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인도 1호 애플스토어인 뭄바이 매장 개점식에 참석해 환호하는 군중들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애플은 한 달 뒤인 이달 18일에는 베트남에서도 오프라인 매장 마중물 격인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로이터연합
중국에서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애플이 이제 인도,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애플은 18일 베트남에서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 매장 개점은 통상 오프라인 매장 개점에 앞서 이뤄진다.
베트남, 온라인 매장 개설
지난달 18일 인도 뭄바이에 인도 애플스토어 1호점을 내고, 이틀 뒤인 20일에는 델리에 2호 매장을 낸 애플이 동남아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사실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동남아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제 이 곳에서도 고가 애플 제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매장을 유지할 정도로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애플에는 이미 성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중국을 포함한 기존 시장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기존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인도, 동남아 시장은 세계 최대 인구밀집 지역으로 빠른 경제성장 속에 구매력이 높아져 점점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
다음 성장동력은 인도·동남아
중국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선 애플은 이제 다음 성장 동력으로 인도와 동남아를 선택했다.
중국은 여전히 애플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당국의 봉쇄, 미국 등 서방과 긴장 고조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위험을 줄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험 헤지를 위한 선택이 바로 인도와 동남아다.
인도 매장 개점식에 직접 참석해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확실히 보여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4일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어닝콜)에서 인도와 동남아 시장이 올 1~3월 보여준 성과에 “특히 기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쿡은 당시 애널리스트들에게 애플이 “멕시코,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사상최고 성적을 거뒀다”면서 “브라질,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 등에서도 1·4분기 성적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온라인 매장은 오프라인 매장 마중물
유명 기술주 애널리스트인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상무는 애플의 매출이 둔화되면서 이들 신흥국 시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브스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가 애플 시장에서 더 큰 파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애플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전에 우선 온라인 매장부터 연다고 말해 베트남 온라인 매장 개점이 오프라인 매장 개점 마중물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캐널리스는 애플이 최근 수개월간 동남아 지역에서 배급망과 재판매업자 인증 네트워크를 강화했다면서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이 같은 노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캐널리스는 애플이 지금은 동남아에서도 태국, 싱가포르 같은 더 소득이 높은 나라들에서만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남아 시장에 애플 매장이 들어설 여지가 엄청나다고 평가했다.
캐널리스 애널리스트 츄 리 슈완에 따르면 애플은 세계 6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에 그쳤다.
높은 가격은 여전히 부담
애플이 동남아 시장을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아직 제거된 것은 아니다.
동남아는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고가의 애플 제품이 끼어들기 아직 어려운 시장이다. 470~1100달러 가격대의 아이폰은 동남아 지역 소비자들이 넘보기에는 여전히 지나치게 고가다. 캐널리스 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대부분은 200달러짜리 미만들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소비자들을 직접 공략하는 애플매장 대신 이 지역 이동통신업체들을 공략해왔다. 고가의 애플 제품을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통신사가 내놓은 통신약정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눈부신 경제성장 속에 이제 직접 매장을 내도 수요가 뒷받침 될 것이란 자신감을 얻으면서 애플이 본격적으로 동남아에서 세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