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혼자 정신수양모드로 조용히 다녀 오겠다던 라이딩이 또 이렇게 후기를 쓰게 만드는 군요.
영남알프스라이딩을 팀원과 함께하는 올해 마지막 장거리 라이딩으로 한번 계획하였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혼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사색 라이딩으로.. 그렇지만 빨간머리띠 매고 갔습니다.
독립군모드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나게 합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 앞으로 살아갈 날들..
사진한장 없는 재미없는 후기지만 그냥 지나 갈려니 어제 경험이 저에겐 또 한편의 드라마여서 서울-대구, 280랠리, 오디랠리, 부산라이딩, 못지 않은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되어 남는 건 후기 뿐이라 이렇게 올려봅니다.
10/28(토) 새벽 06:50분 출발
1. 대구~등억온천(78키로, 11시 도착, 약4시간 소요)
남부네거리-경산-자인-남산-동곡-운문-운문령-가지산온천-작천정-등억온천
남산휴게소에서 모닝커피 한잔 할려고 잠시 쉴때 화장실에 붙여진 메모지 내용에 "지난 날들이 힘들었다면 내일부터 좋은 일만 생길 것입니다.
어제 힘들어서 낙담했다면 앞으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봅시다." 이런 내용인데 왠지 가슴에 와 닿더군요.
이 코스중 자인~동곡간은 화물차와 갓길이 협소해 추천코스가 아니고 용성으로 우회해서 가는 것이 약 4키로 단축되고 길도 좋습니다.
운문령을 넘을때 조금 지루하였지만 몇번 다녀온 길이라 무난히 어프로치 하였습니다.
2. 등억온천~간월재 정상(8키로, 12:20분 도착, 약 1시간10분소요, 누적 86키로)
간월재 오르는 길이 이렇게 지겨운 줄 몰랐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어요..
한 4번 쉬면서 잠시 끌바도 하면서 올랐지 싶네요. 아마 대구에서 타고온 영향인가 보내요.
역시 간월재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정말 시원합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보이더군요. 그 와중에 반갑게 인사하는 인디애나님도 등산오셨다고 하네요.
임도로 다운힐 해서 배네통하우스 도착하여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나니 13:10분, 왠지 같이 올려고
한 키워주마님이 생각이 나서 잠시 부상당한 곳 빠른 완쾌를 바라는 전화통화후,다시 사자평을 향하여
출발. 이때까지는 컨디션 좋았습니다.
3. 배네재주차장~사자평(12키로, 14:50분 도착, 약 1시간30분 소요, 누적 98키로)
지난번 보다 길이 더 패여 있더군요. 몇번 내렸지만 다 타고 올랐는데 이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것 같네요.
등산객들의 화이팅 소리와 박수를 받으면서 올랐습니다.
왠만한 길이면 박수를 안치겠죠.. 그정도로 돌길이 않좋더군요.
이때 케이지에 꼽혀있던 물통도 달아나 버린걸 털보산장에서 물 마실려고 찾으니 없더군요.. 완전 하드코어 였습니다.
4. 사자평~표충사(17키로, 16:00분 도착, 약 1시간10분 소요, 누적 115키로)
표충사로 내려오는 주막까지 길이 많이 유실되었지만 그런대로 탈만 하더군요.. 물론 하드테일로선 조금 무리지만..
프리론 막 들이댈 정도.. 주막에서 물보충하고 돌길 내려오다 돌틈에 앞바퀴가 끼여 앞으로 자빠링 한번하고..
왼쪽가슴에 일자 훈장 하나 달았습니다. 그 이후론 앞 브레이크 제동 거의 안했습니다.
이유는 다 아시겠죠.. 관성의 힘으로 달려야 됩니다. 앞브레이크 제동 많이하단 또 공중회전 하겠죠.. 길이 워낙 험하니..
잠시 내려오다 길이 완전 끊어진 곳에서 급정거 하다 왼쪽 클릿을 빼지 못해 한번 넘어지고..
작년보다 길이 더 패여 계곡을 만들어 놓았더군요..ㅋ, 저기로 떨어지면 그냥 저세상으로..
분교를 지나 내려오는데 시멘트길도 유실이 많이 되어 완전 천헤의 자연이 만들어 놓은 램페이지 였습니다.
