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께서 살아 계신다면 도로에 걸려 있는 표지판을 보고 제대로 찾아 올 수 있을까." 경남지역 도로에 있는 '드림베이대로', '타운', '국제슬로시티', '이마트 사거리', '제니스 교차로' 등 표지판을 볼 때마다 드는 물음이다. 한글날이라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도로에 내건 안내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 '드림베이대로(Dreambay-daero)'는 창원 마산합포구 해운동삼거리에서 가포신항 앞을 지나 덕동동까지 총연장 5.1km 구간 도로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로 하면 '드림'은 '꿈'이고, '베이'는 '항만' 내지 '들어앉은 땅'이라는 뜻이다. 2010년 창원·진해와 행정통합하기 전인 옛 마산시가 내세웠던 '드림베이(꿈의 항만 도시)'에서 따와서 붙인 도로 명칭이다. '드림베이대로'가 아니라 '꿈의항만대로'라고 하든지, 아니면 해당 지역을 붙여 '가포신항대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김해 율하동에 조성되어 있는 식당 쪽 도로에 '율하먹(을)거리타운'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율하에 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라는 의미인데, 굳이 외래어인 '타운'이라는 말을 쓰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율하먹거리타운'이 아니라 '율하먹거리동네' 내지 '골목' '촌' '구역'이라고 붙이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김해 곳곳에 '국제슬로시티김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김해시를 지정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외래어 '슬로시티'는 '느리게 걷는 도시'라는 의미다. '슬로시티'를 썼다면 앞에 있는 '국제'도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이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 '국제'는 한글로 하면서 '슬로시티'만 외래어를 가져온 것이다. '국제 슬로시티 김해'가 아니라 '국제 느리게 걷는 도시 김해'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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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지요>를 펴낸 이우기 저자는 "국어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라며 "지방자치단체에 딸린 기관, 사업, 행사, 도로의 이름과 발전 구호, 정책 내용 등에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국어기본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화 시대에 맞춰 외국인을 배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말을 외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여 보여주는 것은 배려이지만,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섞어 사용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라며 "거리 이름을 외국어로 지어놓고 우리말로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하는 건 말이 안되고, 처음부터 우리말로 어떻게 지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첫댓글 사회 분위기 탓인지 뭔지 쓸데없는 영어 사용이 엄청 늘었긔. ‘이슈’ 같은 말 요즘 너도 나도 쓰는 거 보면 알 수 있긔. 정말 못마땅하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