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봉, 유해진의 첫 로맨스
강력한 '코미디 엔진' 탑재
극장에 앉아 복잡한 두뇌 회전을 잠시 멈추고 마음 편하게 '킥킥' 대면서 웃는 일, 대체 얼마 만인가.
유해진‧김희선 주연의 영화 '달짝지근해:7510'(제작 무비락)이 본격 무더위 퇴치 코미디로 무장하고 관객을 공략한다. 찌는 듯한 폭염으로, 치솟는 물가로, 남들 다 가는 휴가마저 못가는 처지로 인해 요즘 웃을 일이 없는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지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마음 편히 박장대소하고 싶다면, 예매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
15일 개봉하는 '달짝지근해'에서 유해진은 새로운 얼굴로 스크린을 채운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
●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밥' 같은 매력
'달짝지근해'는 올해 여름 개봉한 한국영화 대작들 틈을 비집고 15일 개봉한다. 극적인 소재도, 긴장감을 고조하는 장르물도, 그렇다고 물량공세를 퍼붓는 텐트폴과도 거리가 멀지만 굳이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소재나 장르, 규모 면에서 한껏 힘을 준 경쟁작들에 비해 '달짝지근해'는 자칫 평범해 보일 만큼 소박한 작품. 하지만 최고급 오마카세보다 매일 먹는 집밥이 질리지 않는 건 불변의 진리. 영화에서 유해진과 김희선이 자주 나눠 먹는 집밥처럼, '달짝지근해'는 소박한 집밥이 지닌 정감어린 내음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배우로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 새삼 궁금해지는 유해진,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웃음을 더해 빚어내는 휴먼디렉터 이한 감독의 연출은 '달짝지근해'를 이끄는 양대 축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달짝지근해'의 한 장면.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영화는 남들 눈엔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해 보이는 융통성 없는 주인공 치호(유해진)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제과업체 연구원인 그는 개발을 이유로 삼시세끼 과자만 먹다가 영양실조까지 걸리는 고지식한 인물. 도박판을 전전하는 형 석호(차인표)의 빚까지 대신 갚아주는 것도 모자라 월급까지 털어 도박자금으로 대주는 '착한!' 동생이다.
그런 치호는 대출금 상환 독촉에 시달리는 형을 대신해 대부업체를 찾았다가 만난 일영(김희선)과 얽히면서 서서히 사랑을 싹 티운다. '유해진의 첫 로맨틱 코미디'라는 사실을 강조해왔던 제작진의 설명 그대로, 영화는 유해진과 김희선이 키워가는 '웃기고 귀여운 사랑'의 감정을 충실하게 따른다.
유해진의 얼굴에서 발견되는 '로맨티스트 DNA'는 '달짝지근해'의 뜻밖의 수확. 처음 겪어보는 사랑의 감정이 낯설어 우왕좌왕하다가 이내 깊이 빠져드는 과정을 '어수룩한 치호'의 얼굴로 다채롭게 표현한다. 흥행작 '베테랑'이나 '공조' 시리즈는 물론 연기 변신을 시도한 '올빼미' '봉오동 전투' '럭키' 등 그동안 다양한 얼굴을 관객에 보여줬는데도, 여전히 유해진에게 새로운 모습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놀랍다.
'달짝지근해'의 유해진(왼쪽)과 김희선. 사진제공=마인드마크
●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힐링 그 자체
'달짝지근해'는 모태솔로 순수 중년과 유쾌 발랄한 싱글맘의 사랑이라는, '뻔한' 이야기처럼 흘러가지만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 인물들이 상황을 돌파하는 방식은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이 때에 '코미디'는 영화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한다.
영화는 초중반부터 차츰 코미디에 시동을 걸더니, 중반 이후부터 주인공 유해진과 김희선은 물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이준혁 우현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출연 분량에 상관없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그 웃음은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비하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상황과 상황에 맞붙어 터지는 웃음, 캐릭터와 캐릭터가 만나 폭발하는 웃음으로 집중된다.
'달짝지근해'에서 반전의 매력을 과시하는 한선화.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주인공 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이들이 처한 상황을 대하는 영화의 시선과 태도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해 '호감 지수'를 한껏 높인다.
본의 아니게 내부 고발자가 돼 버린 치호의 상황, 사설 도박장을 드나드는 석호와 그 주변 상황, 일영과 그 딸의 관계까지 그 누구도, 그 어떤 상황도, '빌런'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웃음을 주는 톤앤매너도 눈에 띈다. 이는 '완득이'부터 '증인'에 이르기까지 이한 감독이 줄곧 견지해왔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연장이다.
초특급 카메오 출연진은 '달짝지근해'의 히든카드. 강력한 스포일러인 탓에 그 면면을 지금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한 감독과 앞서 작업을 함께 했던 스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이야기의 곳곳을 채운다.
카메오의 활용도 영리하다. 단지 유명세에 기대 기능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치호와 일영이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되는 순간에 등장해 극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유해진 형 역할을 맡은 차인표. 얼핏 악당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는 장점이 확실하고, 매력도 충분한 작품이지만 '중년의 로맨스'라는 넘어야 할 높은 허들이 있다. 개봉 초반 어느 정도의 관객 동원이 이뤄진다면 곧장 입소문을 탈 가능성이 큰 작품이지만 40대 중년의 로맨스가 과연 처음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지는 미지수다.
다행스러운 점은 있다. 영화는 로맨스와 코미디의 지분이 적절하게 양분돼 있다. 중년의 로맨스가 '안물안궁'인 관객이라면, 코미디만 집중해서 봐도 무리 없는 작품이다.
이해리 기자
첫댓글 이 영화 의정부
신세계 에서 개봉했다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