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 무척 더웠는데 오늘은 따악 숲에서 놀기 좋은 날씨. 역시 우리는 행운몰이들이야~~
어치모둠은 4학년 채윤이, 3학년 소율이, 2학년 효석이, 그리고 6세 재이. 모둠을 넘나들며 놀았기 때문에 모둠원의 의미는 별로 없지요^^
시원한 계곡에서의 하루, 모기는 좀 있었지만 그것때문에 못 논다는 어린이는 한 명도 없는, 건강하고 즐거운 우리 산들생태탐험대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중간숲까지 가방을 매고 가서 산을 한바퀴 돌 예정입니다. 가방이 무겁기는 해도 모두 잘 버텨 주네요. 가방이 버거운 듯한 재이것만 어치가 살짝 들어주었지요. 이제 이곳에서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 곰솔샘이 안전사항, 주의사항을 공지합니다.
아직 연약한 도토리나무잎에 벌써 벌레들이 자리를 잡았네요. 다 큰 잎에는 방어물질이 가득해서, 이렇게 여린 어린 잎을 공략하는 것이랍니다. 숲에는 가지끝의 여린잎들에 곤충의 흔적이 많았어요.
재이의 고운 눈이 찾아낸 아주 작은 잎이에요. "어치 이거 예쁘지 않아?" 하면서 다가왔는데, 그 소리를 들은 소율이가 너무 귀엽다면서 눈을 못 떼내요. 아주 천천히 말하면서 조곤 노곤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면서 언니들이 칭찬합니다.
예쁜 것을 보는 눈은 언니나 재이나 똑같네요^^
이제 산을 한바퀴 돌아야죠. 어치모둠 친구들이 그냥 한 자리에서 놀고 싶다 하지만, 그러나, 다리의 힘을 기르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서 빼놓을 수 없죠. 언니, 오빠들은 모두 곰솔샘과 앞서가고, 뒷정리를 맡은 어치와 재이가 나중에 출발합니다. 쓰러진 나무가 시소라면서 혼자 쿵더쿵하고 놀고 있네요^^
아무 인위적인 놀잇감이 없는 곳에서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놀아봤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대단한 '보물'이 아닐까요?
오늘은 매번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올라왔어요. 그래서 다시 우리 아지트로 가는 길을 눈여겨 봐 둡니다. 재이에게도 소율이에게도 이 자리가 우리가 들어갈 입구라고 알려줍니다. '눈썰미'를 키우는 건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밑거름이죠^^
채윤이는 어치에게 할 이야기가 많아서 어치를 떠나지 못하고, 오늘은 소율이도 이야기를 많이 꺼냅니다. 채윤이와 소율이가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날은 언제일까요? 그날은 꼭 오겠죠?
채윤이의, 빼놓을 수 없는 편백껍질과 키재기^^ 효석이도 뒤에서 자기키 껍질을 떼고 있군여^^
갑자기 뭐지?
어치에게 이거 할 수 있냐며 소율이가 도전장을 내미네요. 재이가 당연히 할 수 있다며 따라하네요. 보는 것만큼 쉽진 않았지만 언니들처럼 해 냅니다. 발을 '一' 자로 만드는 것. 갑자기 채윤이와 어치까지 한 팀이 되어 도전합니다.
곰솔모둠에서 "와아아아"하는 소리가 나서 달려가보니, 쓰러지는 죽은 나무의 '목생(木生) 마감'을 도와주고 있네요. 이 푸른 숲에서 쓰러졌다고 해서 끝이 아닌 숲의 나무. 잘게 부서지면 다시 숲이 되는 거죠.
잘린 나무속을 들여다보니 깜짝 놀란 하늘소애벌레가 움찔거리네요. 미안해~~
애벌레는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황급히 안쪽으로 들어가네요.
애벌레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들이 다시 건드리지 않도록 채윤이가 표시를 해 놓았어요. 고마워~~
같은 자리, 다른 작업^^
지완이와 광민이가 시작했는데 뭘까요>
미리 쓰러져 있는 나무가 산길에 가로로 놓여있어 우리 탐험대원들이 다니기 불편하다면서 숲안쪽으로 옮기고 있어요.
아름답고 베풀기 좋아하는 숲속에 있어서 그런가? 나날이 우리 친구들의 마음씨가 동그래져 가네요.
누군가 톱질을 하자 재이가 '치즈가루'를 받아야 한다며 어치에게 그릇을 내 놓으라 합니다.
비상약통을 털고 바로 상납(?)했지요. 치즈가루는 우리 흙놀이에서 엄청나게 귀중한 재료니까요^^
광민이가 삽과 도끼 한 세트를 가지고 왔어요. 위험한 도구라서 어치가 들고 다니고, 사용할 때마다 어치가 옆에 있었지요. 너무 사용하고 싶어해서 오늘만 허용한 도구랍니다. 조립과 해체는 스스로 합니다.
이 도구는 다음부터는 가지고 오지 않구요. 대신 곰솔과 어치에겐 '전지가위'와 '톱'이 있으니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답니다.
오늘은 때가 때이니만큼 발견의 기쁨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어요. 광민이가 돌밑에서 넓적사슴벌레는 발견해가지고 난리가 났죠.
인터넷마트에서 사서 길러봤다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숲에서 본 친구는 없었거든요. 땅속에 있다 올라와서 몸에 진흙이 묻어 있지요. 이 친구는 다른 넓적사슴벌레보다 작아서 검색을 따로 해 보았답니다.
아직 이름이 없는 애벌레와 어린 산개구리도 만났지요. 산개구리는 딱 낙엽색이라서 튀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워요. 그래도 우리 친구들은 잘도 찾아냅니다.
나뭇가지의 껍질이 벗겨졌는데 심재에도 모양이 새겨져 있어서 너무 예뻐요.
