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1542년 무렵 에스파냐 아빌라의 폰티베로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매우 가난하였던 그는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여 수도 생활을 하다가 사제가 되었다. 이후 요한은 "아빌라의 성녀"로 잘 알려진 에수의 성녀 데레사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영성 생활의 스승 역할을 하였다. 1591년 세상을 떠난 그는 1726년에 시;성되었고, 1926년에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다. 교회의 위대한 신비가인 십자가의 요한 성인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가르멜의 산길], [어두운 밤], [영혼의 노래] 등은 영성 신학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 2023년 나해. 12월 매일 ㅣ사책 80쪽에서 옮겨 적음 -
[12월] / 吳世榮
(오세영, 1942~ )
풀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음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아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시낭송] 12월 / 오세영
(낭송 - 고은하)
어제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심지어 심야의 당구 게임까지 하는 등으로 노느라 자정을 넘겨 귀가한 것이 새뱍 3시 넘어 취침을 하게 되었고, 결국 오늟 아침에는 8시 반이나 되어 기상을 하였으니 늦잠을 자고 만 것이다.
공연히 성난 마음이 아침부터 부산하게 만들어 밤새 흘린 땀도 씻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바쁘기만 하였다.
겨울비는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니 흐린 하늘이고, 창문을 닫아 둔 방 안에서 하염 없이 위의 오세영 시인이 지은 [12월]을 배달하느라 몹시 바빴다.
오늘은 한문 열자(列子)를 수강하는 날인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또 지각을 하게 되어 1시간 수업을 배먹고 말았다.
들으면 다 좋은 것을 왜 이리 농땡에를 치는지 내가 봐도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리라.
J 교수는 강의를 마치고 3사관학교 동기회 모임이 있다며 사당역 쪽으로 먼저 가고 남은 사람들 끼리 오리고기정식으로 저녁 식사와 막걸리 세 통을 시켜 나눠 마시며 한담을 나누다가 헤어져 귀갓길에 올랐는데, 그 막걸리가 문제(?)였던 것일까,
충무로역에 올 때까지 깜박 졸다가 허둥대며 내리다 보니 그만 우산을 손잡이 부근에 걸어 둔 채 급히 나오는 바람에 낭패를 겪고 말았다.
당장에 바깥에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집에 가려면 아무래도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할 판국.
아직 7시대 밖에 되지 않음을 알고 창동 단골 당구장으로 가 우산부터 확보를 해 놓은 다음 잠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전 서울시 동료였던 L 씨가 강남에서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이라며 나처럼 당구장을 들렀다는 것.
그래서 둘이서 삼판 양승제로 열전을 벌였는데, 간신히 내가 2 대 1로 승리.
게임비를 분담하고 헤어져 귀가를 한 것이다.
여전히 비는 냐리고 있었다.
집에 와서 [미스터로또] 프로그램 시청에 집중하면서 아내와 겨우 몇 미다 대화를 나누었는데, 기어이 자정을 넘겨서야 방송을 마치니 그제서야 세면을 하고 이렇게 일지를 적고 모바일로 하는 복음쓰기를 하고 취침을 하려고 한다.
한편, 아들 규화 에로니모(에명 성도현)는 최근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며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고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서울의 봄] 영화에 비록 단역이지만 출연하였다고 미국에 있는 조카가 영화를 보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것을 큰딸이 캡쳐하여 우리 소가족 공동체 단톡방에 올린 것을 구남매 단톡방에도 옮겼더니, 누님과 자형님은 이미 큰딸 로사 덕분에 12월 3일에 영화관에 가서 관람하셨다는 후문.
출연 씬이 제법 되었으나 나중에 보니 편집이 된 량이 상당하여 몇 장면이 안 나온다지만 그래도 대히트중인 영화에 참여한 것으로 감사하다는 아들의 소회도 메시지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감사할 일이다.
애지중지 아끼고 아끼던 소장품이었던 우산을 잃어 버린 것이 종래 아쉽기 짝이 없었던 날이었지만 그래도 늘상 참 좋은 하루를 지내게 허락해 주신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흠숭의 기도를 바치며,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을 지나 보낸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