중간 중간 내려 길을 건널때도 있었지만 XC 풀샥정도면 충분히 즐길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가산산성 등산로 다운힐 정도 되겠네요.. 이런길이 수키로씩 이어지니 환상이죠..
그런데 돌이 더 날카롭습니다. ㅎㅎ
중간쯤 내려오다 사자평 업힐때 무리했는지 힘이 많이 빠져 한참을 쉬었습니다. 다운힐때 힘빠지면 사고나기 쉽습니다.
클릿 빼는 것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때 였습니다.
이렇게 표충사 주차장까지 내려와 아이스크림 하나로 열을 식혔습니다.
표충사에서 체인링 톱니 검사하니 이빨하나 해 먹었네요..
그런데 시간이 벌써 오후 4시.. 7시 대구 도착 예정은 벌써 물건너 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거인님으로 부터 문자가 와 있더군요.. 외로우시겠지만 무사히 잘 다녀오시라고..
인생은 홀로서기 아닌교.. 라고 답장을 보내고..
역시 온&오프로드 라이딩은 에너지 소비도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5. 표충사~얼음골~석남사~가지산온천(25키로, 18:30분 도착, 약 2시간20분 소요, 누적 140키로)
거의 탈진상태로 만든 코스였습니다.
표충사에서 나오자 마자 우측으로 가면 석남사 가는 길이 있다하여 진입하였는데 경사도 1.8%,, 그런데 이길이 왜 이리 힘든가요?
통신대 20% 깔딱고개보다 더 힘들다니.. 지리하게 이어지는 업힐,,
잠시 내려 쉬기도 하고 끌바도 하고,, 정승골인가 하는 고개를 하나 넘는데 이건 완전히 헐티재 저리가라 하네요.
벌써 해는 넘어가고.. 업힐을 한참오르는데 왠 멋진 밴을 탄 노랑머리를 뒤로 맨 아저씨가 화이팅을 외쳐주시네.. 손을 들어 화답하고..
역시 끼가 넘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하면서..
다운힐하여 내려가니 아직 도로 공사중.. 그래서 진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었구나.. 얼음골로 넘어가는 국도와 만나게 되어있더군요.
얼음골 온 천지 사과나무더군요.. 한 10년전에 얼음골 온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석남사 까지 도통 길이 생각이 안납니다.
거리가 얼마되는지.. 고개는 없는지.. 당연하죠. 이길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으니..ㅋㅋ
이젠 시골에 사과농사를 더이상 짖지 않아 사과가 그리 먹고 싶데요..
길가엔 온통 사과를 팔려고 하는 아주머니만 보입니다. 사과 일등품 한상자 4만5천원이라 하네요..
정말 때깔 좋고 먹음직 스럽더군요. 또 길을 보니 업힐입니다.
아~ 오늘 도데체 고개 몇개를 넘었는지 생각도 안납니다. 갈길도 먼데.. 마지막 운문령에다..
조금 오르다 도저히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나고, 해도 다 넘어가 어둠이 깔려오기 시작하고, 사과도 먹고싶고..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주머니 한분께 다가가 석남사 가는 길을 물어보는데.. 아직 한참을 가야한다고 한다.
대구까지 가야된다고 하니,, 석남사에서 자고 가야 된다고 하시네..
사과 한 두개 사 먹을려고 하니,, 그냥 맛을 보여주는 사과를 먹으라고 주신다.
얼른 한개를 먹고 배를 채우니 한결 좋아진다. 내가 가진것은 연양갱 3개,, 아주머니에게 하나 드시라고 건네니
사과 2개를 더 주신다. 이게 시골인심인가 보다..
허기를 좀 채우고 지리한 업힐을 한다. 한참을 가니 젊은 연인 4명이 길가에서 맛있게 뭔가를 먹고 있다.
그냥 갈수 없지..ㅋㅋ,, 가서 보리차 얻어 보충하고.. 테일램프 켜고.. 석남사 터널입구에서 바람막이 입고, 비상라이트 달고..
내려오는데 완전히 깜깜해 집니다. 차도 별로 없는데 비상라이트가 제역할을 못해 속도도 내지 못하고 한기가 들 정도로
엄청 추워집니다. 이대로 진행하단 무리가 되지 싶어 귀향차를 찾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석남사 주차장까지 겨우 내려와 혹시 대구가는 버스가 있는지 찾아보니 전부 울산가는 시내버스만 보이는 군요..
