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은 기대수명 목록은 과거에도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벳 콤파스라고 불리는
방대한 수의학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가장 정교한 자료이다.
영국 왕립수의과대학에서 운영하는 이 모니터링 시스템은
현재 2천만 마리의 동물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켄디 쯔윈 텅 박사 등은 이른바 '생명표'라고 불리는 자료를 편찬했다.
이 생명표는 사망 확률에 따라 동물들을 나이대 별로 구분한 차트를 말한다.
치와와
개의 수명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균 기대수명은 부분적으로만 유용하다.
예를 들어 치와와의 기대수명은 7.9세이다.
이 경우 6살짜리 치와와를 입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품종의 기대수명에 비춰 치와와와 함께 보낼 시간이
앞으로 2년 미만 일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의학 기록에 따르면,
상당수의 치와와가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이는 결국 이 품종의 평균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치와와가 6살까지 산다면 2년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치와와의 경우 15년 혹은 16년을 살기도 한다.
공동 연구를 진행한 댄 오닐 박사는
"'세상의 거짓에는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통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왕립수의과대학 전염병학자인 그는
"통계는 기술적으로는 정확하지만 데이터와 분포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뉘앙스가 내포돼 있다"며
"치와와의 통계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다만 이 통계는 비교적 나이가 든 동물을 입양할 생각을 하거나,
노화된 애완동물에게 비싼 치료를 받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제 훨씬 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애완동물에 대한 보험이 갈수록 보편화되면서
보험사들도 이러한 통계표에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프렌치 불도그
영국 수의학협회 회장인 저스틴 쇼튼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다소 걱정되는 부분은
얼굴이 납작한 품종의 기대 수명이 더 짧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이러한 품종의 잠재적인 복지 문제와
수명 단축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 연구는 애완견 주인에게 강아지의 외모가 아닌
건강을 기준으로 품종을 선택하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오닐 박사는 쇼튼 박사의 견해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프렌치 불도그의 수명 결과에 대해 이 품종에 대한 급격한
인기 상승으로 인해 어느 정도 편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프렌치 불도그의 개체수가 급증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 품종의 수명을 현실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영국 켄넬 클럽에 등록된
프렌치 불도그의 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2011년 2771마리에서 2020년 3만9266마리로 늘었다.
오닐 박사는 이에 대해 "평균적으로 이 품종의 어린 강아지들이
다른 품종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죽을 수 있는 어린 동물이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평균 수명을 낮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다보면
프렌치 불도그의 수명이 지금처럼 4.5년으로 낮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퍼그와 잉글리쉬 불도그처럼 평균 7년을 넘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켄디 쯔윈 텅 박사는 국립대만대에 소속돼 있다.
텅 박사와 오닐 박사의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조나단 아모스 BBC과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