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2:1-10
찬송가 195장 성령이여 우리 찬송 부를 때
성전 건축을 준비하다
일천번제를 드리던 솔로몬의 초심과 지혜를 구하던 그의 중심은 사명을 수행하려는 결심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대적을 막아 이스라엘 가운데 정치적인 안정을 허락하셨고, 물질적인 번영도 주셨습니다. 성전을 위한 물자와 환경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솔로몬에게 지혜도 주십니다. 열왕기에는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자 소송 판결, 행정 구역 분할, 이웃 나라에 퍼진 명성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기에는 모두 생략되었고, 바로 성전 건축 준비로 넘어갑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솔로몬이 성전 건축에 시동을 걸었음을 보여줍니다. 1절입니다.
(1) 솔로몬이 여호와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고 자기 왕위를 위하여 궁궐 건축하기를 결심하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지혜는 솔로몬의 가슴에 사명에 대한 열의를 불러일으켰고, 하나님에 대한 마음을 두텁게 했으며, 믿음을 강화했습니다. 그는 성전 건축을 공표하고, 신하들에게 건축에 착수할 것을 명령합니다. 나아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합니다. 솔로몬의 준비는 굉장히 현실적이었습니다. 진공 상태에서 성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 가운데 건설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2절입니다.
(2) 솔로몬이 이에 짐꾼 칠만 명과 산에서 돌을 떠낼 자 팔만 명과 일을 감독할 자 삼천육백 명을 뽑고
거대한 공사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솔로몬은 일꾼 15만 명을 징집합니다. 건축 자재와 짐을 운반하는 일에 7만 명, 산에서 나무를 베고 채석하는 일에 8만 명을 모집했습니다. 또 일꾼을 감독하는 감독자만 3,600명이나 되었습니다. 당시 일반적으로 왕은 대대적인 공사, 특히나 나라의 공사를 위해서 많은 노동자들을 강제로 징집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로 삼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은 이스라엘에 거주하던 이방인 가운데서 일꾼을 징집합니다. 나라와 민족의 큰 사업이었음에도, 관습이 아닌 하나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다음으로 솔로몬은 두로 왕 후람과의 접촉을 주도합니다. 두로는 이스라엘 북쪽,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도시 국가였습니다. 암반을 요새화하며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만큼, 석공과 목공 기술이 발달했습니다. 더불어 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 등지를 돌아다니며 해상무역으로 번영을 누렸습니다. 각종 보화와 은, 철, 납, 말, 백향목, 상아, 옷감 등 세상의 진귀한 물품이 두로를 통해 거래되었습니다. 두로의 기술력과 진귀한 자재들은 거대한 성전 건축에 필요한 사항이었습니다.
게다가, 두로 왕 후람은 다윗의 노년기에 왕이 되어 30여 년 두로를 통치했던 왕입니다. 그는 다윗의 궁궐을 짓는데 필요한 백향목과 목공, 석공을 지원했었습니다(삼하 5:11). 해적과 같던 블레셋을 없애 준 이스라엘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두로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잘 유지하며 성전 건축에 도움을 받고자 했습니다. 이때, 위로부터 내려온 능력, 곧 하나님께 받은 지혜를 십분 발휘합니다. 3-4절입니다.
(3-4) 솔로몬이 사절을 두로 왕 후람에게 보내어 이르되 당신이 전에 내 아버지 다윗에게 백향목을 보내어 그가 거주하실 궁궐을 건축하게 한 것 같이 내게도 그리 하소서 이제 내가 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여 구별하여 드리고 주 앞에서 향 재료를 사르며 항상 떡을 차려 놓으며 안식일과 초하루와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절기에 아침 저녁으로 번제를 드리려 하오니 이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규례니이다
오늘날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건축은 특별한 일이 아니겠지만, 당시 건축은 첨단과학이 필요한 대대적인 사업이었고, 그 파급효과도 상당했습니다. 주위 나라에서도 건설 사업을 경계하고 주목할 만한 큰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솔로몬은 사신을 보내어 이웃 나라 두로의 후람을 차분히 설득합니다. 하지만 그는 성전을 지으려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분명히 합니다. 정치적 목적이나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종교적인 목적임을 알려줍니다.
