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검사결과를 분석하는 리처드 유 방사선 의학 전문의. 유 전문의는 환자의 방사선 노출량을 의사 리포트에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하는 법이 가주에서 2~3년 안에 시행될 것이라 내다봤다. |
# 검사에 따라 방사선 노출 다르다
방사선과에서 실시하고 있는 검사는 일반 X-레이(매모그램 포함) 초음파(울트라 사운드) 검사 MRI CT 펫 스캔(Pet/CT)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방사선이 사용되지 않는 것은 초음파 검사와 MRI다.
초음파 검사는 말 그대로 초음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몸에 해가 전혀 없어서 설령 자주 받아도 걱정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태아의 상태를 확인할 때 많이 사용한다. MRI 검사도 매그넷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아무리 많이 받는다 해도 방사선 노출이 없어 해롭지 않다.
이를 제외한 다른 검사들은 방사선 노출량을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슈가 되는 것이 CT와 펫 스캔이다. 국제적으로 방사선 노출량을 나타내는 단위는 시버트(츠)(Sievert(s))인데 한 번 CT 검사를 받을 때 환자가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2~15 밀리 시버츠다.
펫 스캔은 이보다 더 많은 15~30 밀리 시버츠다. 유 전문의는 "부위에 따라 방사선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가 어느 부위를 몇 차례 받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생존자들의 방사선 노출량이 50~150 밀리 시버츠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CT촬영을 4번 하면 히로시마 생존자가 노출된 방사선량을 몸에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여성들이 염려하는 유방암 검사에 사용되는 매모그램도 X-레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은 크게 염려할 수준이 아니다. 일반적인 X-레이의 방사선량은 CT 검사의 100분의 1~400분의 1 정도다.
# 암을 유발시킨다
유 전문의는 "방사선 노출이 의학계에서 거론되는 것은 히로시마 생존자들 중에 암환자가 많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갑상선암과 혈액암(백혈병)이 방사선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방사선이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확률이 나이에 달라진다는 통계가 나와 더욱 경각심을 주고 있다. 갓난 아이가 CT검사를 받았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은 200분의 1이지만 40대는 270분의 1로 낮아진다. 또 70대가 뇌 CT검사를 했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은 1000분의 1로 더욱 낮게 나왔다.
유 전문의는 "미국에서는 한국의 종합검진처럼 뚜렷한 병이 없는 상태에서 전신 CT 촬영을 할 수 없다"며 "매년 CT검사를 하면 히로시마 원폭지에서 몇 킬로미터 안 떨어진 곳에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새 남용 많이 발생 노출량 기록 법으로 곧 시행
# 가주 정부 법적 규제 나선다
CT검사의 방사선량이 X-레이보다 많은 것은 평면이 아닌 입체 촬영인데다 이를 다시 단층으로 잘라 그 안의 작은 입자들을 보기 때문이다. 유 전문의는 "물론 이 검사는 병을 잡아내고 치료방향을 정하는데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어서 현대 의학에서는 위대한 발병이며 없어서는 안 될 테크놀로지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용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CT는 환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의사들도 꼭 필요한 경우만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에 일반에 홍보가 되면서 ‘CT(혹은 펫 스캔)로 봐야 정확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다. 이 때문에 사용 빈도가 급증했고 남용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가주정부는 환자 보호 차원에서 의사 리포트에 환자의 방사선 노출량을 반드시 기록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2~3년 안에 이를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문의는 “CT발명자인 코맥과 하운스필드는 79년 노벨상을 수상했다”며 “문제는 유익한 테크놀로지를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의 어드바이스
"증상 없지만 불안해서 전신CT검사 '위험'"
-CT나 펫 스캔 검사는 의사가 권할 때만 받는다. 이 경우에도 의사에게 왜 필요한 지를 꼭 물어본다. 대부분 의사들은 정밀검사가 필요할 때 CT검사를 한다.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특히 40대 이하는 의사가 이 점을 유념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종합검진에 너무 의존하지 말 것. 부득이 받고 싶을 때는 미리 의사와 상의한다.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하는 확률은 1000명 중 5명 정도다. 나머지는 아무리 정확한 검진을 해도 놓치게 된다. 증상도 없는데 ‘혹시나’하는 불안감에서 매년 전신 CT검사를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최근엔 CT도 못 미덥다며 ‘아주 작은 암세포까지 잡아낸다’는 펫 스캔을 받아야 안심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다.
글·사진 김인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