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물이 가진 이름에 대하여 알면 그것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준다.
계방산에 대한 이름의 내력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았지만 답이 없다.
왜 계방산이고 언제부터 불리었는지 나와 있지 않다.
운두령(雲頭嶺, 1,089m)
산을 넘던 구름의 우두머리가 쉬어 가자고 하였는가?
1990년 봄에 승용차로 처음 넘어본 고갯길이었다.
그 당시 평일에 이 고개를 넘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홍천서 일을 보고 다시 넘어 올 때 끔찍한(?) 사고가 아직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귀여운 다람쥐가 차를 보고 꼼짝 않고 도로 한가운데 서 있었다. 도토리 하나 물고.
나는 다람쥐가 지나가기를 기다렸고, 지나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를 움직였는데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뼈가 으스라지는 소리를.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미안해 하고 있다.
맑은 날 운두령에서 보는 경치는 장관이다. 그런 운두령을 20여년만에 찾았다.
강릉 살면서 계방산 등산을 계획하였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김해천지산악회>를 따라서
계방산의 첫산행을 하였다.
미처 등반하지 못한 100대 명산, 이제 계방산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날이 흐리다. 비가 올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김해차량등록사업소에서 버스는 6시20분에 출발했다. 계획보다 20분 늦었다.
김해천지산악회와 첫 만남이기도 하다.
신대구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그리고 영동고속도의 속사IC에서 운두령으로.
남원주JTC에서 운두령까지의 풍경은 오래 전부터 눈에 익은 곳인데 오랜만에 보니 정겹다.
'이승복기념관'은 폐교된 분교와 조형물로 조촐하였는데 지금은 규모가 많이 커졌다.
1998년 겨울,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
경북 울진으로 들어온 무장공비는 정선군 미탄면(지금은 평창군 미탄면)에서 사고를 쳤다.
대낮에 울린 기관단 총소리는 20여리 떨어진 내 마을(영월군 북면 마차리)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무장공비가 일가족을 몰살시켰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때였을까?
원주의 군부대가 마차중고등학교 운동장을 야영지로 삼고 제법 오랜 기간 주둔하였다.
통금시간은 오후 4시였고 흉흉한 소문들이 나돌기도 하였다.
정찰기는 비행사가 보일 정도로 낮게 떳고 마을엔 군인들로 가득 하였다.
미탄면에서 사고친 무장공비들이 서울로 가는 길에 평창에서 또 사고를 쳤던 것이다.
열살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하였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배웠지만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기사도 있기에.)
하지만 그가 살아 있다면 나와 같은 또래로 친구가 되었을 것인데.....
남한에서 5번째로 높다는 계방산은 그 높이 비하여 그리 유명한 산은 아니다.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에 빼어난 풍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산은 아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있는 순한 산이다.
그렇지만 겨울의 설산산행과 정상에서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올 겨울의 마지막 눈산행의 기대로 왔지만 적설량은 많지 않다. 녹아서 그런 것 같다.
산행 중에도 길은 녹아서 질퍽거렸다.
하얀 눈세상은 사람을 환상속으로 인도하지만, 눈이 내리고 며칠이 지나 눈 위에 먼지가
앉기 시작하면 눈은 추하게 보인다.
운두령에서 11시쯤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얀 세상보다는 질퍽한 길과 추한 경관이 있다.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길은 순하다.
카페에 공지된 산행코스는 <운두령 - 헬기장/점심식사 - 정상 - 주목군락지 - 이승복생가터>로
안내 되었지만, 버스 안에서 산행대장의 산행코스 안내는 정상에서 1276봉에서 이승복생가터로
수정되었다. 1276봉 삼거리에 리본을 달아 방향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4시간30분으로 넉넉히 산행 할 수 있다고 한다.
1276봉에서 곧장 가면 권대감바위, 로프구간 등이 나오고 아랫삼거리가 나오는데
윗삼거리인 이승복생가터 방향보다 30분 더 걸린다고 안내한다.
