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대표팀을 새롭게 이끌고 있는 이상엽 감독(58).
그는 여자축구에서만 11년째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1999년 여자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여자축구에 발을 내딛었고, 2005년부터는 대학최강인 한양여대를 이끌며 미래의 재원들을 육성했다.
전임 안익수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인해 여자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1월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해야 했던 이 감독은 다행히 만족스런 훈련을 펼치고 왔다며 웃음 지었다. 현재 이 감독의 당면 목표는 2월 동아시아연맹선수권과 5월 AFC 아시안컵.
특히 아시안컵은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FIFA 여자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겸하고 있기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연맹선수권은 그에 앞서 전초전. 4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하게 준비해 반드시 월드컵 진출 티켓을 획득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다음은 목포 전지훈련 기간 중에 가졌던 이 감독과의 인터뷰.
- 중요한 시기에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일단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그에 앞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그것도 중간에 대표팀을 맡았기 때문에 부담감도 크네요.
- 여자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면.
사실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나이도 있고, 후배들을 추천해왔던 입장이기 때문이죠. 그 동안 후배들이 해왔기 때문에 젊은 지도자가 맡으리라 생각했는데, 기술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여자축구 쪽에서 오래 있었고, 작년에 전국대회 3관왕을 차지했던 것 등이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 대표팀으로 돌아온 것은 정말 오랜만이시죠? 느낌이 어떠신가요?
그렇죠. 1999년에 유기흥 선배님이 대표팀 감독을 하실 때 코치로 일했던 적이 있었죠.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감독으로 복귀하게 됐네요.(웃음) 저도 나름대로의 욕심은 있었고, 여자축구를 11년째 하면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한양여대 감독을 하시면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셨습니다. 여대에서 오래 지도하면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첫 번째는 인성이에요. 축구를 떠나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는 축구가 단체종목인 만큼 협동심을 많이 강조했어요. 기술적인 부분이야 개인의 역량이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그에 앞서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축구화 끈을 묶었으면 풀 때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이었죠.
- 여자축구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여자 선수들은 남자와 달라서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고, 특정 선수에게 많은 관심을 보일 수도 없습니다. 그런 특성들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죠. 남자와는 생각하는 관점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오래 있다보니까 지금은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심리 상태가 어떤지를 알 수 있게 됐어요.
- 여자축구계에 있으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주신다면.
흔히 주위에서 여자 선수와는 스승과 제자의 정을 얻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졸업하고 나서도 꾸준히 연락하고 안부 전화를 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힘이 되고,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 여자대표팀의 경우 전임 안익수 감독님이 팀 전력을 상당히 끌어올린 상태였습니다. 그 후임으로 부임한 상황이라 부담감이 크실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부담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에요. 안익수 감독이 잘했기 때문에 그보다 못하면 제가 욕을 먹을 것이고, 잘한다고 해도 전임 감독이 잘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들을 수 있죠.
그러나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제가 갖고 있는 것, 11년간 여자축구 쪽에서 해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일단 성적이 나와야만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죠. 그것이 여자축구가 발전할 수 있고, 어린 새싹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니까요. 언니들이 잘해서 어린 연령대에서도 같이 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대표팀 감독을 할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여자축구에 기여할 각오입니다.
- 갑작스럽게 여자대표팀을 맡게 되면서 함께 훈련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습니다.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걱정이 되긴 했어요. 1월 3일에 파주 NFC에서 소집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운동장 한번 못 밟아보고 5일에 미국으로 갔었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미국전지훈련이라 부담이 컸었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잘 따라줬고, 열심히 해줬습니다. 더군다나 날씨도 아주 좋았고요.
제가 중간에 팀을 맡게 됐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모두들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귀국할 수 있었어요.
- 이번 미국 전지훈련에서 6차례 연습경기를 치렀습니다. 먼저 실업리그 우승팀인 아약스전에서 2연승을 거뒀고, 만만찮은 팀인 미국 U-23 여자대표팀을 상대로 1승 1무의 성과를 얻었는데요.
아약스전에서는 경기 내용 면에서도 좋았어요.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뛰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죠. 미국 U-23 여자대표팀과의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기세에서 뒤지지 않고 열심히 해줬습니다. 특히 베스트 멤버가 나간 것이 아니라 전 선수를 똑같이 투입시켰는데도 내용이나 성과 모두 만족스러웠죠. 모든 면에서 선수들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마지막으로 치른 미국 여자대표팀과의 2차례 평가전에서도 1차전은 상당히 선전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2차전에서는 0-4로 완패했는데요.
