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쟁이 주바리의 내돈내먹 찐리뷰] 비교체험 극과극 맛집
스포츠경향 2023.05.25
봉피양 평양냉면
요즘 점심값 계산하면서 손 떨리시는 분 많으시죠?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이젠 낯설지도 않은 직장인들의 현실ㅠㅠ. 서울의 평양냉면 평균가격이 1만5000원이라는 ‘냉플레이션’ 뉴스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얼마 전 2만 원대로 오른 치킨 가격은 최근 3만 원까지 찍은 브랜드도 나타나는가 하면,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격도 17% 인상으로 19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서민 메뉴’인 짜장면은 또 어떻고요. 3년 만에 평균 6800원으로 33%나 훌쩍 뛴 가격에 도대체 직장인들은 뭘 먹고 일해야 하나 싶네요. 편의점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도시락을 싸서 와 드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더라고요. 무려 12만 원 짜리 호텔 빙수나 1인당 70만 원인 패션 브랜드의 레스토랑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요.
나만의 유니크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 즉 작은 사치를 누리는 게 유행 아닌 유행처럼 여겨진다고 하니 참, 입맛이 씁쓸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같은 메뉴 다른 가격, 즉 ‘비교체험 극과 극 맛집을’ 준비해봤더랬지요. 럭셔리하게 즐기든 가성비 좋게 즐기든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ㅋㅋㅋ
■ 수제버거-회기버거 vs 고든램지버거
햄버거를 즐겨 먹지만 패스트푸드는 싫어하는 주바리가 서식지 근처에서 발견한 가성비 수제버거 맛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회기버거는 회기동에서 탄생해 5곳 정도의 분점을 가지고 있어요. 마침 서대문 근처에 가게가 있어 자주 먹는 편인데 싱글패티치즈버거는 7900원, 탱글새우버거는 8900원에 맛볼 수 있죠. 1만2400원이면 세트 메뉴로 감튀와 탄산음료까지 추가해 즐길 수 있고요.
주바리는 야채와 계란까지 추가해 먹는 편인데 이러면 한 끼 영양적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안 느껴져요. 당일 배송받기 때문에 상추, 양파 등 야채도 싱싱하고 소스양 등은 기호에 맞게 조절도 해주니 규격에 맞게 만들어져 나오는 패스트푸드 햄버거와는 한 차원 다르답니다.
회기버거
이번엔 수제버거의 끝판왕이라 칭해도 무방한 잠실 롯데월드몰의 ‘고든램지버거’를 맛보러 갑시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고든램지버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쉐린 3스타 셰프 고든 램지(마스터셰프US에서 악마 셰프로 정평이 난)의 하이엔드 컨셉 버거 레스토랑이랍니다. 2021년 겨울 오픈 당시에는 예약 전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죠. 이 집에서 최고가 햄버거는 1966버거로 한우 패티와 트러플 치즈, 머쉬룸 라구 등을 사용, 무려 14만 원의 고오급 메뉴라고 합니다.
아무리 궁금해서 차마 이 메뉴는 맛보지 못하고 가장 저렴한 버거인 야드버드 버거(2만7000원)와 헬스키친 버거(3만1000원)를 주문했습니다. 한 입 베어물자 번의 부드러움에서부터 깜짝 놀랐고, 투플 한우 패티에서 흐르는 육즙에서는 고기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 가격표를 보지 않고 먹는다면 환상적인 미식 체험임에는 분명했습니다만…내돈내먹 하기엔 손 떨리는 건 사실. 사이드로 맛본 어니어링(1만1000원)도 아주 고급진 맛이더라고요.
고든램지버거
■ 짜장면-부영각 vs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
성시경의 먹방 채널 ‘먹을텐데’를 통해 알게 된 마포구의 부영각은 주바리가 최근에 ‘꽂힌’ 중국집이에요. 유튜브에 소개된 부추복어살 등 다양한 메뉴의 도장깨기를 하는 중인데, 요리를 맛보고 마지막에 먹는 식사메뉴도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특히 중국집의 기본인 간짜장은 다진 양파가 듬뿍 들어있어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을 내면서도 춘장 양념은 딱 알맞은 간으로 한번 흡입하면 멈출 수가 없는 맛이더군요, 짬뽕 또한 강추하는 데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시원해서 그릇째 드링킹을 유발하는 메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이 집의 식사 가격은 짜장면 7000원, 짬뽕은 8000원.
부영각
이번엔 럭셔리한 짜장면을 영접해볼까요. 신라호텔 중식당인 ‘팔선’에서 가장 저렴한 식사메뉴인 소고기 짜장면은 2만9000원(부영각의 무려 4배네요ㅋㅋㅋ), 삼선짜장면은 3만3000원입니다. 취재를 핑계 삼아 주바리도 ‘작은 사치’를 누려봤지요. 한우와 야채를 다져서 춘장과 볶은 소스를 얹은 짜장면은 짜거나 달다는 느낌은 1도 안 드는 역시 고급스러운 맛이더군요.
삼선짬뽕(3만5000원)도 맛봤는데 국물이 과장 조금 보태면 바다를 통째로 들이켜는 느낌이랄까ㅋㅋ. 싱싱한 생물 해산물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고스란히 입속으로 혀끝으로 전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산해진미 다양한 요리들은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이상 내 돈 주고 먹기는 힘들 듯해요. 양도 일반 중국집보다는 적은 편.
■ 평양냉면-종로 유진식당 vs 봉피양 방이점
자 이번엔 ‘냉플레이션’ 논란으로 뜨거운 냉면집으로 가보실까요. 직접 제면을 하면서도 가성비 좋은 평양냉면집으로 유명한 유진식당은 종로 탑골공원 뒤편에 위치해 있어요. 메밀과 전분을 1대 1로 섞어 제면하고, 육수는 소고기와 소뼈를 이용해 우려낸다고.
어르신들 마니아층이 많은 편으로 냉면과 수육을 안주 삼아 술 한잔 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다른 평냉 전문점에 비해 국물이 진하고 간도 좀 있는 편이지만 꾸준히 오른 가격임에도 1만 원이라는 점은 이 집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매력임엔 틀림없지요. 참 점심시간엔 테이블당 주류가 1병으로 제한되니 참고하세요.
유진식당
이번엔 제가 아는 곳 중에서는 제일 비싼 평양냉면집으로 고고. 벽제갈비에서 운영하는 봉피양은 방이동에 본점이 자리 잡고 있어요. 여러 군데 분점이 있긴 하지만 본점과의 맛 퀄리티가 차이가 좀 느껴지더라고요. 지난 3월부터 이 집의 평양냉면은 1만6000원으로 인상됐는데 순면(메밀 100%)을 선택하면 무려 1만8000원을 주고 먹어야 하죠(우래옥도 냉면 가격은 1만6000원이지만 더이상 순면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최근 들어 유독 평양냉면 가격이 오른 까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도 연관이 있는데 주재료인 수입 메밀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
봉피양의 평양냉면 육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까지 넣고 우려낸다고 해요. 그래서 감칠맛이 풍부하면서도 잡내 없이 깔끔한 데다 은은한 육향이 느껴지지요. 처음 국물을 들이켜면 간간하게 느껴지지만 면을 풀어서 먹으면 슴슴해지는 편. 기본 냉면도 메밀 함량이 80%라 툭툭 끊기는 식감이 아주 좋아요. 비싸지만 누가 사준다면 매일이라도 면치기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