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오일장의 눈대중
지은 / 송태선
서울의 강북 도봉에서 떠나면 민락 IC에서 20분 안팎이면 포천에 도착한다. 오늘은 포천 오일 장날이다. 5일, 10일 날이면 포천천 주차장은 오일 장터로 바뀐다. 넓고 길며 즐비하게 들어선 포장 아래 자판 위에는 없는 것이 없다.
”뻥이요” 펑. 뻥튀기부터 맷돌까지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신기한 물건들도 진열되어 있으며 구경하다 보면 어느 사이 양손에 물건들이 잔뜩 들려있다. 옷부터 이불까지 각양각색 먹을거리 볼거리에 취해 가던 중 어느 자판 위에서 부부가 잡곡을 팔고 있었다.
저울이 아닌 됫박으로 찐 쌀을 팔고 있었다. 귀한 것이라 일행들 네 사람은 가던 길을 멈추었다. 모두가 사기로 했다. 아저씨는 각자 봉투를 벌리고 받으라는 말에 하나씩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는 됫박 위쪽을 싹 밀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쪽을 남겨두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제법 많이 남겨 두기도 한다.
됫박을 눈대중으로 더 주고 덜 주고 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봉투마다 한 줌씩 두 줌씩 손 가는 대로 더 넣어준다. 우리는 주는 대로 받아 들고서 시골 인심 묘하다며 그래도 정확하게 저울질하여 한 톨도 더 주지 않는 서울 인심 보다는 훨씬 좋다고 하면서 발길을 돌려 다른 가게로 향했다.
번데기와 토끼부터 강아지와 닭으로, 동물부터 생선까지 있으며 전자 제품으로 각설이 타령까지 오일장에 진열된 볼거리가 끝날 무렵 처음 보는 갖가지 콩들과 불린 콩을 보는 순간 맷돌도 사게 되었다. 감당하지도 못할 맷돌을 사고 보니 콩과 불린 콩을 사야만 했다. 그 역시 지인들도 모두 콩을 샀다.
두 봉지씩을 샀더니 옆에 소쿠리에 있는 콩을 수북수북 덤을 주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인심들이다. 그래서 나는 포천 오일장을 즐겨 찾는지도 모른다. 편안하며 즐겁고 부담 없는 오일장날만 되면 나도 모르게 그곳을 찾게 된다. 눈대중으로 거래하며 덤이란 우리가 말하기 전에 자기들이 먼저 실천하고 있다.
시장 옆에는 포천천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구경이 끝날 무렵 햇살이 무디어지면서 어둠이 내려앉는다. 포천천 오일장에는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무공해 채소부터 별난 물건들과 공산품으로 귀와 눈과 입이 모여 있는 곳에 길거리표 사장님들이 현수막을 내리고 물건들을 정리하는 손길이 바빠진다.
주위에 전깃불이 하나, 둘 켜지고 포천천 흐르는 물은 조용히 침묵으로 인사를 한다. 일행들은 옛 추억이 앞서 두부를 해 먹겠다고 맷돌을 샀다. 손에 검은 봉지를 줄줄이 들고서 차에 몸을 싣고 햇살 거둔 자리 뒤로하고 출출한 배를 앞세워 모내기 보쌈 집에서 식사를 했다. 오일장이 아니면 구성진 인간미에 덤을 주며 눈대중으로 거래하는 손맛을 어떻게 맛볼 수 있겠는가?
우리 일행들은 찐쌀 부부와 콩 파는 아줌마의 따뜻한 인심에 매력을 느끼면서 다음 오일장에 또 오자고 약속 하며 제각기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시골 오일장의 덤과 따뜻함을 눈대중 거래로서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였다.
첫댓글 훈훈한 인심의 시골장을 한폭의 그림을 보듯 오랜만의 정겨움을 느낍니다. 덤 받으려고 일부러 시장을 찾듯. 사람냄새나는 장터를 잘 그려주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골 5일장의 풍경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견물생심으로 사는 마음도 훈훈하게 느껴집니다.
5일장이 아니면 구성진 인간미에 덤을 주며 눈대중으로의 거래하는 손맛을 어떻게 맛볼 수 있겠는가?
이 귀절이 머리에 남네요
이번주에는 꼭 오시죠?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