성전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구별된 장소이자,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성전에서는 하나님 앞에 향을 피고, 떡을 올리며 번제를 드립니다. 회막에는 향을 피는 분향단과 떡을 진열해두었던 떡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향을 피며 하나님과 연결됨을 일깨웠고, 떡을 올리며 하나님의 공급하심에 감사했으며, 번제를 통해 자신을 드리며 하나님의 자비를 실감했습니다. 곧 성전은 임재하신 하나님과의 소통 창구였고, 교제의 장소였습니다. 매일,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절기마다 번제를 드리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확인받는 장소입니다.
솔로몬은 이웃 나라와의 외교적인 상황 가운데 성전 건축의 순수성을 호소했습니다. 성전을 통해 사람들을 규합하고 나라를 제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신앙을 위한 건축임을 밝힌 것입니다. 성전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자,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장소임을 그 목적과 본질을 알린 솔로몬의 진술은 사실상 그의 성전에 대한 바른 인식과 신앙고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솔로몬의 신앙고백은, 성전 건축을 앞둔 귀향 공동체에게 다시금 성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을 겁니다. 성전을 건축하여 이스라엘의 옛영화를 되찾을 것을 은연 중에 기대한 이들에게 성전의 본질을 일깨우게 했을 것입니다. 성전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장소이며, 그곳의 목적이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만남임을 상기시켰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솔로몬의 고백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성전 삼아 주신 목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즉 하나님과의 내밀한 소통과 친밀한 교제를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자신과 물질을 숭배하는 성전이 즐비한 이 현실 가운데 오직 여호와 하나님을 위하여 존재하는 성전임을 진실하게 고백하기를 소망합니다. 이어 실제적인 요구가 이어집니다. 5-6절입니다.
(5-6) 내가 건축하고자 하는 성전은 크니 우리 하나님은 모든 신들보다 크심이라 누가 능히 하나님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리요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내가 누구이기에 어찌 능히 그를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리요 그 앞에 분향하려 할 따름이니이다
성전을 웅장하게 건설하려는 의도를 설명합니다. 솔로몬은 모든 신들보다 크고 위대하신 하나님에 어울리는 성전을 건축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라도, 온 우주라도 하나님을 담아낼 수도 없고 그런 하나님을 위해 전을 건축할 수 있는 존재도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물며 솔로몬 자기 역시 그저 향이나 피울 정도의 능력뿐인 하찮은 존재임을 겸손히 고백합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솔로몬의 겸손은 자연스럽게 후람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그는 낮은 자세로 온유하게 두로 왕의 도움이 필요함을 피력하고, 나아가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과 조건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7-9절입니다.
(7-9) 이제 청하건대 당신은 금, 은, 동, 철로 제조하며 자색 홍색 청색 실로 직조하며 또 아로새길 줄 아는 재주 있는 사람 하나를 내게 보내어 내 아버지 다윗이 유다와 예루살렘에서 준비한 나의 재주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하고 또 레바논에서 백향목과 잣나무와 백단목을 내게로 보내소서 내가 알거니와 당신의 종은 레바논에서 벌목을 잘 하나니 내 종들이 당신의 종들을 도울지라 이와 같이 나를 위하여 재목을 많이 준비하게 하소서 내가 건축하려 하는 성전은 크고 화려할 것이니이다
갖가지 광물을 제조하고 천을 다룰 줄 알며 조각에 능한 장인 하나만 보내 달라고 합니다. 기능공 한 사람을 보내어 주면, 이스라엘에서 준비한 사람들과 협업하게 하는 조건도 내세웁니다. 두로에 사업 전부를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협업하며 더불어 기술을 이전받기를 요청한 것입니다. 실리적이고 적극적인 조건입니다. 더욱이 백향목, 잣나무, 백단목을 벌목할 때에도 준비한 일꾼들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함께 재료를 선별하고 준비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동참하는 이유 역시 크고 화려한 성전을 짓기 위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처럼 솔로몬은 필요에 대해선 겸손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그리고 조건은 명확히 제시합니다. 솔로몬의 슬기로운 요구는 귀향 공동체에게도 지혜롭게 현실적인 역량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필요를 구하며 동참하라는 독려가 되었을 것입니다. 단, 겸손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일러줍니다. 성전인 우리도 우리를 바로 세우는 데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겸손한 태도로 관계 맺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집으로 빚어감에 있어서 거들먹거리거나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 겸손과 적극성으로 아름다운 협업을 이루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이어서 10절입니다.
