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트로트 강점기냐?”고 묻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들은 “또로트”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TV 종편·지상파·케이블TV까지 몽땅 트로트판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트로트 붐은 여전하고, 주변부 장르에서 벗어나서 중심부를 향해 질주 중이다.
미리 밝히지만 요즘 나만의 즐거움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연세대 함재봉 교수의 명저인 6권짜리 시리즈 ‘한국 사람 만들기’를 읽는 재미다. 두말할 것 없이 국내 학계 최고 수준의 성찰이다. 당연히 자유 우파 지성인들의 필독서다. 그걸 완파하는 게 얼마 전 세운 올해 상반기의 목표다.
그와 별개로 요즘 트로트에서 적지 않은 위로와 즐거움을 느낀다는 걸 고백한다. 실제로 요즘 트로트 붐을 쌍끌이하는 TV조선 ‘미스트롯3’와 MBN ‘현역 가왕’을 보며 응원하게 된 가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 전에 고백할 게 있다. 왕년에 클래식 음악 책을 펴내고 재즈광에 국악 애호가로 통했던 음악 미치광이가 나였다. 지난 반세기 사들인 음반 컬렉션만도 집 한 채 값 이상인데 이제는 트로트를 입에 달고 산다. 뒤늦게 사람 꼴이 좀 되어 간다는 뜻일까? 어쨌거나 내 마음속의 ‘리틀 이미자 3인방’인 정서주·류원정·한여름에 끌린다. 특히 정서주를 거의 매일 반복해 듣는다.
장담하자면 정서주는 머지않아 이미자 반열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이미 팬덤을 형성한 전유진·김다현과 함께 트로트의 앞날을 책임질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발라드에서 트로트로 돌아온 가수 린도 높이 평가한다. 얼마 전 그녀가 불렀던 민요 ‘한오백년’은 끝내 줬다. 바로 그런 게 트로트의 맛이다. 조용필이 1980년대에 불렀던 ‘한오백년’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었다.
그 통에 1960년대 국악계에서 ‘하늘이 내린 소리’로 통했던 명창 김옥심까지 생각났다. ‘정선 아리랑’ ‘한오백년’을 잘 불렀던 김옥심을 만에 하나 독자가 안다면 정말 귀명창이 맞다. 어쨌거나 린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녀의 전향 이유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라니까 묻어가겠다는 게 아니다. 발라드로 성공하기 전 어릴 때부터 린은 트로트를 좋아했다고 방송에서 수줍게 고백했다.
결과적으로 꺽기란 이름의 비브라토를 절제한 고품위 트로트의 탄생 조짐에 나는 즐겁다. 린의 등장은 트로트의 이종교배이고, 요즘 유행어대로 융복합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방송사들은 이참에 가수 박정현도 트로트로 영입하길 바란다. ‘비 내리는 영동교’를 그녀만큼 맛있게 부르는 이도 드물다. 일테면 올 추석 ‘린·박정현 뉴트롯쇼’ 기획 같은 건 얼마나 흥미로울까?
뿐인가? ‘미스트롯3’와 ‘현역 가왕’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수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 못지않게 떨어져 나간 가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또 다른 매력의 요요미·두리·고아인·김산하 등이 그들이다. 짜잔, 이제부터 미국 여성 마리아 얘기 차례다. 실은 얼마 전 그녀가 경연곡으로 선택했던 1956년 남인수의 노래 ‘추억의 소야곡’을 듣다가 흠칫 놀랐다. 가요사의 사건이란 직감을 했다.
본래 마리아는 ‘정말 좋았네’ 등 주현미 노래에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쪽을 맴맴돌이하고 끝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현역 가왕’ 프로그램에 나와 국악 스타일의 ‘천년 바위’에 도전하더니 올드 트로트로 뛰어든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다. 누구나 의아해 한다. “어떻게 미국 여성이 올드 트로트까지 소화할까?” 그건 개인적 성취를 넘어 문화사 차원의 일이다.
