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조선 12 월호 에서 발췌 선후배 님 따뜻한 겨울나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1위 포털사이트였던 야후(www.yahoo.com)가 인터넷강국 한국에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고 올 연말 한국시장에서 철수, 한국사이트(www.yahoo.co.kr)도 폐쇄한다. 1997년 한국에 상륙해 세계적으로는 구글에 이어 2위, 일본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야후가 왜 한국에서는 사업축소도 아닌 철수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일까.
전 세계 인터넷사이트 순위집계업체인 알렉사닷컴에 따르면, 야후는 전 세계 모든 사이트 중 4위, 포털사이트 중에서는 구글에 이어 2위다. 야후재팬(www.yahoo.co.jp)도 세계 사이트 순위 15위에 올라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와 QQ를 제외하면 야후는 구글과 함께 세계 포털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야후 야후는 1994년 4월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과정에 있던 대만계 미국인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 두 사람이 박사논문 작성에 필요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들을 찾아보기 쉽게 분류, 웹사이트 목록을 만들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 웹사이트 리스트는 스탠퍼드 대학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고, 1995년 벤처캐피털을 유치해 야후라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이후 고속성장을 거쳐 1996년 4월 나스닥(NASDAQ)에 상장, 순수 인터넷회사로는 처음으로 상장한 회사가 됐다.
야후의 매출은 창업 첫해인 1995년 140만 달러에서 1998년 2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2000년대 초까지 명실공히 세계 1위 포털사이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검색엔진을 강점으로 하는 구글의 도전으로 1위 자리에서 밀려나 현재 2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야후의 시가총액은 196억8000만 달러다. 야후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원숭이처럼 생겼지만 똑똑한 인종’의 이름을 딴 것이다. |
한국시장 철수로 1000억원 이상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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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야후 CEO로 취임한 마리사 메이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
야후코리아는 10월 19일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그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의 사업이 지난 몇 년간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야후의 비즈니스를 개선하고 더 강력한 글로벌 비즈니스 수립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시장에서 더 이상의 비전을 찾지 못해 철수한다는 뜻이다.
야후는 올해 말로 예정된 한국 사업 철수로 최소 9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감가상각비 8700만 달러, 퇴직급여 500만 달러, 임대계약 종료 비용 200만 달러가 포함된 금액이다. 구글 부사장 출신의 마리사 메이어는 올해 7월 야후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이후 그룹 내 부실 분야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밀려 나날이 하락세를 겪었던 야후는 최근 내부분열까지 겪으며 경영진을 수시로 교체해 왔다. 최근 1년 동안 CEO가 다섯 번 바뀌었을 정도다.
마리사 메이어는 지난 10월 23일 미국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야후는 앞으로 검색, 뉴스,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견고한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모바일의 거대한 물결을 넘기 위해 모바일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야후가 성장에 성공하지 못한 국제 사업 부문들을 철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 시장 철수와 알리바바(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지분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해외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내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국내 1위 다투던 야후
미(美) 《허핑턴포스트》는 마리사 메이어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며 “야후는 네이버와 다음이 양분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극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메이어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2위, 일본에서 1위 포털인 야후는 국내 포털 중에는 4위지만 시장점유율은 4위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네이버가 70%대, 다음이 20%대로 두 포털이 시장의 약 90%를 점유한 상황에서 야후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0.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포털의 최강자였다. 1997년 9월 서비스 시작 이후 검색, 메일, 메신저, 커뮤니티, 검색 등 포털서비스의 전형을 만들었고, 위치기반 정보제공 서비스인 ‘야후!거기’도 야후코리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역수출하기도 했다.
또 당시 광고라고는 배너광고밖에 몰랐던 국내 포털과 달리 검색광고와 네트워크형 광고 등을 선보이는 등 국내 포털 시장을 선도해 나간 업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포털 시장은 한메일을 앞세운 다음과 글로벌네트워크를 앞세운 야후 두 포털이 명실공히 강자였고, 문장검색을 앞세운 엠파스와 커뮤니티 서비스가 강점이었던 프리챌 등이 뒤를 따랐다.
2002년 네이버가 ‘지식인(iN)’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의 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장검색 서비스, 쌍방향 지식공유 서비스를 기초로 한 지식인 서비스는 전 세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03년부터 네이버는 포털 1위를 차지하며 이후 독주하기 시작했고 2010년 이후로는 시장점유율 70%대를 유지하며 국내 포털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권기덕 수석연구원은 “IT업계에서 과거에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인프라와 솔루션 부문 기업이 강자였지만, 지금은 검색, 전자상거래, SNS, 영상, 생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IT업계에는 영원한 강자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장재현 연구원도 IT기업은 타 업종에 비해 순위 변동이 매우 심하다고 분석했다. 그의 얘기다. “IT산업은 쏠림현상이 심하고 승자독식 구조가 매우 당연시됩니다. 야후의 경우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닷컴버블(인터넷사이트의 폭발적인 성장)’의 대표적인 업체죠. 그런데 2000년대 말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용자가 네이버로 빠져나갔어요.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이 쏠림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람들이 네이버로 가면 갈수록 모든 사람이 네이버로 옮겨가는 거죠.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지식을 얻고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형 소셜커머스나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이런 쏠림현상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나만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방향의 쏠림현상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이용할 때는 다 같이 이용하지만, 한번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IT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강자가 계속 강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직원들도 철수 사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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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코리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세계로 역수출한 위치기반정보 ‘야후!거기’ 서비스. |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등장 이후 약세를 보이던 야후코리아는 2007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매출과 이익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려진 매출은 2006년 785억원. 감사의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다 보니 직원들도 회사의 구체적인 형편을 알지 못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발표 직전까지 철수 사실을 몰랐다. 야후코리아는 10월 초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기자실을 리모델링했고, 10월 19일 언론발표 이후 배포된 이메일을 통해 철수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현재 야후코리아에 근무 중인 직원들은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고, 수년 전 야후코리아에 몸담았던 한 벤처기업인을 만날 수 있었다.
