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계보 10
윤 금 초
온통 발가벗은 몸, 물감 풀어 덧칠했어.
화가는 지껄였지, 색이 빛의 고통이라고,
때로 화가는 고통을 떨쳐내려 색을 입혔어.
색은 빛의 환희이고, 색은 빛의 유희라고.
온몸의 유연한 굴곡 속속들이 살려내어 독이,
독이 약이 되는 환한 세상 그려낼 거라고.
아서라, 아서라 달궁.... 집 안팎에 심겨있는
만병초, 은방울꽃, 수선화, 흰독말풀, 능소화,
천사의 나팔, 피마자, 투구꽃 따위 몽주리
독의 꽃, 독의 꽃이라지. 개중에는 껍질이나
잎, 뿌리에 피부가 닿기만 해도 독극물 번져
났어. 뛰는 생선 붉은 아가미 들추고 번쩍이는
비늘 거스를 때 영매의 순결한 울음소리 들려
오고, 들려왔지. 아서라, 아서라 달궁! 작두날,
시퍼런 칼날 허허 둥둥 작두거리 광기어린
무녀처럼 달의 이음새 아퀴 지어 둥글게,
둥글게 말아가듯
화가의 붓질은 끝내 빛의 환희 받아냈어.
윤금초 _ 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 및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큰기러기 필법』
『거시기 & 머시기』. 사설시조집 『뜬금없는 소리』.
장편 서사 시조집 『만적, 일어서다』 등.
중앙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문학사상사
가람시조문학대상, 한국시조대상, 조운문학상 등 수상.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조선일보사 방일영 문화재단
저술·출판지원금 받음.《정형시학》 발행인.
《정형시학》 2024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