(10) 내가 당신의 벌목하는 종들에게 찧은 밀 이만 고르와 보리 이만 고르와 포도주 이만 밧과 기름 이만 밧을 주리이다 하였더라
마지막으로 합당한 보상과 적절한 대가를 제시합니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이나 솔로몬의 왕권으로 강제하는 쉬운 길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합니다. 1고르는 약 220-230L입니다. 사무실 생수통 12개 정도의 양입니다. 밀과 보리, 2만 고르는 각각 4,400KL에 달합니다. 1밧은 1/10고르이자 대략 22L입니다. 포도주와 기름이 각각 440KL에 달하는 양을 주기로 합니다. 풍요로운 솔로몬의 국고에도 적지 않은 지출입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군림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노동의 정직한 값을 지불할 것을 먼저 제안했고, 약속합니다. 하나님을 위하는 성전을 건축하는 데 불의한 방식,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선한 목적에 합당한 선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합니다. 정직한 대가를 지불했고, 그것도 먼저 선뜻 제안합니다. 최고의 하나님께 최선의 것을, 정직하게 준비한 것입니다.
솔로몬의 준비를 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바르게 세우는 방식을 배웁니다. 지혜는 현실에서, 주어진 자리에서 신앙을 구현하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는 솔로몬으로 하여금 그의 사명을 올바르게 실현하도록 합니다. 솔로몬은 세상 한가운데에서도, 이웃 나라와 관계에서도 자신들만의 구별된 정체성을 타협하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떳떳하게 존재 목적을 알립니다. 하지만 필요한 부분은 겸손히 도움을 요청하고, 부탁하며 아름다운 협업을 이끕니다. 나아가 정직하게 요구하고 정직하게 대가를 지불합니다. 그렇게 불순함도, 불의함도, 불화도 없이 주도적으로 준비를 이끌어 갑니다. 최고의 하나님께 최선의 것을 드리기 위해, 아름답고 진실하게 준비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혜이신 예수님이 온전한 성전이 되셨습니다. 순수하고 순결하게 성전의 목적을 잃지 않으시며, 하나님 나라와 동떨어진 이들에게 선한 이웃 되어 주셨고, 온유와 겸손으로 세상을 섬기셨습니다. 정직하게 값을 지불하며 하나님 나라의 이방인으로 살던 우리를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으로 삼아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성전답게 지어져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혜는 현실에서 성전다운 성전을 지어갈 역량이 됩니다. 하나님께 창문 열고,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덧입읍시다. 순전함과 겸손, 정직함으로 성전다운 성전으로 자기 자신을 가꾸어 갑시다. 지극히 현실적이나 지극 거룩한 솔로몬의 준비 과정처럼, 지혜 곧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능력을 힘입어 삶의 자리에서 성전다운 성전 지어가는 복된 하루 되기를 소망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솔로몬의 성전 건축 준비를 살펴보며 우리 자신을 성전으로 슬기롭게 세워가는 방식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성전다운 성전으로 지어가기 위해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내 안에 계시는 주님께 창문을 열고 위로부터 오는 능력과 지혜를 구합니다. 세상을 위해 살지 않고 주님을 위해 사는 존재임을 날마다 새롭게 고백하게 하시고, 겸손과 정직으로 스스로를 가꾸게 하옵소서. 그렇게 성령님을 힘입어 순결하고 지혜롭게 하나님의 성전으로 아름답게 지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특별히 주님께 드려지는 오늘 하루가 최고의 주님과 잘 어울리는 최선의 삶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솔로몬이 성전 건축을 위해 후람에게 실질적으로 요청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2. 솔로몬은 후람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내세웠나요?
3. 솔로몬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성전건축준비 과정에서 나에게 부족한 지혜의 한 면은 무엇인가요?
4. 위로부터 오는 능력으로 슬기롭게 섬김과 헌신의 삶을 가꾸어 봅시다.
(작성 : 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