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육체적, 경제적 고통은 물론이고 환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비용을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이라는 거대 집단에 종속되어 살아간다. 이러다보니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최소한의 권리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7개 환자 단체들 환자 권리찾기 시동
이러한 왜곡된 의료계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환자들이 나섰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코헴회, 류머티즘 공동체 등 17개의 환자단체들은 지난 7월 3일 ‘한국질환단체총연합(아래 질환총연)’을 결성하고 환자들의 권리찾기에 나섰다.
7월 3일 오후 3시, 영등포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질환단체총연합 출범식은 17개의 환자단체 대표들과 환자 당사자들이 모인가운데 환자로서 당해온 고통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자리였다.
질환총연 김연수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건강은 그 어느 누구에게 있어서도 가장 소중한 것이므로 건강한 삶은 누려야할 권리이며 또한 사회적 보장은 의무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오늘 우리가 하나 되어 잘못된 제도와 맞서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하여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출범의 의의를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오늘 우리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제 숨쉬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고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미래는 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다가가고 개척한다는 진취적 발상의 전환으로 밝은 미래를 위하여 스스로와 동료를 격려하며 길고도 먼 여정을 함께 떠나려 합니다.”라는 말로 굳은 의지와 앞으로의 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말하기도 했다.
“환자 권리찾기는 생명권 운동”
인사말에 이어 권성기 상임대표의 경과보고가 있었다. 권 상임대표는 2003년 3월 7일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코헴회의 만남을 시작으로 그동안 7차례의 준비모임이 있었고, 17개 단체의 동의로 출범을 하게 되었음을 전했다.
이어 한국코헴회, 한국백혈병환우회, 류머티즘 공동체, GIST환우회 등의 대표들이 나와 자신들의 단체와 활동, 사회적 인식등 다양한 활동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어 사업내용과 조직 소개가 이어졌다.
축사를 맡은 건강세상 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는 과거 운동을 예로 들며 “글리벡 싸움의 시작 과정에 여러곳을 다녀보니 환자와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현실을 발견했다.”며 “우리의 싸움은 생존이 아닌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시작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지금 출발이 어렵게 시작하지만 환자와 시민의 힘으로 제도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말로 힘을 불어 넣었다.
“빼앗긴 권리 찾아 힘있는 주인” 선언
이어 출범선언문이 소개되었다. 질환총연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 빼앗긴 권리를 찾고 힘 있는 주인이 되고자 선언한다. 우리를 배제하고 거론되는 의료의 모든 논의 구조와 정책을 걷어내고 국민과 환자의 힘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주체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돈을 내면서도 눈치를 보지 앟는 그런 환자가 되기 위해 의료 현실을 불평만 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기 위해 그리고 아프고 힘든 모두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정을 나누고 희망과 행복을 키워가기 위해 국민과 환자의 의지와 힘으로 건강할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질환총연은 올해 사업으로 질환단체 네트워크 구축사업, 의료소비자(환자) 권리 찾기, 질환단체 연대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