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nesto Cortazar - Piano Drops
산 이 좋 아
노해
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
산이 좋아 산에서 산다네.
들꽃이랑 산새 다람쥐 길동무하여
점봉산 줄기
곰배령 단목령 산길을
백두대간 정기 받아
가벼이 오르내린다네.
단목령고개마루
스틱에 기대서니
설악산 대청봉이 손에 닿고
곰배령 정상에 올라
시원한 봄바람에 땀 식히니
아스라이
내고향 내집이 보이는 듯--
노란 복수초꽃
연보라색 얼레지의 아름다운 자태는
나를 반기는 듯 방긋 웃고
이름 모를 산새
고운 목소리가 발원( 發 源 )하여
흐르는 계곡물의 멜로디로 조화하니
산길 나그네를
흠뻑 적시네.
상쾌하게 스쳐가는 바람
더덕이랑 당귀향 실은 산 내음
싱그러운 초목의 속삭임
맑은 물에 노니는 열목어와
금강치의 유유한 몸 놀림
이 모든 것이
내 것인 양--
그리도 가슴을 열리게 하고
내마음 살찌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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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우고 산에 안긴다. = ( 虛 心 抱 山 )
여인의 젖무덤처럼
솟아 있는 산 봉우리
어머니 품안 같이
폭은함이 느껴지는 산세( 山 勢 )
그래서 이곳 산이 좋아라.
흙( =자연)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반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살았으니--
하늘의 뜻과 윤회( 輪廻 )의 법칙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이제 어머니 품안 같은
대자연( 大 自 然 )에
묻히고 싶다네.
삶이 자연( 自 然 )이요
자연이 삶이로고.
이마에 땀 솟으면
계곡물에 노니는 희귀어들 놀랄세라
살며시 발 담그어
더위를 식히고
단목령 아래 호젓이 서 있는
정자에 걸터앉아
조물주 빚어놓은 풍광( 風 光 )
한껏 완상( 玩 賞 )하며
아름다운 대자연에
흠뻑 동화( 同化 )한다네.
다가올 가을
머루랑 다래열매 따 술 담그고
당귀차 끓여 마실
즐거움 그려 보며
길상헌( 吉 祥 軒 )에
한광고서( 閒 曠 高 棲 )하니
이에 더 함이 무엇이랴 !
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
산이 좋아 산에서 산다네. 끝
(주)
閒 曠( 老 子 ) : 마음을 조용히 평정하고 여유를 가지다 (= 마음을 비우다)
高 棲( 高 凰 ) : 온갖 번뇌나 갈등등 세속을 벗어나 청빈하게 산다 (= 속세를 떠나 산다)
吉祥軒 : 아람드리 소나무 사이에 지어놓은 집에 붙인 이름
2006. 봄날
* 묵은 작은 수첩에서 옮기다
첫댓글 오래전에 제가 지은 시(제 브로그에 실려 있음)를 부끄럽게 올려봅니다.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참으로 좋은 시입니다.
이런 좋은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