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세상을 홀라당 뒤집어 놓았다. 지식 정보를 계통별 칩으로 생산하여 생체에 주입하는 바람에 학교는 필요가 없어졌고, 이후 가정이나 국가, 민족의 개념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토록 몽롱하게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던 영혼이나 신 따위의 단어를 믿는 사람은 지금 아예 없었다. 기업이 전부였다. 에너지와 인력을 통제하고 원하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기후의 악순환 때문에 지구의 생태는 벌써 끝장났다. 다행히 돔을 건설해 호흡을 하게 하고 DNA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 사람들은 멸종을 면했다. 기업은 모든 생명을 필요한 만큼만 허락했다. 남녀가 짝을 이룰 가정이 없었으므로 개인이 출산하는 일은 허락되지 읺았다. 2030년에 지상 최고의 기업 ‘드라크’의 임원회에서 여성에 의한 출산을 위법으로 정하고 위반시 엄벌할 것을 공포하였는데, 다행히 나는 2029년에 달의 D34 구역에서 일하는 생명공학자의 딸로 태어나 G21돔에서 살았다. 20세가 되면서부터 지구의 우주항법통제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메가지능Q의 강력한 통제 아래 태양계에서 근무하는 인력과 그 외의 인력을 주기적으로 교환하였으므로 나는 6년이 지난 지금 회사의 명령으로 2055년 새해 아침부터 켄타루스 성좌로 가기 위해 동료 4명과 함께 지구의 PY256지점에 있는 양자우주 타워에서 광속선 계룡K46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