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40대/은향 정다운
가을 문턱에 비온 뒤 냉한기온이 마음을 춥게 하는지 긴 팔 옷을 찾게 하고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려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들은 조금씩 홍조 띤 얼굴 수줍게 살짝 고개를 내민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해가고 자연적 현상이든 인위적이든
모든 것은 그렇게 변화시키며 자꾸 흘러만 간다.
사람도 나이와 함께 변하고 늘어가는 것은 흰머리와 주름살이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옛날에는 50~60살 넘어서야 흰머리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 엄마도 50대 후반에서야 흰머리가 조금 나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난 40대인데도 흰머리가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요즘은 젊은 사람도 새치가 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것도 있고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제 염색을 안 하면 할머니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계절 따라 해와 달을 수없이 넘기며 사람이 보통 수명이 90살까지 산다면
내 인생에 절반에 나이가 되어 결혼한지 올해 10월이면 20주년 이다.
한 세상 살면서 누구나 겪는 시련 이지만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았는지
결혼 후에 삶은 행복한 순간보다 어려움이 더 많았기에
이혼위기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잘 버티며 이겨낸 결혼생활이기도 하다.
옛날 결혼식장에서는 주례사 선생님은 신랑 신부에게 첫마디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며 살겠습니까."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이 먹어 할머니로, 할아버지로 변한모습도 사랑하며 아낌없이
서로 위해 주며 죽을 때까지 영원히 백년해로 하며 잘 살라는 말인 듯싶다.
지금은 이혼율도 높고 끝까지 가정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철없던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서 20년 동안을 한남자의 아내로 가족을 지키며
한결같이 살아왔다는 것이 내 스스로 생각할 때 대견스럽고 뿌듯한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평생을 사이좋게 같이 살것이다.
이제 큰딸이 20살 대학교 1학년에 들어갔고 작은 딸은 중3이다.
우리 딸들 걸음마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 모습이 아련하고 지금도 눈에 선한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도 모르게 힘겹게 살아온 애환의 눈물이 흐르고
진짜 세월은 쉬지도 않고 초고속으로 자꾸 앞으로만 가는데 야속하기만 하다.
자식들이 이렇게 커 버렸으니 어느 정도는 자기 앞가림할 나이들은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착하게 건강하게 자라준 딸들이 고맙다.
난 40중반 그래도 여전히 마음은 청춘인데 아직 할 일들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고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하면서 푸념을 할 때가 있다.
그런 내 모습 뒤로 아직 철이 덜 든 모습도 더러 있는지 딸들과 함께 친구처럼 대하며
까불기도 하고 놀아 주기도 하고 속에 담은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하면서 생활해 왔다.
또 동네 꼬마 녀석들이 가게 앞에서 공을 차면 같이 축구도 하며 줄넘기도 하고 놀아준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 녀석들이 나를 보면 "아줌마 같이 놀아요." 하며 졸라대기도 한다.
난 아이들은 너무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은 가지 못했고 많은 세월 꿈을 포기하고 살았지만
나름대로 몇 년을 강의를 들으며 다니며 경험을 했고 자신에 대한 내공을 쌓아가며
공부도 하며 지금도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가끔 정장을 입고 다니면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시냐고" 선생님 같다고 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아니지만 그 말이 듣기 싫지는 않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꿈과 희망과 행복을 주는
멋진 강사가 될 그런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요즘 결혼관은 어떤 흐름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을 하게 되면 대부분 여자들은 꿈이 사라진다.
지금 결혼하는 신세대를 다를 수도 있고 가치관이 높은 여성도 있다.
결혼 후에도 꿈을 펼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일 때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면 내가 아닌 가족을 형성하고 살기에 신랑 뒷바라지에
살림에 애를 낳으면 아이 키우기 바쁘고 맞벌이 부부로 정신없이 살아간다.
나를 위한 계획보다는 가족 중심에 계획을 세우게 되고
적금은 한 달에 얼마, 집은 몇 년 후에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을 이렇게 시키고
시댁에 해야 하는 일들, 친정에 해야 할일들 등등~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해야 할일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내 자신은 오간데 없고 힘겨운 나날들
그래도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열심히 살아 간다.
물론 꾸준히 직장을 다니며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나이가 많아도 자기 일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대부분 주부들은 어느 정도 애들도 다 크고 특별히 가족들에게 할 일이 없게 되면
무미건조한 생활을 탈피하고 싶어 무언가 배우고 싶은 것도 생긴다.
그런데 형편이 안 되어 머뭇거리기도 하고 살림이 넉넉해져도
자신에게 투자하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어도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해 하며 순간 포기를 하게 된다.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해 보지만 나이 먹을수록 자신감도 없어진다.
그렇다고 남편이 그래 도전해 보라고 도아 주는 사람도 드물다.
남편은 회사 일에 바쁜 나날들 아이들은 커버리고 나면 친구들 만나기 바쁘고
다 큰 자식은 직장생활에 바쁘고 집안에서의 생활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만 늘고
가족들이 한자리에 밥 한번 같이 먹기도 힘들고 대화 할 시간도 없이
나 홀로 집을 지키는 시간만 늘어가고 한숨만 허탈감에 우울해 지고
자식들은 부모생각은 멀리하게 되고 주부들은
"나는 무엇인가"라는 삶의 회의를 느끼며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 40~50대 주부들이 우울증도 많이 걸리고 자살도 생각하고 자살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여자들도 자기 취미생활이나 무엇인가를 배우는데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요즘은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복지관이나 문화센터에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 사람들과의 어울림 속에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되고
모르던 것들도 배우다보면 하게 되는 할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덤으로 얻기도 할 것이다.
70십이 넘었어도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일들을 이루어 낸 사람들도 많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나약하고 슬프고 보잘것없는 것이 아닌
인생의 연륜과 오랜 경험이 인생을 말해 주듯이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아직도 버리지 못한 꿈들이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도전해 가며 내 자신의 행복은 결국은
자기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옛말에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시집 장가보내고 나면 그만 일뿐 효도하는 자식이 얼마나 되냐고 한다.
다 자기 살기 바쁘고 부모는 돌아볼 여유도 없이
제 자식 챙기기 여념이 없다는 말이 나 역시 그럴 때가 있다.
힘들여서 키워났더니 저 혼자 큰 줄 안다는 말이 실감나고
더 이상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자식들 이제 마음에서 놓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내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마음 강하게 다지며 홀로 설수 있는
그 무엇으로 무장해야 할 나이 40대 아닌가 싶다.
가정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 할 책임이 있기에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기 때문에 홀로 당당히 일어서야 되지 않을까...
첫댓글 고운 글 감사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추석 잘 보내셨어요 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셨나요. 아름다운 중년 행복한 중년을 보내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겠지요. 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셨죠? 글, 더 자주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다운 시인님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가슴을 파고-. 젖어드는 애절하고.. 애뜻한 좋은 글에 머물러 봅니다.
늘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고운 글 잘 보고 갑니다
지금 그대로도 님께선 홀로서신겁니다 앞으로도 좋은글로 우리모두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