- 야후코리아가 갑작스럽게 철수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야후코리아가 포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시장점유율은 부끄러울 정도고, 인터넷 초창기부터 야후메일을 사용해 온 사람들 정도가 이용하는 정도였죠. 야후코리아의 위기는 2011년 말 자회사 오버추어코리아와 네이버 간의 검색광고 계약이 해지되면서 가시화됐습니다. 국내 포털 70%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가 떨어져 나가자 그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야후코리아가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죠. 하지만 오버추어는 다음을 비롯해 주요 쇼핑몰 등과 검색광고 계약을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속 있는 장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이 네이버처럼 자체검색광고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거죠.”
- 미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야후가 강자입니다.
“미국에서도 야후는 구글에 밀려 사상 초유의 위기인 상태입니다. 수익이 안 되는 사업은 접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야후재팬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일본회사입니다. 야후재팬은 네이버나 다음처럼 현지인들이 가장 선호하며 편리하게 사용하는 포털이 됐어요. 야후코리아도 국내에서 삼성이나 SK 또는 벤처업계의 큰 기업과 제휴를 했다면 다른 양상을 띨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런 전략을 쓰기도 전에 네이버와 다음은 이미 너무 커져 있었습니다.”
다음과 재계약 불발 직후 철수 선언
업계에서는 야후코리아의 철수는 오버추어-다음의 재계약 실패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오버추어는 세계 최대의 검색광고 회사로, 한국법인인 오버추어코리아는 2012년 현재 네이버를 제외하고 다음·네이트·야후·11번가·드림위즈 등 국내 주요 사이트 대부분과 검색광고 대행계약을 맺고 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오버추어와 계약을 맺고 있다가 독자적인 검색광고 사업을 위해 2010년 NBP(NHN 비즈니스 플랫폼)라는 자회사를 만들었고, 2011년부터는 NBP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검색광고 시장은 NBP와 오버추어가 양분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오버추어를 이용하는 광고주들은 대부분 다음에 광고를 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것인데, 다음이 지난 10월 19일 “오버추어와 계약 만료(2012년 말) 이후 2013년부터는 자체 검색광고시스템(다음클릭스)을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 이 내용이 오전에 언론에 알려졌고, 같은 날 오후 야후코리아는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야후코리아의 실질적인 수입원은 오버추어코리아였는데, 국내 포털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을 모두 놓치고 나면 사실상 설 자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네이버가 오버추어코리아와 결별하며 오버추어코리아는 이미 고객의 70~80%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버추어(overture) 1998년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 광고회사. 키워드 검색을 통해 이용자 클릭이 발생했을 때만 광고비를 지불한다는 독특한 광고 방식으로 인터넷상에서 획기적인 수익모델을 개발했다.
광고주가 경매를 통해 원하는 키워드를 구입하고, 구입한 키워드로 검색어가 입력되면 광고가 노출되는 원리다. 이때 이용자가 클릭을 하고 광고주의 웹사이트로 유입됐을 때만 광고비용을 지불하게 되는데 이를 P4P(pay for performance), 즉 온라인 유료 검색광고라고 한다. 이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야후, MSN, AOL 등 주요 포털이 오버추어를 선택했고, 오버추어는 2003년 7월 야후에 16억3000만 달러에 인수돼 야후의 계열사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2002년 9월 오버추어코리아가 설립됐으며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의 대부분이 오버추어코리아와 제휴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네이버가, 2013년부터 다음이 독자적으로 검색광고회사를 설립해 독자검색광고서비스에 나서자 오버추어코리아도 2013년부터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
“네이버 쏠림현상 더 심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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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창립자 제리 양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중 하나였다. |
업계 관계자들은 야후와 오버추어의 한국시장 철수는 다음의 부진을 가져와 네이버의 시장 독과점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다음이 오버추어와 결별을 선언한 후 11월 초 현재 다음의 주가는 8만원대로 한 달 전에 비해 20% 가까이 추락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음이 자체 검색광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다음이 자체 검색광고 플랫폼 구축뿐만 아니라 수익을 기대했던 다음모바일게임 분야도 카카오톡에 밀려 성공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다음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년 국내 검색광고 시장은 NBP의 독주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검색광고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다음클릭스의 광고효과를 검증하기엔 이른 만큼 광고주들의 네이버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NBP의 광고단가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검색광고 판매는 경매 방식이어서 네이버에 노출을 원하는 광고주 수가 많아질수록 키워드 입찰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네이버는 해당 포털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도록 운용, 웹상의 공정경쟁을 사라지게 한 상태”라며 “경쟁자들이 떠오르기는커녕 점차 세력이 약해지고 있어 네이버의 독점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수많은 포털사이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야후로 인터넷을 시작했던 30~40대 인터넷 사용자에겐 야후코리아의 철수가 제행무상(諸行無常)으로 느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