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형일 대표│“외국 뮤지션의 공연으로 한국 음악시장에 화두를 던지고 싶다
한동안 한국 음악팬들의 불만은 국내에서 기껏해야 한 물간 해외 스타들의 공연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불평은 많이 수그러들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제이슨 므라즈, 셀린 디온, 마룬5, 에릭 클랩튼, 비욕, 마이 케미컬 로맨스,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해리 코닉 주니어... 이것은 현재 글로벌한 대중음악 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인물들이자 최근 몇 개월 동안 한국에서 공연한 음악가들의 명단이다. 이 중 비욕, 셀린 디온,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다수의 메이저, 인디 음악가들의 내한공연을 기획하고 올해 7월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주)옐로우 나인의 김형일 대표를 만났다.
t : 최근 비욕이나 마룬5 같은 흥미로운 공연을 열었다. 옐로우나인이라는 회사는 언제 문을 열었나?
김형일 대표: 거슬러 올라가자면 1997년으로까지 간다. 1999년에 송도 트라이포드 록 페스티벌을 열었던 예스컴에 입사해서 공연 기획을 했다. 그 뒤에 SJ엔터테인먼트로 갔다가 2004년에 독립해서 나인 네트웍스를 만들었다가 2005년에 옐로우 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해서 지금까지 온 거다.
t : 트라이포드 페스티벌이나 펜타포트 얘기는 좀 있다가 하고(웃음), 우선은 최근 공연 얘기부터 들어보자. 비욕에서 셀린 디온까지 ‘과연 한국에 올까?’ 싶었던 뮤지션들이 왔다. 라인업 선정의 기준 같은 것이 궁금하다.
김형일 대표:굳이 얘기하자면 왼쪽? (웃음)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하려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큰 뮤지션들 외에도 인디 밴드로 클럽 공연도 많이 기획했다. 기본적으로 수익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가 공연을 기획하는 의도는 외국 뮤지션의 공연을 통해 한국 음악 시장에 어떤 화두나 질문을 던지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파급효과를 주고 싶다. 가끔은 우리가 기획한 공연을 본 국내 뮤지션이나 VIP들이 영감을 얻는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럴 때 참 고무적이 된다.
“비행기표만 주면 와서 공연하겠다던 킬러스를 놓친 게 아깝다”
옐로우 나인은 셀린 디온(왼쪽), 비욕 등의 메이저 공연부터 인디밴드까지 다양한 공연을 만들어왔다.
t : 올해 옐로우나인에서 런칭한 ‘옐로우 뮤직큐’는 가능성 있는 신인을 소개하는 브랜드라고 알고 있다.
김형일 대표: 원래 2006년부터 클럽 공연이나 신인들 공연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런 공연들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쉬워서 옐로우 뮤직큐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밴드들이 ‘우리 음악은 이렇다’면서 CD나 이메일을 보내준다. 좋은 음악도 굉장히 많다. 그걸 듣다보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인디 시장이 그다지 활성화 되진 않았다는 게 아쉽다. 그런 시장을 고무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웃음) 외국 밴드들이 보낸 음반들은 꼼꼼이 들으려고 애쓴다. 2004년에 우리에게 CD를 보내고 비행기표만 주면 공연하고 싶다는 밴드를 놓친 경험 때문이다. 킬러스라고.... (웃음) 6개월이 지나니까 후지 록 페스티벌 스테이지에 서더라. 만약 그 때 한국공연을 했다면 내가 기획한 신인 밴드가 세계적인 밴드가 되는 걸 볼 수 있었을 텐데. 활성화되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 옐로우 뮤직큐도 그렇고 펜타포트도 그렇고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게 목적 중 하나다. 현재도 연락이 꽤 많다.