얇은 져시에 천하나로 댄 바람막이 하나 너무 춥고 라이트도 엉망이고.. 사실 대구까지 7시 도착하는 것으로 라이딩을 잡아서 HID 준비를
안해갔더니 이렇게 곤란을 겪는군요. 그럼 일단 운문령을 넘어야 되는데 걱정입니다. 운문령을 넘어야 운문사에서 나오는 버스, 대천에서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탈수가 있습니다.
6. 가지산온천~용성(38키로, 밤 9시 도착, 약 2시간30분 소요, 누적 178키로)
가지산온천에 도착하니 저녁6시30분경,, 칠흑같은 어둠이 깔렸습니다. 밤하늘에 외로이 뜬 초승달만 애처로워 보입니다.
그나마 훤한 가지산온천을 벗어나 운문령 초입에 들어서니 농장에서 개소리만 들립니다. 개같이 짖어댑니댜. ㅎㅎ
일단 길가에 앉았습니다. 허기를 달래려 찰떡을 몇입 비워먹는데 도저히 넘어 가질 않아 사과 한개 먹어 봅니다.
여기서 많은 번민에 쌓입니다.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 히치하이킹?? 집사람 장롱면허증이라 운전이 안되니 거인님을 불러??
힘은 빠지오고,, 왜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 자주 먹기 때문에 배고픔 보다 배는 부르면서 소화안되고 힘은 안나고 뭐 이런 현상입니다.
또 업힐을 하는데 중간쯤 오르니 도지히 타고 가질 못하겠습니다. 일단 내려 끌면서 오르다 코너길에서 잠시 언양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화려한 불빛,, 간혹 굉음을 내면서 올라오는 차량들.. 트럭이나 지나가면 그렇게 세우고 싶더군요.. 저 좀 태워주시라고..
힘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지나갑니다.
너무 힘들어 집에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막내가 받길래 엄마 바꿔라 하면서 저녁 먹었냐고 물어봅니다. 안먹었다고 하네요.. 새벽에 자는 것 보고 몰래 나왔는데..
아빠는 맨날 토, 일중 혼자 자전거 타러 나갑니다. 애들과 함께 할 시간이 클 수록 없어지네요.. 시험이다.. 뭐다 하면서..
그냥 힘들다고 얘기했습니다. 너무 힘들다.. 자전거 내대신 팔아 돌라고.. 이렇게 힘들게 안타고 싶다..
요즘 집사람 한테도 미안한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힘들게 해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더이상 통화 하다간 울 것 같아 "끊어" 하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하고 나니 내면에 정화가 된 듯 마음이 편해져 왔습니다.
그래.. 집에는 가야지. 운문령만 넘어보자.. 천천히 끌면서 타면서 힘들게 운문령을 올랐습니다.
길가에 노점상은 한 곳을 빼고는 모두 문들 닫아 더 을씨년 스럽더군요.
다운힐 속도는 나는데 라이트가 어두워 갓길의 흰색만 벗어 나지 말자고 바짝 긴장하고 내려갑니다.
간혹 반대편 차량들이 지날때는 어김없이 상향등을 켜고 옵니다. 지방도라 어둡다고 그러는데 거의 앞이 안보입니다.
또 산속이라 왜 이리 기온이 급강하 하는지 엄청 춥습니다. 추위와 싸우는 것이 제일 힘들더군요.
겨우 운문사 입구인 삼계리까지 와서 가게에 들어가 운문사에서 내려오는 마지막 차가 언제이냐고 물어봅니다.
저녁 7:10분이라는데 벌써 18분,, 운문사에서 5분만에 내려온다는데 차는 떠난 느낌이었습니다.
또다시 가야합니다. 이젠 운문댐을 휘감은 도로를 타고 가야됩니다. 작은 업힐 두개.. 페달링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고개만 넘다가 거의 평지수준인 도로를 타니 속도가 절로 납니다.
운문댐을 지나 대천정류장에 도착하니 대합실은 깜깜.. 가게로 가서 물어보니 또 저녁 8:20분이 막차지 싶은데 기다려 보라고 하네요.
그때가 15분.. 뭔가 이상해 대합실 앞에서 얼쩡거리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8시라 하네요..
그래.. 대구까지 가야할 운명인가 보다..