오래 전 나방의 고치에 마치 유령의 얼굴처럼 구멍이 뚫려있어 신기했어요.
잠자리의 유충이 모두 물속에서 사는 건 아니에요. 풀잠자리종류, 명주잠자리종류는 물에 살지 않아요. 특히 명주잠자리 유충은 흙속에 살면서 커다란 홀을 만들고, 그 홀안으로 떨어진 곤충들의 체액을 빨아먹고 살아요. 그런데 편하기는 하지만 지나가는 곤충이 없으면 6개월동안이나 버틸수 있다는 대단한 곤충이에요. 차라리 움직이면서 살지......
가는길에 소복히 씨앗이 뭉쳐진 걸 보니, 어느 동물의 똥은 빗물에 모두 녹고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열매네요. 이렇게 까지 소화가 되지 않을 수 있나?? 어치모둠과 자세히 들여다보며 왜 이럴까 이야기나눠봤어요.
길에서 주운 노끈으로 큰 일하는 우리 효석이.
나무를 끌고 가다 등에 매기도 하고... 창의성 넘치는 우리 효석이랍니다. 어떻게 만들어 매고 가는지 ㅎㅎㅎ
우리가 철저하게 피해야 할 개옻나무가 쟁반같은 모양으로 잎을 펴고 자라고 있네요.
산위에서 가져온 황토를 곱게 채치고 있는 중입니다. 뭘해야겠다 특별한 목적이 없지만 일단 곱게 만들어놓는 친구들이지요.
그리고는 '너무 부드럽다'며 만지고 또 만지는 중입니다.
자 이번엔 마법의 가루를 이용해서 '요정의 밥상'을 차려보기로 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작업을 하지요. 지금! 정말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에요.
오늘 마냥 행복한 가히와 지완이는 한팀이 되어 제대로 놀아봅니다. 어치가 다가가도 모르고 신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지완이는 오늘 정말 재미있다며 많이 행복해하네요. 지난번엔 장소도 친구도 모두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나봐요.
중간에 양파망을 주웠다는 지완이는, 작은 플라스틱그릇에 망을 씌워 뜰채대신 쓰려고 한대요. 어치가 종이테잎을 말아 그릇에 고정시켜 주었더니, 고운 흙을 한통 가득 만들어왔더라구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지완의 작품^^
물이 흘러내려갈 길을 만들고 있는 광민이.... 이 물길을 따라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데.... 오늘은 못해봤네요.
하준이는 아주 작은 참나무묘목을 가져다 심었어요. 어치가 좁은 곳에 많은거 아니냐고 했더니, 각각 떨어진 곳에 한 개씩 심더군요. 우리 착한 하준이^^
너무 귀여운 애벌레들.... 어린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애벌레가 태어나는 시기에 맞춰 새들이 알을 낳아요. 그런데 정말 애벌레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통도사의 애벌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없는 와중에도 몇마리를 만났고, 너무나도 반가웠답니다.
허연 것이 거미탈피껍질인줄 알고 버리려 하는데, 친구들이 움직인다며 소리소리 질러서 다시 보니, 살았네~~
허물을 벗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색깔도 허옇고요, 아직 잘 움직이지 못하네요.
한참을 앉아서 조물락거리며 요정의 밥상을 차렸어요. 채윤이언니가 김말이도 하고, 커다란 빵도 만들어 제법 가득찼네요. 거기에 어설픈 솜씨로 왕관을 만들었는데, 터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성이니 걸어놓아봤어요.
갈 시간이 다 되었지만 이제 계곡으로 내려가는 재이... 지금부터 젖는 시간? 하루종일 물에 들어가고 싶어 우찌 참았누...
마음껏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합니다.
계곡옆 흙을 퍼다 진흙을 만들어 돌에 바르면서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음껏 하게 해 주어야겠죠?
로프잡고 올라가는 놀이도 하고, 마지막 30분을 정말 알차게 놀아버리는 우리 재이랍니다. 계곡에서 얼른 돌아와서는 생애 첫 '클라이밍'에도 도전했답니다. 어치에게 와서 "나 할수 있을까? 못할 것 같아.." 하길래, 엄청 용기를 북돋워주었지요.
드디어 우리 재이도 발을 떼고 공중세계로 들어갔답니다.
소율이는 이제 혼자서도 잘 올라가는 수준이에요. 다음달부터는 온전히 혼자서 높이 올라가볼게요.
재이는 계곡에 가고, 소율이는 나무타기를 합니다. 갈 시간이 되어 너무 아쉬운지 하루종일 해 보지 않았던 것들에 갑자기 도전하는 친구들입니다. 우리 여름 캠프에 꼭 와서 밤새 놀아보자!!
오빠들이 작은 징검다리를 놓아주었어요. 물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재이인데,, 징검다리로 오네요? 역시 오빠들이 해 놓은 것이라 다르네요.
자~ 이제 정리의 시간입니다. 반드시 목욕을 하고 잘 먹고 잘 지내기를 당부합니다.
갈참나무에 버섯이 생겼는데 잘 안보이시죠? 버섯의 포자는 날아가는데 요행히 이곳에 안착을 해서 눈에 띄지 않으며 몸을 키우고 있네요. 지금은 다 말라버린 것 같은데 여하튼 잘 숨어서 자랐어요. 어느 누구도 입을 대지 않았네요.
우리 친구들도 숲에서 삶의 전략들을 모두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7시간을 운영하고 있으니 충분히 '삶의 뛰어난 전략가'가 될 것이라 믿고, 6월달에도 아픈 친구 한명없이 모두 다 모였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곰솔과 어치도 많은 공부하고 있을게요.
첫댓글 재이랑 같이 잘 읽었습니다ㅎㅎ
숲에 간다고 달력에 표시하고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