t : 공연 기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형일 대표: 원래 음악을 좋아했다. 뮤지션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음악이나 문화 쪽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 다니면서 조명 아르바이트를 한 걸 계기로 스태프로 일하게 되었다. 그 활동이 굉장히 재밌었는데 마침 1994년과 1995년 즈음에 어학연수 때문에 영국에서 지내면서 오아시스 공연 같은 전설적인 공연들을 많이 봤다. 참 재밌더라. 그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도 재밌고, 그들이 하나가 되고, 자기들끼리 문화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재밌었다. 정말 한국 젊은이로서 국내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t : 당시 외국 페스티벌은 음악감상실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던 거였다. 그렇다고 거기까지 갈 수도 없고. (웃음)
김형일 대표: 그랬다. 그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국에서 레딩이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같은 곳에 가면 동양인이 좀 있었는데, 거의 일본인들이었다. 아마 그런 경험들이 일본에서 많은 페스티벌을 열 수 있는 토양이 됐을 거다. 당시에도 배낭여행 오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관광지가 아닌 데서는 찾기 힘들었다. 요새는 많이 바뀌었다. 1999년에 트라이포트를 열 때만해도 비가 와서 진흙탕이 되면 그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그냥 즐기더라. (웃음)
t : 트라이포트 얘기가 나왔으니 물어보자.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대형 페스티벌이었는데, 준비하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나?
김형일 대표: 그렇진 않았다. 처음엔 올림픽 공원 잔디마당에서 딱 하루만 하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오겠다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져서 이틀로 늘어났고, 이틀짜리 록 페스티벌은 아파트 단지에서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외곽으로 갔다. 그 때 우리는 그냥 하면서 배우는 단계였지. 준비할 때 한 번, 공연할 때 한 번, 태풍이 두 번 왔다. 처음치고 날씨가 너무 안 도와줬다. 그 뒤로 후지 록 페스티벌 팀들을 비롯해 웬만큼 큰 페스티벌을 여는 사람들과 교류도 하며 많이 배우고 조언도 듣고 있다. 다들 초반에는 아픈 기억들이 있더라. 후지도 처음엔 태풍이 왔다던데.
“페스티벌이 발전하려면 관객들의 공동체가 형성돼야 한다”
t : 어느 한적한 농장이나 공터에서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해외보다 한국은 빨리 발전해서 공간들도 빨리 변한다. 트라이포트와 펜타포트를 진행했던 송도도 1999년과 지금은 많이 다르지 않나.
김형일 대표: 아마 이 장소(송도)에서 할 수 있는 건 올해나 내년이 마지막일 것 같다. 주변에 아파트도 많아지고, 주민도 많아져서. 우리가 3일 동안 노는 게 다른 분들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지 않나.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좀 더 외진 곳으로 가려고 한다. 후지의 경우 동경에서 5, 6시간이 걸리는 곳에서 열린다. 작년, 재작년에 관객들이 별다른 불만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걸 보면 희망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외진 곳 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거 같다. 사실 외곽으로 가는 게 우리도 편하다. 원래는 헤드라이너 공연이 끝나는 한밤중에 폭죽을 터뜨려야 하는데 근처가 주거지라 9시 전에 터뜨려야 했다. 그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헤드라이너의 앙코르곡에서 폭죽이 터져야 멋있지 않겠나. 아마 올해도 비슷한 상황일 거고. 그래서 우리끼리 농담으로 확 밤에 터뜨리고 누구 하나 잡혀가자고 말한다.(웃음).
t : 펜타포트는 금세 자리 잡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미흡하거나 모자란 부분이 있나?
김형일 대표: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이다. ‘헤드라이너로 누가 나온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연이 있는 3일 동안 친구를 만들든 책 한 권을 읽든, 어떤 즐거움을 혼자 알아서 찾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다. 후지 록 페스티벌은 10년이 넘어가면서 기획사의 입김이 없어도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매년 자기들이 조형물을 만들기도 하고 산에 길 내는 공사할 때 같이 참여하기도 한다. 페스티벌이 좀 더 발전하려면 관객들의 공동체가 형성돼야하는데, 그러면 좋겠다.
t : 그러고보니 2006년 펜타포트 공연에서는 싸이가 무대에 섰다. 사람들이 좀 당황하긴 했다. (웃음)
김형일 대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라고 명시한 이유는 현재 시장에서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곳이 워낙 많아서 그랬다. 힙합이든 뭐든 자기만의 개성 있는 팀이라면 다 열어두고 있다. 싸이 공연의 경우, 싸이의 개성과 그의 정체성이 페스티벌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날 무대 뒤에서 쿨라 쉐2커와 누노 베튼코트가 싸이를 보고 있었다. ‘쟤 뭐냐’라면서 되게 재미있어 했다. (웃음)
t : 그런 식의 시도는 매회 계속 하나?
