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산의 숲에서 여가를 즐기고/안성환/240127
아홉산의 숲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 해발 361m의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아홉산의 뜻은 ‘골짜기 아홉을 품고 있다’라는 뜻으로 국내에 몇 안 되는 순 우리만 지명이다. 입장료는 1인당 8천 원인데 1인당 8천만 원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그 이유는 8천 원은 입장료이지만 나머지 돈은 함께한 친구들이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곳은 유원지나 관광지가 아니다. 그냥 건강한 자연 속에서 정신을 씻는 도량의 장소 느낌이다. 아홉산 숲은 개인 사유지로 한 집안에서 약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온 숲이다. 이렇게까지 지켜오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선조의 유훈과 문씨 집안의 옹고집 없이는 자연생태를 이렇게 보존할 수 없다. 이곳은 약 3.2km의 거리에 총소요시간은 일반 사람의 기준으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다. 코스를 보면 약 14곳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구갑죽(거북이 등 모양 대나무)과 맹종죽(대나무 중 가장 굵은 대나무), 관미헌, 금강소나무(우리나라 상징적 소나무) 등이 있다.
매표소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먼저 구갑죽 마당과 관미헌이 나오는데 구갑죽은 거북이 등 모양처럼 생긴 대나무인데 매우 희귀한 대나무이다. 구갑죽 옆에 관미헌(觀薇軒)이란 한옥이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문화재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주변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기록에는 산주 일가의 종택이다. 관미(觀볼관. 薇고사리미)란?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라는 뜻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이다. 여기 한옥은 약 60여 년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뒷산의 나무로만 지었다고 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금강소나무 숲이 나오는데 수령 400년의 소나무가 잘 보존된 영남 일원에서 보기 드문 군락이라고 한다. 이를 비롯하여 이곳에는 116그루의 나무가 보호수 지정을 받았다고 한다. 맹종죽 숲과 편백숲을 만난다. 특히 대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일반 나무의 4배라고 한다. 그리고 피톤치드를 다량 반출로 항염, 항균, 스트레스 조절 등 인체에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한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해보면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늘 이곳에 친구들과 찾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2393년 전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때문이다. 장자는 송나라 몽이란 지역에서 태어났는데 속세를 초탈한 철학자이다. 그는 소요유(逍遙遊)란 3글자 아래 받침자를 모두 착(辶 쉬엄쉬엄 갈 착)을 넣어 놨다. 의미는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롭게 이리저리 노니며 쉬엄쉬엄 가라는 뜻이다. 이것이 옛사람들의 여가 방법이다. 갈 때 쉬고, 올 때 쉬고. 중간중간 또 쉬고. 이것이 소요유의 기본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우리는 장자의 소요유를 아낌없이 흉내 내고 왔다.
2024년 1월 27일 안성환쓴다.
첫댓글 늘 생각하지만 정말 부럽습니다. 왕성하게 활동 하시는 선배님들을 항상 응원합니다. 선배님들의 활기찬 모습들에서 저 산촌 너머에서 버들향기 날리며 갑진년의 봄 처녀가 오는 것이 보이네요.
늘 건강하시고 오늘도 행복 꽃, 웃음 꽃 만땅인 하루 보내세요.
후배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