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6-17일 일, 월요일
비싼 돈 낸 호텔에서 아침식사도 못하고 버스(1인 600원)를 타고 하바로브스크역으로 왔다. 이제부터 열차로 ‘바이칼’의 베이스 도시 ‘이르쿠츠크’까지 2박 3일 간다.
플랫폼에서 한국인 남자 두 분을 만났다. 블라디보스톡에서부터 계속 오는 중이란다. 서로들 자기 객실번호를 알려주고 열차에 올랐다.
한 분은 우리와 같은 칸 바로 옆방이고 다른 한 분은 한 참 멀리 떨어진 곳이다.
‘옆방친구’와는 통로에서 만나 창밖을 내다보며 2박3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떠들었다.
40쯤 되는 이 친구는 회사에서 10일간의 휴가를 얻고 부인의 허락도 얻어 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와서 저녁 무렵 열차역을 출발하여 이르쿠츠크까지 기차 3박, 이르쿠츠크 호텔 1박, 모스크바 가는 기차 4박, 모스크바에서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귀국비행기에서 1박, 집에서 한 밤 자고 출근.
이르쿠츠크에서만 24시간 있을 뿐 블라디보스톡이나 모스크바에는 도착과 출발만 하고 둘러볼 시간도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시베리아 횡단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여행이다.
비용은 총 300만원쯤 든다고 한다. 기차비가 약 100만원, 이르쿠츠크 Merriott 호텔 4,500루블(18만원), 비행기 120만원쯤(정확치 않음)에 나머지 식사비용 등 50만원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인 여행자와는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그 분이 우리 쪽으로 먼저 한 번 오고 내가 그 쪽으로 두 번 갔다. 처음 갔을 때 곤히 잠들고 있어서 깨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예의상 안 가 볼 수도 없고 해서 두 번 가게 됐다.
칸을 통과할 때마다 흔들거리는 열차에서 문 6개를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하고, 칸사이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 때문에 연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개방 6인실 ‘바곤’을 통과할 때에는 좀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조심스럽고, 먹지 않으면서 식당칸을 통과도 해야 한다.
50쯤 보이는 이분은 가족이 없다고 하고 ‘절’에 관심이 많고 인도에서도 6개월쯤 여행했다고 하고 우리 특히 한국인들의 ‘집착’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하고 머리도 빡빡 깎은 것이 혹시 스님 출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사람이다.
또 하시는 말씀이, 특별히 여행 계획을 준비한 것이 없고 그냥 러시아에서 3개월 있다가 다른 곳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우리의 여행계획과 러시아의 비싼 숙박비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계획을 바꿔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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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용은 잼있는데 사진이 없네요
넘 아쉽네요
사진을 글 적소에 올려야 하는데 여행 중이라 시간이 부족하고 힘드네요. 혹 나중에라도 ...
여행기 재밌군요.
이렇게 수필같은 여행기가 좋아요.
식당칸 부분에서 폰에 뭐가 뭍은줄 알고 열심히 문질렀더니 마침표를 띄어쓰기 하셨네요. ㅎㅎ 앉지워진다고 몇초간 심각했는데.
스님 같으신 분은 보통의 사람들.이를테면 적당한 나이에 가정을 이루고
사는. 그런 분들과는 생각이 달라서겠지요.
저 같은 속물의 가치관을 뛰어 넘는 삶의 자세를 갖은 것 같아요.
사진 아쉽~. 부럽네요. 저도 남미 여행 끝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보려고 했었는데, 결국 못했습니다. 좋은 여행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