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원] 정선 진폐전문병원 사태 결국 죽음까지 [펌]
진폐환자 1명 자살 환자들 산재지정 취소에 반발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정선 사북연세병원 산재의료기관 지정 취소를 둘러싼 문제가 결국 환자의 자살로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병원과 환자들은 지정 취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산재 지정을 취소한 근로복지공단측은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공단의 방침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진폐환자 자살 충격
지난 15일 오전 정선군 사북읍 사북연세병원 쓰레기장 옆 야산에서 진모(71)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진씨는 최근 입원 치료를 받던 병원이 산재의료기관 지정 취소가 된 데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니까 희망 병원을 제시하라'는 통지서를 받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5월부터 진폐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진씨는 발견되기 전날인 14일 오후부터 보이지 않았으며 이튿날 병원 옆 산에서 동료 환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진씨가 병원을 옮겨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옮길 처지가 못 돼 답답해했던 것 같다"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진씨의 자살로 술렁이던 병원은 더 뒤숭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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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보험 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된 사북연세병원 환자들이 로비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진폐환자들은 식사도 거부한 채 병원을 이전하라는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산재의료기관 지정 취소로 병원이 존폐 위기에 놓인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북연세병원은 "환자들이 밥도 거부한 채 로비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아우성"이라며 "일부 직원의 비리에 대해 병원 전체는 물론 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병원측은 지난 14일 춘천지방법원에 산재요양기관 지정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해결책 없어 난감
사북연세병원 사태는 최근 일부 직원들이 돈을 받고 진폐등급 판정을 조작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발단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상 재해와 관련된 사항을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진단하거나 증명하여 보험급여가 지급된 경우는 지정 취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 영월지사는 산재의료기관 지정 취소를 예고하고 지난 7일 청문 절차를 거쳐 8일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지정 취소 예고 이후 사북지역 사회단체, 정선군, 정선진폐상담소 등 지역사회에서 "산재의료기관을 계속 유지하고 진폐환자 요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촉구가 잇따랐지만,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근로복지공단 영월지사는 "병원에서 제기한 가처분과 본안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 지정 취소를 번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말했다.
지정 취소로 진폐환자들은 30~40㎞ 이상 떨어진 인근의 정선병원, 영월의료원, 태백 중앙병원 등을 이용해야 하는 처지다.
공단측도 진폐환자들에게 11월 16일까지 치료를 받을 다른 병원을 지정해 달라는 통지문을 발송해 놓았다.
1977년 사북읍 사북리에 개원한 사북연세병원은 폐광지역 특성상 광부들이 많이 앓는 진폐환자는 물론 일반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병원으로 120실 250병상에 진폐환자 175명과 일반환자 20여명이 입원하고 있다.
홍서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