>나
<길들여진 여우>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고 싶다.
그때처럼 무모하지도 않고 그때처럼 순수하지도 않지만
나는 아직도 온통 아무것도 없음, 無, 그
러기에 더욱 끌리는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고 싶다.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모든 것을 건다>는 말만큼
무모하고 매력적인 말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첫 대회 이후 40여명이 목숨을 잃어 일명 <지옥의 경주>라고도 불린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사망하고 완주를 할 것인가?
물론, 자동차 경주이니만큼 <다카르 랠리>는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자동차 제작자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의 질펀한 한 판 경연장이자
홍보효과를 노리는 상업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나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 측면으로 보고 싶다.
<사하라>란 아랍어로 무(無)란 뜻이다.
모랫바람만 부는 황량한 사막에 인간들은 어쩌자고 목숨까지 잃어가면서
해마다 도전하는 것일가?
그런 세계적인 랠리에 참가함으로써
개인이 얻을 수 있는 복잡한 상업적인 계산은 일단 접자.
죽을 지도 모르는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는 건 물론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아마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뜻이 아닐까?
무난하게 이 사회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가 2천년이 넘게 오랫토록 만들어 온,
갖가지 사회적인 제도와 도덕과 관습들이
때로는 우리의 목을 옥죄어 옴을 느낀다.
형식 때문에 인간이 희생되고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막에는 우리를 제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우리의 피부와 피를 다 말려서 태워버릴 듯한 작렬하는 태양과 무수히 많은 모래산을 만들고 부수는 뜨거운 모래바람과 간혹 드러나는 오아시스가 있을 뿐이다.
출, 퇴근 시간마다 끝없이 밀리는 자동차 속에서 모랫바람이 허허롭게 부는 아무것도 없는 사하라 사막을 떠올리곤 한다.
아무것도 거치를 것 없는 황량한 사막을.
일상이 지겨워지거나 삶이 우릴 속일 때면 마음으로나마 사하라 사막으로 달려가 보자.
생떽쥐빼리가 어딘가에 숨겨둔 작은 샘이나 길들인 여우나
장미꽃 한 송이를 발견할 지도 모르니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벽두에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거친 사내들은 사막으로 간다.
사하라 사막을 헤매다 죽어도 좋아.
거긴 정말 아무것도 없음이야.
나이와 성별과 국적과 피부색 구별이 없어.
거기서 우리는 완전한 자유야.
오직 그 사막을 살아서 나와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과제만 남을 뿐이야.
자신 원하는 일에 목숨을 건다는 건 얼마나 외롭고도 아름다운 지
목숨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살면서 한 번도 뭔가에 목숨 걸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 삶은 국적이나 생물학적인 연령차나 성차이가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자신을 구원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자들이 그리운 시대다.
초록별 지구의 작은 모퉁이
동강난 반도의 남쪽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모랫 바람이 부는 사하라 사막을 그린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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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직접 참가해보는게 3대 목표중 하나인 사람입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데...
"사하라" 그 이름 만으로도 가슴 설레입니다.
저도 직접참가하고 싶어 학원도 다녔습니다 간절히 바라기는 했으나 아직...
그래도 목숨 걸기엔~~ㅋㅋ
음...그만큼 간절하단 야그죠~~ ㅡ.,ㅡ
목숨을 걸어야 잘실하고,,,,위험이 따라야 그에따른 재미가있다는 생각에 절대동감합니다.......
글 잘보앗습니다 ~~
흠...어째 장수하실 생각들이 없으시군용~~ㅋㅋ
에구 .... 목숨을 건다는 건 빨리 죽고싶다는 야그가 아니라,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야그죵~~
행간의 의미를 알아주세요..
설명하려니 입 아푸다.. ㅡ.,ㅡ
ㅋㅋ설명 고마워용~~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