김형일 대표: 이번에도 그런 깜짝 출연진이 나온다. 밝힐 순 없고. (웃음) 그 밖에 옛날 팀을 계속 부르려고도 한다. 작년에는 사랑과 평화가 있었고. 올해도 또 그런 팀이 있다.
t : 옐로우 나인에서 준비했던 공연을 보면 셀린 디온부터 아시아 쿵푸 제네레이션까지 라인업이 다양하다. 그런데 돈이 될까? 란 생각이 들었는데, 한 마디로 공연 수익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김형일 대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는데, 클럽 공연을 하면 클럽 공연에 적합한 제작비가 들어간다. 클럽 공연의 장단점은, 벌어도 많이 못 벌고 안 돼도 별로 안 까먹는다는 거다. (웃음) 하는 입장에서도 클럽 공연이 재밌다. 관객과의 부딪힘도 바로 느껴지고. 하지만 체조 경기장 같은 곳에서 관객은 수많은 점으로 느껴진다. 흥행 사업이라 벌 때는 벌고, 까먹을 때는 까먹고, 잉여가 생기면 새로운 걸 하는데 투자를 한다. 펜타포트 외에 다른 종류의 페스티벌들을 또 준비 중이다.
t : 어쨌든 수익은 잘 난다는 얘기로 들린다.
김형일 대표: 그냥 먹고 사는 수준이다. (웃음)
“라이브 공연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t :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시장에 내한공연이 늘어나는 걸 보면, 같은 업계의 종사자로서 혹은 사업가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김형일 대표: 앞으로 라이브 관련 사업은 계속 번창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빌보드차트에도 ‘라이브 차트’를 만들 정도로 최근 공연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음반 사업의 수익이 많이 줄어들다보니 라이브에서 수익모델을 찾는 것 같다. 내 생각에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승부하는 팀은 더 많아질 것 같다. 공연시장도 계층화되고 다양해질 것 같다는 얘기다.
t : 특히 대중문화는 세대 간 시장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공연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에릭 클랩튼도 공연하지 않았나?
김형일 대표: 작년에 했다. 그때는 정말 어르신들이 오셨다. 오는 9월에 주다스 프리스트도 오는데, 그쪽도 재밌을 거 같다. 그야말로 형님들. (웃음) 그 밴드와, 혹은 음악과 함께했던 시간을 보낸 세대가 있다. 얼마 전에 우리 홈페이지 테스트를 하다가 실수로 주다스 프리스트 배너를 2시간 올렸다가 내린 일이 있다. 그 2시간 동안 팩스가 4장이나 왔다. 축하 겸 협박으로. ‘20년을 기다렸다, 꼭 성사해라’ 라고 적혀있더라. (웃음)
t : 음악 팬의 입장에서 공연 회사를 운영하는 건 어떤가? 일하기 전과 지금 공연 볼 때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김형일 대표: 솔직히 재미없다. (웃음) 계속 음악 속에서 살고, 다른 누구보다 새로운 음악을 빠르게 접하는 건 좋다. CD도 공짜로 많이 얻고. 하하.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 느꼈던 재미는 좀 잃어버린 것 같다.
t : 올해 펜타포트가 3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런 큰 공연장에서 어떻게 놀면 좋을까. 기획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김형일 대표: 어차피 야외에서 하는 거니까 캠핑을 비롯해 개인 준비를 많이 해 오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놀면 되지 않을까. 내내 술을 먹든, 여자를 꼬시든(웃음), 춤을 추든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즐겼으면 좋겠다. 아직 싸움이나 안전사고 한 번 없을 정도로 잘 지키고 있지만 환경도 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배려도 하면서 즐기면 좋겠다. 페스티벌은 어쨌든 놀러가는 거니까. 자기 식대로 놀면 된다.
(인터뷰) 차우진 lazicat@t-fac.com
(정리) 위근우 guevara99@t-fac.com
(사진) 이원우 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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