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고 싶은 이들에게 '아침가리 트레킹'을 추천한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한 아침가리는 옥빛 계류가 흐르는 원시계곡이다. 비경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침가리'는 아침에 밭을 갈 정도의 해만 잠깐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깊은 산중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워낙 산이 높고 계곡이 깊은 곳에 자리해 빨리 해가 저물기 때문이다. 한자로는 아침 조(朝), 밭갈 경(耕), 고을 동(洞)을 써서 '조경동'이라고도 일컫는다.
높은 산줄기에 둘러싸인 아침가리는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다. 아주 오래전 '정감록'의 예언을 믿는 화전민의 후예들이 이곳에 모여 마을을 이루고 대를 이어 살았다.
약 200여 가구가 척박한 땅에 약초 등을 가꾸며 삶을 이어왔지만, 지금은 폐교된 방동초등학교 조경분교와 빈 집만이 남아 있다.
아침가리는 길이 험해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아 예부터 '숨어 살기 좋은 땅'이라 일컬어졌다.
물, 불, 바람 이렇게 세 가지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로서 난세에 숨어 살만한 피난처였던 것이다.
아침가리를 포함해 내린천 상류의 인제 개인산과 방태산 주변에 숨어 살기 좋은 땅을 '삼둔 오가리'라고 불렀는데,
어원으로 보면 '둔'은 산속에 숨어 있는 평평한 둔덕이라는 뜻으로 월둔 달둔 살둔 등 숨어 살기 좋은 마을을 가리킨다.
'가리'는 겨우 밭을 갈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깊은 골짝을 일컫는 말로
오가리는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곁가리 등 방태산 일대의 깊은 계곡을 가리킨다.
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아침가리는 이 오가리 가운데서도 가장 길고 깊다.
아침가리는 구룡덕봉(1388m) 기슭에서 발원해 20㎞를 흘러 방태천으로 들어간다.
상류는 월둔 명지거리 방동약수를 잇는 도로와 인접해 있지만 하류로 갈수록 한적하며 원시림을 느끼게 하는 골짜기를 간직하고 있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아 맑은 물에서는 열목어가 살고 있고, 트레킹 도중 수달(천연기념물 330) 족제비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328) 등
희귀동물을 만날 수도 있다. 옥색을 띠는 맑은 물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열목어떼가 노닐고 있다.
◆ 쏟아지는 물줄기에 마음도 시원해
= 아침가리 트레킹은 방동약수터에서 시작된다. 조경동 다리를 건너 뚝발소와 군유소를 지나 진동마을까지 총 15㎞를 걷는데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침가리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심한 물굽이를 자랑하는데
환상적인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아무리 무더운 한여름 더위도 까맣게 잊게 된다.
물줄기가 굽이치는 코너마다 자갈밭이나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도심에서는 감히 즐기기 어려운 자연의 모습이다.
간간히 드러나는 바위의 형태, 색, 무늬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검었다가 희어지거나 계류의 흐름이 그대로 아로새겨진 듯한 물결무늬도 이색적이다.
전 구간이 청정하지만 그중에서도 하류부의 4~5㎞ 구간은 옥빛 소(沼)와 아담한 폭포 등 원시의 자연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조경동 계곡 입구에서 약 4㎞ 상류 지점에 검은 물빛을 자랑하는 뚝발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아침가리에서 가장 깊은 소다.
검푸른 물빛이 그 깊이를 짐작케 한다. 뚝발소와 군유소 외에도 퍼렇게 펼쳐진 소가 여러 개 이어진다.
계곡 옆길을 걷다가 길이 없는 곳은 계곡 물길을 이용해야 한다. 아침가리에는 특별히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위적인 손길 대신 원시적인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그냥 물이 흘러내려 가는 곳으로 물길을 따라 걸으면 목적지에 닿게 된다.
물속을 걸을 때는 물속 바위에 물이끼가 끼어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더 미끄러운 곳은 등산화창으로 몇 번 문지르고 딛도록 하자.
첫댓글 드디어 산행지가 올라 왔네요 계곡 폭포가 너무 시원해 보이네요 대장님 수고 했어요
송통영 갑니다
선착순 1번입니다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