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이기적인 것에 가까운 개인주의의 성향을 가지고 자랐다.
사람들 속에 어울려 늘 까불고, 웃고, 부대끼면서도 늘, 그네들 속에서 삐져나와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당연히 이런 성향에 따라 일상생활을 만들어 갔다.
일 끝나면 곧바로 집에 오기, 영화나 비디오 보기, 책 읽기.
일상생활에서 대게 다른 사람은 배제되어 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을 한다 하더라도, 나는 게임 자체에만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 내 주위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나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정말 가끔씩 심심하단 생각을 해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생활이 편하다. 어쩔 수 없이…
며칠 전 비디오 가게에 갔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한 비디오 표지에 웬 꼬마랑 휴 그랜트가 있는 [어바웃 어 보이]가 눈에 띄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어느 신문인가 영화잡지를 보던 중 이 영화를 소개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인간은 섬이다'
평소 휴 그랜트란 배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별 이유도 없었다. 아마 괜한 선입관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만으로 여지껏 휴 그랜트가가 출연했던 영화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섬이다'라는 소개 문구가 너무 좋아서 이 영화만은 그냥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휴 그랜트가 연기하는 영화 속 캐릭터를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아니 적어도 그에 대한 나의 편견은 없어지게 되었다.
'네 멋'으로 한기자랑 전강에 대한 느낌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는 '인간은 섬' 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한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독신남이 세상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영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가치를 계몽시키려는 영화는 아니다.
사회는 나와 타인과의 부단한 교류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의 성향이나 특성을 공동체적 삶의 방향을 기준삼아 옳고 그름으로 나누어 버리는 획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전히 혈연과 지연, 그리고 학연 따위로 패거리 짓기 좋아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후자의 부정적인 측면 역시 무시못할 정도다.
인간은 섬이다.
동시에 대륙의 일부이기도 하다.
나는 그 섬과 대륙의 경계에서 자유로이 노닐 수 있는 세상이 그립다.
아버지의 명성과 고통은 그의 한계이자 자유의 근원이었다.
명성에 대한 타인의 기대에 절망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의 한계였던 동시에, 명성에 기반해 아버지가 남긴 넉넉한 유산으로 그가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