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대만여행 4일째 저녁입니다. 4일내내 거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ㅠㅠ 보통의 관광객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하고 있는데, 가장 큰게 대만가족과 집교환한것이고, 다음으로 자동차로 운전하면서 여행하는 겁니다. 보통은 호텔에서 묶고, 지하철, 버스, 택시 대중 교통으로, 아님 단체일 경우 버스로 여행 다니더군요. 3일 동안 그렇게 많은곳을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대략적인 계획만 세우고 분위기 좋으면 좀 더 있고, 쉬엄쉬엄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닌곳은 첫째날 집근처 까르푸(중국어 표기가 우리말로 읽으면 가락복), Bruce kitchen 이라는 채식 레스토랑, 차로 주변 드라이브. 둘째날은 Xindian 근처 Bitan, 시먼딩, 동먼 등 시내를 다녔고 식사는 현지 로컬 식당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딘타이펑 본점을 갔었는데 역시나 긴줄. 포기 하고 다른곳으로 갔습니다. 스무디 망고 빙수는 양이 넘 많아서 남겼고요
셋째날은 예리우, 지우펀, 스린야시장을 갔습니다. 3일째도 비는 계속 오락가락 했습니다. 기암 괴석들이 많아 다른별에 온건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예리우도 좋았지만, 비와 함께한 지우펀이 더 좋았습니다. 한계령 굽이굽이 돌아돌아 가는 길 마냥 지우펀 가는 길은 굽이굽이 돌아돌아 갔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골목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한 비내리는 지우펀. 오늘까지의 하일라이트입니다.
오늘은 고궁박물관. 세계 4대 박물관중 하나라는데 ㅠ. 아이들 들여다 보내고 4층 커피숍에서 멍 때리고 음악듣고 놀았습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박물관 데리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다 설명해줬는데 이젠 나이 들어서(죄송) 다 귀찮네요. 설명하려면 사전에 조사 해야 되고, 책도 서너권 읽어야 하고 무엇보다 당일 서너시간을 서서 다닐 수 있는 체력이 되어야 하는데... 다 귀찮아 졌어요. 오디오 해설 서비스가 있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돌아오는길에 아이들은 박물관에서 본거 느낀거 아빠한테 설명하기 바쁩니다. 장단만 맞춰주면 되지요.
늦은 점심을 먹고 타이페이 101로 갔습니다. 많은 한국 단체 관광객들. 부모님 세대들. 나도 여행하는게 쉽지만은 않는데, 어쩌면 여행이 참 고생스럽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패키지 투어는 시간도 일정도 맞춰야 하는데.. 여행은 모름지기 무엇이든 할 자유와 아무것도 안할 자유가 함께 해야 하는데.. 비가 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거 같아서 전망대는 포기했습니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했지만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여기 집은 타이페이에서도 남쪽에 있습니다. 서울로 치면 수서/일원동 정도. 일원동보다 교통은 더 안 좋은듯.. 지하철은 5km 가서 있는 Xidian. 마을 버스가 30분(출퇴근 15분) 단위로 있지만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수백가구가 있는 커뮤니티. 우리로 치면 아파트 단지 비슷한데, 뭐랄까 약간 부자 동네 같은 느낌. 복층(3층) 아파트인데 1층은 거실, 식당, 게스트룸, 2층은 침실 2, 화장실 2, 다용도실 1, 3층은 세탁실, 창고, 휴식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르내리기 힘듭니다. ㅋ 산을 올라가면서 지은 집이라 3층에서 보는 전망은 정말 좋네요. 그리고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건물전체 조명 시설을 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에어컨은 방마다 있는데, 난방 시설은 없습니다. 이렇게 비오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는 아랫목 따뜻한게 최고인데, 으스스 하네요.
이제 조만간 여행을 접어야 할 때가 가까워 오는 느낌이 듭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어디가는게 정말 좋았는데 요즘은 집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아이들은 아빠가 계획하는 여행이 아닌 본인들이 계획하는 여행을 다녀야 할때가 가까와 옵니다. 여행에 대해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길 '세계는 한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페이지만을 읽은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두세권 정도의 책은 읽은 듯 합니다. 덕분에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면서 삶이라는게 혼자만이 아닌 더불어 산다는걸 체험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소망한다면 아이들도 그러했으면 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이나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 인생을 재단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은퇴하면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은 10년도 더, 아님 15년도 더 남은 다음의 일이지만 말입니다.
대만에서의 운전. 이건 사실 상당한 모험이 필요합니다. 길은 정말 복잡합니다. 있는 듯 없는듯한 교차로. 2층, 3층 나아가 4층으로된 고가도로. 직선으로 가다 T자 비슷하게 급좌/우회전 해야하는 도로.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오토바이. 이렇게 비내리는 날에도 타이페이 사람들은 비옷입고 오토바이 타고 다닙니다. 까르푸, 지하철역 등 대부분의 주차장에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걸 다 고려해서 운전해야 하는게 대만에서의 운전입니다. 이래서인지 인터넷을 뒤져봐도 대만에서의 운전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부산보다 서너배 복잡한 도로. 하지만 차 갖고 다니면 여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대만은 주유소 기름, 주차비가 서울보다 많이 저렴합니다. 대만에서의 운전은 따로 정리해서 한번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내일 여행을 위해 자야 합니다.
내일은 이란에서 1박. 그 다음날은 타이루거 1박.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와서 또 여행 떠나네요ㅋ. 특히 이란은 노천온천이 있는 집. 여기 대만가족의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타이루거 가는길에 하루 묶는게 좋을거란 추천을 해서 갑니다. 이란여행, 타이루거 협곡 후기는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밤 되세요
첫댓글 여왕님 목이 더 가늘어졌네요~~~
하우스 익스체인지로 대만에 계시는군요. 아드님들 추억의 곳간은 이번에도 풍성하게 채워지겠네요.
참 훌륭한 분이셔요~^^
대만이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안해주는 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오토바이 랜트하고싶어도 면허증인정 안해준다그래서 포기했었거든요.
존경하는 멋진 분... ^^ 즐거운 여행되셔요~
항상 부러워하면서 잘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 참 잘 키우셨네요 ...
비오는 타이페이... 좋네요~ 일하다보니 주말끼고 앞뒤로 하루이틀 휴가내서 가는여행 꿀맛인데 5월말 딸과의 타이페이여행도 차~암 좋았어요..나이들어가는 나와 부쩍자라서 이젠 나를 케어하려는딸내미..여행은 이런 우리를 추억으로 묶어주더라고요..피터님의 여행기는 빼놓지않고 잘 읽고있어요ㅎㅎ.
해질녘의 지우펀 ~꼭 가고싶은곳인데...
여행 잼나게 마무리하세요~ 시간되심 지우펀사진도 몇장 올려주세요~
아이들과 대만가셨군요. 여행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