대구로 가는길은 운문에서 고향집을 지나 용성으로 가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마지막 운문고개를 넘어.. 고향집을 그냥 지나칠려니 부모님이 생각나고 들렬려니 좋은 소리 듣지 못하겠고..
그래도 들렸습니다. 차려주신 저녁먹고 이젠 자전거 그만 타라는 부모님 말씀 뒤로하고
나오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집에서 걱정이 되었는지 전화가 많이 왔는데 몰랐더군요..
막내 학모 모임이 있는데 포항에서 회를 사왔다고 빨리 오라고 하네요..
7. 용성~대구(28키로, 밤 10:30분 도착, 약1시간10분 소요, 누적 206키로)
이때부터 신나게 달렸습니다. 고향집에서 대구까지 28키로.. 최고 기록이 대구에서 올때 57분..평속30키로,, 갈때는 더 걸립니다.
1시간10분이면 간다고 말하고.. 정확히 남부정류장에 도착하니 1시간10분이 걸렸더군요..
마지막에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녁먹고 난후 제 컨디션이 돌아 왔지 싶습니다.
샤워하고 모임장소로 가는데 오른쪽 다리가 약간 절룩거립니다.
마라톤풀코스 뛰고 차 탈때 다리를 억지로 밀어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정도로 오늘 힘든 라이딩이었습니다.
모임에서 소주 4잔인가 연거푸 마시고 마지막 따라 놓은 잔 비울 힘 조차 없이 몸이 무거워져 집으로 와 곤한 잠을 잤습니다.
총 라이딩거리 206.4키로, 평속 16.7,, 총 15시간40분 소요,, 서울에서 대구(320키로)올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감으로 200키로 잡았는데 딱 떨어졌네요.. 그런데 200키로 라이딩 이렇게 힘든 적 처음입니다.
도로는 당일 광안리 가서 회먹고 와도 자신있습니다. 그런데 온&오프로드 힘듭니다.
오전에 후기를 적다가 모처름 애들과 수영장에 다녀와서 한가한 오후에 이렇게 후기 마무리 짓습니다.
수영장에서 25미터 2회전하니 호흡이 가빠 오네요.. 다음달 수영 레슨 끊어 말어.. 고민하다 온탕에서 몸 풀고 자장면 먹고 왔습니다.
몸무게 2키로나 빠진것을 확인하고.. 68.5
PS)자고 일어나니 스나이퍼님 봉무에서 레슨한다고 하는데 가보고 싶어지네요.. 자전거도 중독인가 봅니다.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이
손가락 못자르 듯이.. 잘 하시라고 전화 한통 하고.. 시골 내려갈려다 못가고 모처름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습니다.
첫댓글 빨간띠라....넘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언양에서 울산 들어가셔서 울산에서 버스타고 오시지 않구서 하는 맘도 드네요.정말 오늘부턴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등산객들의 아깜없는 화이팅도 그 만큼 받고 오셨잖아요.저도 아자 아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전화 넘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아무사고없이 즐거운라이딩이돼었네요 잘다녀오셨다니 감축드립니다 ㅎㅎㅎ
아어... 전 못합니다. ^ ^;;
고생하셨습니다. ^_~...
어제 저녁 설레이는 걸과 술 약속이 있어서 함게 못했는데,,수고하셨습니다.. 문득 이말이 생각납니다..'Que Sera Sera..!!!'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라는데 원래 뜻은 어떻게 해도 벌어질 일은 벌어질 것이고, 올 것은 올 것이다, 즉 될 일은 어떻게든 된다는 또 다른 해석,,,이제 불급형님을 위해 외쳐봅니다...^^
음, 제몸이 아프다보니 형님 신경을 못써드린것 같네요. 200키로 라이딩 힘들줄 알았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너무 수고 많으셨네요. 빨리 회복되어서 11월말에 한번 더 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고생하는 라이딩말고 즐기는 라이딩을 하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ㅋㅋ
11월 말쯤에 단체로 가시면 되겠네요,,,, 다시한번
오웃 오스가이님 1번, 강대님 2번 예약 인가요
이제 즐기는 라이딩 하시는거 아니십니꺼 ? ㅎ1ㅎ1ㅎ
11월 26일 같으면 저도 예약합니다.
ㅡ ㅅㅡ) b 다른말이 필요없네요.
대단하세요.........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