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바람 소리 잉잉대는 대숲에서 띄우는 초록 숲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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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6]
더위가 견디기 어렵네요. 많은 분들이 이 더위를 피해 지난 한 주 동안, 그리고 이번 주에도 피서 휴가를 떠나시는 모양입니다. 그러지 않을 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나무를 찾아 나서는 게 염천 뙤약볕에 나서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 길에는 언제나 나무 그늘이 있어서 한결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 무더위에 일손을 놓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다는 걸 잊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는 삼복의 꼬리인 말복이 들어있습니다. 같은 날이 가을을 일으키는 입추이기도 하네요. 일기예보로도 최소한 열대야 현상은 잦아들 것이라고 하니, 한 시름 놓기는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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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으로 유명한 담양의 죽녹원의 숲 풍경으로 이 무더운 여름 날 아침의 나무편지를 열었습니다. 죽녹원을 찾았던 지난 주에도 날씨는 무척 더웠습니다. 떼어놓는 발걸음 앞에 땀이 비 되어 뚝뚝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대숲 안에 들어서니 불볕 더위는 면할 수 있는 듯했습니다. 대개의 숲이 그렇지만, 죽녹원의 대숲도 외부 기온에 비해 섭씨 4도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가만히 사진에 눈을 맞추고 이 여름의 꼬리를 천천히 물리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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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은 담양군이 조성한 인공 숲입니다. 대나무가 잘 자라는 기후의 특징을 살려낸 담양의 명소이지요.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를 종류별로 살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숲입니다. 대나무를 이야기할 때면 저는 늘 귀로 감상하는 나무라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대나무는 그 생김새도 좋지만, 그의 푸른 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가만히 눈을 감고 대숲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면, 이 무더위는 잠시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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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나무와 숲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관방제림을 조성한 조선시대의 담양부사 성이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성이성(成以性 1595~1664)은 판소리 춘향가의 주인공인 이몽룡의 모델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어진 사또로 유명한 그는 담양의 부사로 내려와 먼저 여름 홍수 때마다 범람하는 강을 다스리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담양천변에 둑을 쌓고 둑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심어 가꾸었지요. 그게 지금의 관방제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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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성은 관방제림을 가꿀 때에 자신의 재산을 흔쾌히 내놓았다고 합니다. 굳이 백성의 고혈을 짜내 치산치수에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산을 쓴 것이지요. 고을의 살림살이를 다스리는 지도자의 이같은 솔선수범 정신이 오래도록 이어온 담양은 그야말로 숲의 고장이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담양의 숲과 나무는 그래서 매우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이야기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관방제림 등 담양의 대표적인 숲은 다음 '나무 편지'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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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이어 솔숲은 어떨까요? 이 솔숲은 며칠 전 나무편지에서 말씀 드렸던 남원 행정마을 개서어나무 숲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원 운봉읍 삼산마을 솔숲'입니다. 눈짐작으로는 200~300년 정도 된 소나무 130 그루가 마을 가장자리로 줄지어 서 있는 아름다운 숲입니다. 마을 분들은 오래 전부터 개울가에서 저절로 자라난 나무라고 믿고 있지만, 아무래도 인공 조림의 결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숲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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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솔숲이 중간에 끊김 없이 주변 마을을 휘감아 돌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조금씩 떨어져서 세 곳의 숲으로 나누어진 상태입니다. 지금처럼 중간이 끊이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숲이었다면 훨씬 더 아름다웠겠지만,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좋은 숲입니다. 여느 소나무에 비해 나무 줄기의 굽은 상태가 유난스러워 보인다는 것도 이 솔숲 나무들의 특징입니다. 까닭에 나무는 더 늙수그레 해 보일 뿐 아니라, 서로를 감싸안듯 서 있는 품이 무척 늠연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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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솔숲을 두고 벌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지난 주 금요일에 방송된 KBS-1TV '6시 내 고향'의 '나무가 있는 풍경'에서 소개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텔레비전 영상을 다시보실 수 있습니다. 역시 매우 무더운 날이어서, 모두가 적잖이 힘을 쏟았지만, 숲의 영상은 언제나 상큼하고 좋습니다.
['6시 내고향 - 나무가 있는 풍경 - 남원 삼산마을 솔숲 편] 다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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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심고 키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해도, 이처럼 좋은 숲이 마을에 남아 있다는 건 참으로 훌륭한 일이고 마을 밖의 나그네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무와 숲을 찾아다닐 때마다 그래서 처음에 나무를 심고 공들여 키우신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고개 숙여 감사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손의 평안을 생각한 선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무더운 여름 날 아름다운 숲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게 아니라 해도 머릿속으로나마 숲을 그리며,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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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무더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음 한 주간의 일기예보를 보니, 서울의 경우 한낮의 기온이 하루에 꼭 1도씩 떨어진다고 돼 있네요. 그래서 다음 일요일에는 낮 기온이 30도에 그친다는 정말 반가운 예보입니다. 그래도 아침 기온은 24도에서 더 내려 가지 않으니, 그리 안심할 건 아닙니다. 건강 잃지 않으시도록 각별히 몸 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내일 말복에는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실 수 있는 좋은 음식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저도 내일은 잘 챙겨 먹고, 다시 또 길 위에 오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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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편지]는 2000년 5월부터 나무와 자연과 詩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
첫댓글 대나무 숲속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옛 선비들이 대나무를 즐겼던 이유를 알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