미국 여자대표팀과는 30분씩 3피리어드로 경기를 치렀는데, 1차전에서는 2피리어드까지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어요. 2피리어드까지는 몸 상태가 좋은 선수들을 위주로 나섰고, 0-0으로 마칠 수 있었죠. 3피리어드에서 1골을 내주긴 했지만, 경기력이나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2차전은 전지훈련의 막바지라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도 있고, 동아시아대회에 참가할 최종명단을 결정하기 위해 전 선수를 똑같이 나눠서 뛰게 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도 약간 부족함이 있었어요. 선수들의 미스가 빈번하게 나오면서 중반 이후에 대량실점을 허용했죠.
어쨌든 이번 미국 전지훈련은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선수들과도 계속 부딪쳐야 하는데,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서 우리보다 신체조건이나 기량이 앞선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얻은 소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드필드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정확하고 빠른 패스를 많이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열심히 노력해줬어요. 그 부분에 대해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표팀이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긍정적이에요.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간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죠. 젊은 선수들이 영리하게 볼을 잘 차기 때문에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수비에서는 다소 불안함이 있었어요. 기존의 수비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고, 그것을 토대로 조금씩 변화를 꾀해야죠. 좀 더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시도하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불안한 수비를 먼저 보완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훈련할 계획이에요.
- 그 동안 합류하지 못했던 차연희나 박희영, 김주희, 이계림 등의 선수가 오랜만에 함께 했습니다만.
그 동안 차연희나 박희영 선수는 독일에 있었고, 김주희나 이계림 선수의 경우는 모두 인정하는 선수들인데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번에 한번 기회를 줬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하는 거라 처음에 적응하는데 조금 힘든 점도 있었지만,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좋아지고 있어요.
- 여민지, 전은하처럼 U-17 여자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도 합류했는데요. 만족스러우셨나요?
일단 17세에 불과한 여민지나 전은하를 이번 전지훈련에 합류시킨 이유는 이 선수들이 앞으로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과 경기를 뛰어본다는 것은 미래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당장 이 선수들을 활용하기 위해 데려간 것은 아니고, 한국여자축구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죠.
- 이번 동아시아연맹선수권 20명 명단에서는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선수 중 5명이 제외되고, 이장미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셨나요? (이후 차연희는 신종플루, 전민경은 감기몸살로 제외됐음. - 편집자 주)
동아시아대회는 공격수 4~5명, 미드필더 7~8명, 수비수 6~7명 정도로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미드필드에서 현재 지소연이나 조소현 선수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데, 여기에 이장미 선수를 추가시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에 전가을 선수도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고요. 사실 이장미 선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진출 문제 때문에 미국 전지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했었죠. 그리고 수비진의 경우는 중앙과 측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선수들을 뽑았어요.
제외된 선수들도 좋은 경험과 재능을 갖춘 선수들인 만큼 조금만 더 몸을 만들고 노력한다면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 동아시아대회에서는 역시 강팀인 일본, 중국 등과 대결해야 합니다.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요.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북한이 나오지 못해 아쉬움이 조금 있긴 하네요. 북한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번에 만나는 상대들이 결국 5월 아시안컵에서도 맞붙어야할 팀들인 만큼 후회 없이 좋은 승부를 펼쳐보고 싶습니다.
- 방금 언급하셨듯이 5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은 2011 여자월드컵 아시아예선도 겸하고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대회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텐데요.
그렇습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 외에도 WK-리그나 여자대회 등을 통해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할 생각입니다. 모두들 자만하면 안 되죠. 이번 아시안컵은 내년 독일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대회인 만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원래 안익수 감독이 짜놓은 스케줄을 보면 동아시아대회에 갔다 와서 4월 초에 한번 더 소집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WK-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에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리그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소속팀에 불이익이 가지 않으면서 실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KFA와 함께 연구 중입니다.
- 궁극적으로는 어떤 대표팀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제가 어떤 팀을 만들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화끈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군요. 그리고 화끈한 축구를 통해 여자축구가 남자축구만큼 할 수 있다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동아시아연맹선수권과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과 거두시길 기원드립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인터뷰=이상헌>
첫댓글 베테랑 감독님이 부임하셨군요. 우선 동아시아대회 좋은 성적 기대해봅니다...^&^
내 사랑하는 큰 형님!~멋진 큰 사고 치시고 오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