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를 움직인 말들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1등 항해사를 3번째 마치는 배였다. 선장님이 나를 불러서 선장진급 교육을 시켰다. 배에는 워낙 예측불허의 일이 많고, 도와줄 사람이 없으므로, 항상 어떤 일이 발생하면 선장은 모름지기 A, B, C 이렇게 세가지 해결방책을 가져야한다고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플랜 A, 플랜 B, 플랜 C인 셈이다. 나는 그 후 사회에 진출하여 살아가면서 이 선배 선장님의 말이 참으로 명언이라고 생각했다. 정년 퇴직 후에 무얼 할 것인지 준비할 때가 되었다. 나름 플랜 A가 있다. 그것이 잘 안될 때는 어쩌지? 플랜 B와 플랜 C가 있으니 안심이 된다. 선장면허를 가지고 있어 선장으로 다시 근무할 수있다는 것도 플랜의 하나이다.
나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에는 예비고사라는 시험제도가 있었다. 이미 그 점수를 보면 어느 학교에 지원이 가능한지가 나왔다. 열심히 했지만 나는 예비고사 점수가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은 지원을 못하게 되었다. 기대를 하고 있던 조부님에게 보고를 하게 되었다. 형이 조부님 방에 들어가서 보고를 하자, 방 밖으로 세어 나오는 조부님의 큰 소리가 들렸다. “아니다. 우리 인현이는 서울대학도 갈 수있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모르지는 않으셨을 터 조부님은 손주에게 이렇게 당신이 손주를 신뢰한다는 점을 강조해주셨다. 나는 용기를 내어 재수를 하여 한국해양대학에 입학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도 조부님의 그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귓전에 생생하다.
나는 선장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다시 법학을 공부하고자 고려대학 일반대학원에 진학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상법을 전공했는데 훌륭한 은사님들을 많이 만나서 큰 도움이 되었다. 잊지 못하는 은사님은 이기수 총장님이시다. 나를 잘 보아서 보험해상법 교과서에 공저로 넣어주셨다. 박사학위를 받고 목포해양대학에 교수로 있었다. 그리고 미국 텍사스 대학에 공부를 다녀온 다음에도 학사편입을 해서 열심히 학문에 충실했다. 미국에 계시던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자네가 참 열심히 해서 격려를 하려고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그 몇 년 뒤 로스쿨이 생기면서 나를 초빙교수후보로 추천을 해주셨다. 나와 같이 지방대학을 나온 사람은 아직 고려대에 초빙되기가 어려운 분위기하였지만 선생님은 달랐다. 몇 년 뒤에 모교에 교수로 초빙되었다. 고려대 학부를 제대로 나온 제자고 아니고 직접지도를 하는 제자도 아니지만, 선생님은 나를 한결같이 지원하시고 격려해주신다. 그 격려의 전화는 지방대학출신으로 소수파인 내가 학자의 길을 걸어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최근에도 해상법 뉴스레터를 보내드리자, “자네가 있어서 우리는 신이 나네”라는 이메일을 보내셨다.
침몰하기 직전의 선박을 버리고 탈출하기위해서 나는 전 선원들을 집합시켰다. “안타깝지만 선박을 버리고 퇴선을 해야한다. 귀중품만 챙기기 바란다. 모든 책임은 이 선장이 집니다”고 말했다. 선장인 내가 퇴선하면서 사고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구의 잘못으로 이렇게 되었다고 핑계를 대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잘 한 일이었다. 당시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박에서 모든 지휘책임은 선장에게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비굴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한 말들이 남의 삶에 도움이 되고 여운을 남기기는 했을까 회고할 나이가 되었다. 교직 생활 23년이니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었고 학생들과 수업을 했다. 내가 선배들로부터 받았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듯이, 내가 한 말이 후배들이나 제자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어 나와 맺은 인연으로 그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2021.8.16.)
#김인현
첫댓글 교수님 좋은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고비고비마다 믿고 지지해주신 산같은 분들이 계셨네요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예, 주위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많이 계십니다.
좋은 분들이 계셔서 교수님도
좋은분들처럼 열심히 지금까지도
학생들을 위해 그 자리에 계시리라 믿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교수님 글은 읽을때마다 감동 입니다~
오늘도 교수님의 따뜻한글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교수님 ~ 오늘도 행복하세요 ^^
ㅎㅎ 반갑습니다. 저도 아포카토 좋아합니다.^^
교숩님의 좋은 말씀들 잘 읽고 있습니다..
교숩님의 좋은 경험과
열정들이
우리 해생들에게도 귀감이 될수 있길 바래봅니다..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귀찮더라도
열정과 꿈을 위해
해생들이 이겨나가길 바래봅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당 ^&^
예, 바다 사나이들이 잘 할 것입니다.
한마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지요. 그런 해대생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제자들이 그렇게 되어야합니다.
한말씀 한말씀마다
감동이 되고
귀감이 되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