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업무 차 뉴욕을 찾은한 독일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독일의 유명 출판사 '슈타이들의 대표였다. 약속 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했던 그는 근처를 배회하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게르하르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뜻밖에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한 사진가의 몽환적이고 대담하며 시적인 사진들이었다. 슈타이들은 그의 작품을 엄선하여 Early Color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했고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이 낳은 전설, 사울 레이터는 그렇게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예술적 영강으로 가득했던 뉴욕의 순간들을 날카롭고 따스한 눈길로 캐치한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뒤늦게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지금 대중들의 시선도 사로잡고 있다.
인생 대부분을 드러나지 않은 채 지냈기에 아주 만족했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커다란 특권이다"라고 말하던 포토그래퍼, 사울 레이터가 보여주는 뉴욕의 풍경은 그의 생각처럼 꾸임이 없고 담백하며 느린듯하나 매혹적이다.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작품 활동을 계속했던 그는 뒤늦게 유명해진 후에도 자신의 성공을 그리 대단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No Great Hurry: 13 Lessons in Life with Saul Leiter 서두를 것 없다: 사울 레이터의 삶으로 보는 13가지 교훈] 는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보다 세상을 꾸미지 않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대영사 매그넘 포토스는 1950년대에 컬러보다는 흑백 사진을 선택했다. 보도사진의 선두에 선 매그넘 작가들이 흑백 사진을 고집할 때 사울 레이터는 일상적 풍경에도 결정적 순간'이 있음을 간파하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색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은 그의 사진들은 이제 컬러 사진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원조격이 되었다. 컬러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를 사울 레이터가 보여주는 방식은 절제미와 여백의 미가 담겨 있어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전한다.
+ 영화 캐롤이 이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함 유리창과 차창 너머로 굴절되고 반사되는 인물들 묘사가 특히 그러함
아름답긔... 여백과 일상의 단순함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