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를 앓는 환자들의 마음을 정말로 솔깃하게 하는 말은 아마도 장 청소가 아닐런지....? 웬지 이 말은 상당히 현혹적인 데가 있지요. 그러나 장을 청소한단 것이 정말로 가능한 얘기일까? Of course! 장 청소에 대한 비유를 한다면 바닥을 비눗물로 닦아 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장 청소를 한번 시작해볼까요? 1. 환자를 데리고 목욕탕 같은 곳으로 간다. 2. 하이타이와 거의 같은 비눗물의 일종을 미지근한 물에 타서 약2m 높이에 매단다. 3. 통에 고무 호스를 연결한다. 4. 고무호스를 환자의 항문에 넣는다. 5. 비눗물을 튼다. 6. 환자의 항문을 통해 비눗물이 주입된다. 이때 환자는 약간의 불쾌감 내지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절대로 봐줘선 안됨. 7. 비눗물이 들어가는 도중 환자가 변을 보고 싶은 감정을 심하게 호소할 수도 있지만 항문에 힘을 꽉 주고 참으라고 말해야 함. 이때 친절하게 말하면 그냥 여기까지만 넣으면 안되겠느냐는 둥, 유화의 제스처로 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으므로, 될 수 있으면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이 유리함. 8. 비누 물이 모두 들어 갔으면 환자에게 항문에 힘을 꼭 주라는 것을 신신당부하며 고무호스를 뺌. 9. 비눗물이 장에서 골고루 퍼지게 하기 위해 환자에게 약 15분간 허리 돌리기, 배 주무르기 등등의 운동을 시킴. 이때도 역시 환자가 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주의. 10. 약 15분이 경과 후 환자에게 변을 보라고 함. 때에 따라서는 눈을 멀뚱멀뚱 뜨면서 "마렵지도 않은데 어떻게 눠요? 이렇게 묻는 강적도 있는데 침착하게 좌약식 둘코락스를 넣어 보라고 권유하는 것이 좋음. 11. 화장실로 간 환자는 장에 있는 모든 것을 비눗물과 함께 열변을 토함. 12. 임무 완수. 장을 확실하게 비운다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만점이지만, 정말 통쾌하게 장을 청소해 버리면 그 효과가 영원히 지속될 것인가? 지긋지긋한 변들에게 大勝을 거두었으니깐 변비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다시는 나를 괴롭히지 않을까? 나를 괴롭히는 깡패들이라면 싸움 잘하는 삼촌을 불러다가 한번 흠씬 패주면 다시는 나를 우습게 못 보겠지만, 변비는 그렇지가 않네요. 아쉽게요. 정말로 미안하지만 이것은 절대적으로 "No!"랍니다 변비를 유발했던 식습관을 고치지 않는 이상 변비는 장을 청소한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찾아 오겠지요. 녹이 많이 낀 수도관을 싹 청소 해 버리면 새것처럼 된다는 광고랑 이미지가 많이 오버랩 되어 장청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셨다면 180도 바꾸길 바랍니다. 오히려 장 천공 등의 무시무시한 합병증이 있으니 말입니다. 정말 이걸 하려면 만의 하나 장 천공이 있을 때 바로 즉각적인 조치가 될 수 있는 외과의사가 옆에 있는지 확인을 하고 하시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장 청소는 원래 장을 수술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기였어요. 예를 들어 대장암이 있는 환자를 수술하려면 대장 안에 변이 있어서는 곤란하겠죠. 수술은 무균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장에 변이 있는 채로 수술을 하면 배속이 오염이 되어 버릴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장을 수술하는 환자는 수술 전날 밤에 장 청소를 하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나마도 하지 않는 병원이 늘고 있어요. 환자의 고통이 너무 심하고, 그렇게 한다고 청소가 완전 무결하게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이타이로 방을 청소한다고 완전 무균상태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 원리예요. 그리고 살다보면 도로 먼지가 쌓이는 것과도 완전히 같아지. 요즘은 병원에서도 수술 전 밤에 마시는 약을 한 캔 마시도록 권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 청소란 말이 아주 거짓말은 아니랍니다. 장은 청소할 수 있고, 청소도 비교적 잘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변비를 아주 뿌리 뽑아 버리는 것은 절대, 절대 아니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 변비에 시달리는 분들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는 신비의 방법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