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를 지지하지만 한번도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여러모로 고찰해보는 기회가 되어 참 고마운 책이다.
사실 책을 다 읽고난 뒤에 든 생각은 대부분 '이 나라가 비건 친화적인 분위기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하는 현실적인 제도상 문제들이었는데,
이때 내 결론은 인간이 동물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한국사회는 표면적으로 신분이 사라졌지만 실상은 학벌을 세습하는 계급사회나 다름없다.
양반과 노비,명칭만 사라졌을뿐 노동자는 노예처럼 일하고, 자본가들은 본인이 양반인줄 모르고 양반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인권과 노동권이 바닥인 곳에서 동물권을 올리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인간도 물건취급 당하는데, 동물은 오죽하겠는가? 이건 개인의 도덕성 문제나 공감능력탓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한다.
개인이 아무리 비건을 실천하고 노력한다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것이다.
따라서 나는 한국의 비건운동이 근본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인권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 능력주의를 해체하고, 학생들의 여가시간을 늘리고, 학업경쟁을 낮춰 사교육을 없애고,청소년 자살율을 낮추고,노동시간을 줄이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고,노인빈곤율을 해결하는등
인권향상이 선행되어야 그나마 동물권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든다.여성인권은 동물권 다음인가?
아니다.인권상승 안에 여성인권도 포함되어있다.
여성인권,노동자인권,장애인인권,소수자 인권이 모두 올라간 뒤에 동물권이 실질적으로 향상될거라 보는게 내 입장이다.
유럽에선 이 단계를 모두 밟았기때문에 마지막단계인 개인의 노력(채식주의) 을 강조하는데, 한국의 채식주의자들은 모든 단계를 생략하고 마지막 단계만 가져와서 따라하고 있다.
한국의 비건운동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게 아니다. 한국에서 비건운동이 왜 대중적 지지를 받지못하는지 그 구조적 한계를 꼬집고 있는것이다.
(한쪽에선 아이들이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12년동안 고통스러운 경쟁에 시달리는데, 동물이 행복한 사회라면 그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고 도덕적이지 않다.)
한국에서 비건운동이 성공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인권을 우선시해야한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고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생각을 확립해나갔다.
그 과정과, 내 생각을 이곳에 정리했다.
첫번째. 인구감소
처음엔 나도 인구감소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딘가 찝찝함이 들었다. 결국 피상적인 해결책일뿐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어서 그런것 같다.
이것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소비인구 자체를 줄여서 육류소비를 줄이는것이기 때문에 가축 사육장의 처우개선이나,제도적 동물권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그저 규모가 조금 줄어든 기존의 사육장에서 동물은 변함없이 고통받을 것이다.
반론)인구가 줄어들면 인권이 상승할테니 자동으로 동물권이 따라오지 않을까?
인구감소와 인권상승의 상관관계는 분명히 있으나
전자가 반드시 후자를 불러오는것은 아니다.
루마니아는 인구감소를 해결하기위해 강간시에도 낙태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고 출산강요를 위한 악랄한 정책을 펴서 국민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스파르타도 인구감소로 강압적인 출산정책을 펼치다 모두 실패하고 몰락했다.
당근과 채찍을 주는 이같은 정책은 역사적으로 실패한게 증명되었지만 한국의 멍청한 남성기득권들은 이 역사를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애낳으면 1억씩 주는 정책을 내놓는 것만 봐도..)
적어도 한국의 미래가 북유럽이 아니란것은 자명해보인다.
두번째. 동물권과 물가상승 문제
동물복지는 물가상승을 불러온다. 동물복지를 위해 저소득층이 굶어야한다면 그것은 주객전도이다.
독모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되나 고민하다가 유럽상황을 검색해보았는데 독일은 동물복지 고기가 다른 고기보단 조금 더 비쌌지만 여전히 한국과 비교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어떻게 이 가격에 팔수있을까? 놀라웠지만 곧 실상을 알고나서 실망했다.가격이 싼 이유는 바로 값싼 외국인노동자를 대규모로 들여와서 저임금으로 부려먹었기 때문이었다.이들은 좁은 면적에 다닥다닥 붙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나마도 코로나 이전까진 동물복지 제품의 소비량이 높았지만(시민의 양심에 기대는게 가능했던 시절) 코로나 후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던 농가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렸고 동시에 소비량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독일은 동물복지 농가가 많고 임금이 높기 때문에 한국만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덴마크,핀란드의 경우는 어떨까?이곳은 동물복지 제품이 독일과 비교하면 훨씬 비싸다. 그럼에도 수요가 높다고 한다.
이마도 이것은 높은 임금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의 평균시급은 5만원이다.)
결국 임금상승, 빈곤 퇴치,인권이 동물권에 있어서 필수요소 인 것 같다. 그 후에 인구를 줄이고 채식을 지향하는 등 개인의 노력이 수반되면 진정으로 동물과 인간이 행복한 세상이 펼쳐지겠지.
한국에서 이를 실현하려면 가장 현실적이고도 쉬운 방법은 교육혁명이다. 프랑스처럼 기득권을 죽이는 혁명의 피바람이 불지않는 한, 미래세대의 계몽이 유일한 해결방법이기 때문이다.
대학등록금을 폐지하고,경쟁교육을 없애고,능력주의를 해체하고, 근본부터 글러먹은 한국교육과정을 다 뜯어고쳐야한다,사유를 중요시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길러낼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뀌어야한다.학생 개개인의 재능계발에 국가가 투자해야한다.
독일은 50년전에 이같은 교육혁명이 일어났다. 대학등록금 전액 무료, 대학입시 철폐 ,경쟁교육 금지, 성적 줄세우기 금지->그 결과 독일의 청년들은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정신을 갖고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가 되었다. 경쟁을 없애면 학생의 수준이 떨어질거라는 걱정과 다르게,오히려 경쟁을 없앴기 때문에 학생들은 행복한 유년시절을 겪고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책을 읽고 사유할 여유가 생겼다.이 아이들이 한때 파시즘에 잠식되었던,사람을 가스실에 넣어 죽였던 폭력적인 독일사회를 180도 바꾸었다.
한국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이 가장 기회라고 생각한다.한국 교육은 실패했기 때문에 아예 없애고 처음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아이들이 자살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구성원이 되었을때 대한민국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현재의 교육과정을 겪고 망가진 아이들이(특히 1020한남들이) 기득권이 되었을때,이 나라는 돌이킬수 없이 망가질 거라고 생각한다.아마 이슬람이나 남미 국가처럼 되겠지..
동물권을 생각하다 한국의 미래까지 넘어가버리고..
답답하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