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생 동안 단 한 차례도 법률적인 분쟁에 연루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런 사건·사고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반드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변호사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변호사는 ‘딱딱하고 권위적일 것’이라는 것과 돈이 없는 경우는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본지 김덕상 논설위원과 인터뷰 중인 최은식 변호사
광주지방법원 인근에는 변호사 사무실이 빼곡하다.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법조인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최은식 변호사 사무실도 그곳에 있다. 높게만 느껴지는 문턱을 최대한 낮추고 약자의 편에 서서 변호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최 변호사를 만나봤다.
법조인이 된 계기가 있는지.
저는 탐진 최씨 6대 집성촌의 하나인 전남 강진군 강진읍 봉덕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하는 편이어서 부모님과 문중 어른들의 기대를 많이 받았고, ‘사법고시 패스’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법대에 진학했고 군 제대 후에도 역시 큰 망설임 없이 사법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막상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법적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법학에 대해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어 법조인의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제47회사법시험에 상위 10%정도의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대형로펌 영입 제안을 고사하고 고향에서 힘없는 서민들의 대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광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낙후지역 무료법률
그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었는데 마침 고향의 한 지역신문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장래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으냐고 포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진부한 답변이었지만 어렵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를 하면서 실제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소외계층이 많고 법률지식까지 부족하여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에 만만치 않은 소송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긴 하지만 제도적인 보완이나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적시에 법률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농협중앙회 광주PB센터 고문변호사 위촉
맞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추상적이고 막연한 환상도 점점 깨져가고 있는 현실이고,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사업자이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러다 보면 소외계층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것 또한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이기도 하지만 공익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항상 슬기롭게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고 계시는지.
과거에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소위 인권변호사, 노동변호사로 명성을 떨치셨던 선배 변호사님들을 존경하지만 제가 과연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한다면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변호사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공익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게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외계층 등을 위해 특별히 활동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오는 2014년이면 변호사 2만명 시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소상공인이나 서민들은 여전히 적시의 법률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화순경찰서 정훈교육
그래서 변호사는 다방면에 역량강화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리활동을 위한 역량강화가 아니라 법률조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러한 역량을 갖추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무실에서 의뢰인의 상담만을 기다리는 발상에서 벗어나 축적한 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보람을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성인권센터 인권상담, 영세상인단체를 상대로 한 법률강의 및 자문,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내지 전·의경을 상대로 한 준법강의,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의 무료법률 강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낙후지역방문 법률상담 등이 있는데 이러한 활동들은 소외계층 등에 대한 직접적인 법률서비스 제공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해 활동하였던 여러 사례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예전에 구속된 절도 사건의 피의자 가족이 급히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알고 봤더니 고향사람이었고,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선임료도 부담할 형편이 못 되어 나중에 사정이 좋아지면 지급할테니 무료로 변론해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구 효덕동 자생단체지도자 법률강의
원칙대로 하자면 허용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너무 사정이 딱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고, 피해자측과 합의하는 과정까지 직접 관여하여 결국, 재판부에서 보석으로 선처해주기로 했는데 막상 보석절차에서 필요한 보석보증인을 구하지 못해 석방되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변호인인 제가 보증인이 되어 석방되었는데 당시, 우리 사무실에 근무하시던 30년 경력의 사무장님이 변호사가 피의자의 보증인이 되어준 경우는 처음보신다면서 신기해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 피의자는 성실하게 직장인으로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며, 가끔 그때 소송비용을 대신하여 음료수를 가지고 방문하곤 합니다.
변호사로서 명성을 떨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셔야 할 텐데 이를 위해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변호사로서의 명성이라면, 소송결과가 좋거나 특히 언론에 나와서 유명해진 사건을 잘 해결하거나 해서 유명해진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도시철도공사 청렴옴부즈만 위촉식
그러나 변호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경우에도 의뢰인으로부터 “변호사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진심어린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는 매사에 성실함이 원칙이어야 한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곤 합니다.
최 변호사는 현재 여러 회사나 금융기관들의 고문변호사로서 법률자문을 하고 있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부분은 지방의 수협 등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낙후지역 농어촌 주민들의 권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또한 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소송전문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갖는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봉사의 기회를 좀 더 다양하게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