일테면 근대 최초의 소프라노로 꼽히는 게 윤심덕이다. 애인인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투신했다는 그녀는 1926년 ‘사의 찬미’를 레코딩한다. 그걸 유튜브에서도 들어볼 수 있는데, 문제는 노래 솜씨다. 오죽했으면 가요 연구자 이영미가 “할머니 찬송가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을까? 음정부터 불안하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가 엿가락처럼 흔들린다.
“도쿄음악학교에서 성악 전공한 거 맞아?” 소리가 나올 판이다. 그건 윤심덕 개인의 능력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낯선 서양음악의 음계를 따라잡기가 그만큼 어려웠고, 100년 전 너무도 당연했던 동서양 문화 차이라고 봐야 한다. 실은 권번 출신 박채선·이류색이 함께 불렀던 ‘이 풍진 세상’ 레코딩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마리아의 깜짝 도약이 새삼 놀라운 건 그 때문이다.
그러저런 이유로 우린 마리아가 활약하는 한국 트로트계의 엽기발랄해진 풍경이 재미있다. 그리고 괜한 관심 하나가 더 있다. 마리아가 근사한 한국 청년을 만나 서울에 뿌리내리는 모습도 우린 보고 싶다. 냉정하게 말해 그녀의 트로트 실력은 아직 2%가 부족하지만 그건 피나게 연습한다고 채워질 종류의 것이 아니다. 연애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자연스레 해결된다. 그녀가 한미동맹 홍보대사란 말은 얼마 전 들었다. 그래저래 용띠 아가씨 마리아 엘리자베스 리스, 우린 당신을 응원한다.
첫댓글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네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글이네요. 저도 처음 서주님 봤을때 약간 충격이였어요.
분명 역대 전설적인 여가수들의 모습이 언뜻언뜻보이는데 그게 지금모습이 아니라 '그분도 젋었을때 이랬을려나' 하는 모습이고, 또 이게 이 가수가 가진 재능의 전부가 아닌거같고...
분명 지금모습도 미친듯이 매력적인데 더 엄청난걸 보여줄거같은 느낌이라 해야되나
박칼린마스터가 처음보고 남긴 '한번보면 자꾸 보고싶고 기대되는 사람'이 이런 느낌인거 같아요.
이미자반열에 오를 정서주..
여기 동분서주 님들은
저 포함 대부분이 우리 가수님을 미리 알아보시고, 첨으로 카페라는 곳을 어렵게 어렵게 찿아오신 분들인데~~ ㅎㅎ
아주 바람직한 글이네요. 마음에 쏙 듭니다.
감사합니다.
지음이라 하지요 옛말에
김옥심의 정선아리랑을
하늘이 내린 목소리라 평합니다
공주님의 소리를 들었을 때
또 한번 그 느낌이 뭔가를
알았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이미자의 반열..
웬지 뿌듯하네요^^
공감입니다. ㅎ
약속이나 한 듯이 요 며칠 트로트 관련 기사가 쏟아지네요. 언론계, 학계 분들의 글이ᆢ "장담하자면 정서주는 머지않아 이미자 반열에 오를 것이다", 오늘자 조우석 님 칼럼도 어제 장유정 님의 "(이난영 이미자를 이을 정통 트로트) 새로운 여제의 탄생"에 정서주 공주님이라는데 공감한다는 말씀이네요. 여러 트로트 가수들을 언급했지만 제목 자체가.
"정서주는 머지않아 이미자 반열에 오를 것이다."
사실 동분서주 회원분들은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ㅎ 그러네요.
오늘자 조우석 님도(전직 기자) 글도 "~특히 정서주를 거의 매일 반복해 듣는다~" 이 말씀도 여러 트롯 가수들을 장문의 글에서 언급은 했지만 "게임 끝"이라는 얘기네요.
트로트의 앞날을 책임질 우리가수님! 열심히 응원할게요
뿌듯합니다..😆
우리 공주님의 미래에 확고한 마침표를 찍어주는 글은 환영할 만하다 !!!!!!
딱 거기까지만 !!!
조우석 이라는 사람은 잘 모르지만,
약간 정치색이 있는듯 느껴지고 인상은 내 눈에 별로다....
우리 공주님은 정치색 단 0.1 % 도 들어가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