흐린 날이지만 바람은 없고 따뜻하다. 누군가가 말한다. 오늘 계방산 정상의 온도는 영상이라고.
전망대에서 조망은 흐린 날로 산경을 구경할 수 없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먼저 오신 천지산악회원님들이 맛있게 점심을 드시고 계신다.
혹여 비가 올까봐 행동식으로 죽을 준비하였다.
같이 식사하자는 고마운 손길에 합석을 하여 맛 있는 반찬과 라면을 대접 받았다.
헬기장에서 본 계방산은 멀어 보이지만 20여분 걸릴 것 같다.
눈꽃이 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눈꽃이 떨어진다. 딱, 딱 소리내어 떨어지는 눈꽃은 떨어지기가 무척이나 아쉬운 모양이다.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의 하얀 눈물이 떨어진다.'
계방산.
정상엔 작은 정상석과 돌탑이 있고 사방이 탁 트여져 있다.
점봉산, 내린천, 아침가리, 오대산의 봉우리들, 백두대간 길......
점봉산은 보이질 않는다. 흐릿 하지만 선자령의 하얀 눈밭이 보인다.
발왕산의 스키스로프도 보인다.
노인봉도 흐릿 하지만 보인다.
사방이 산으로 넘실 넘실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정상석과 인증샷을 찍으려는 산꾼들로 줄을 섰다.
'키움증권'에서 시산제를 여기서 지내고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한켠 옆으로 상을 차렸다면 다른 산꾼들이 정상석과 돌탑을 배경으로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는데......어쩜 배려심의 부족이라고 하겠다.
이런 배려심 없고 이기적인 산신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다른 회원들 사진 찍을 때 하산을 서둘렀다.
산정에서 짧은 구간 하산길은 급하다.
그리고 1276봉까지의 하산길은 편하다. 앞서 가는 천지산악회원도 따라 오는 천지산악회원도
없고, 쉼터에 도착하니 서울서 온 산악회원님들이 모여 있다.
(김해서 왔다고 반가워 하신 분, 부인과 같이 오셨는데 부인의 고향이 김해 대저란다.)
그들을 뒤로 하고 1276봉, 삼거리에서 갈등을 하였다.
산정에서 산행대장은 곧장 아랫삼거리로 가라고 하였고, 버스 안에서는 윗삼거리로 가라고
하였고, 천지산악회 리본은 윗삼거리 방향으로 달려져 있었다. 어쩌나?
윗삼거리가 짧다고 하였고 버스안에서의 안내대로 따랐다.
고생길이다.
경사면이 엄청 급하다. 7~80도는 넘는 것 같다.
잣나무 숲길의 내리막은 80도 이상인 것 같다. 아이젠을 벗엇다.
하지만 길은 무척 미끄렀웠고 같이 간 친구와 나는 두번씩 미끄러져 넘어졌다.
오를 때든 내려올 때든 어느 계절이든 이 코스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나는 바보같다. 지도를 보면 아랫삼거리로 가는 길이 짧아 보이는데, 로프구간에 겁먹었다.)
야영지계곡에서 흙 묻은 바지를 닦았다.
터벅터벅 걸음걸이는 피곤하고 짜증이 났다. 하산시간인 3시반이 넘었다.
아랫삼거리 주차장에 오니 4시가 조금 넘었고, 나보다 늦었던 분들이 먼저 와 있었다.
바보처럼 고생하였다.
4시30분에 버스는 출발하였다. 묵호항에서 보리밥에 대게를 먹기 위하여서.
짙은 안개로 강릉 가는 길은 밀렸다.
대관령의 안개는 유명하다. 1m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심할 때도 있다.
내가 강릉에서 살아봐서 안다.
묵호 중앙시장 안에서 부페식 보리밥과 대게로 맛난 저녁으로 조금 불쾌한 기분을 가셨다.
묵호항은 동해안의 주요 항구였고 지금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시멘트공장의 하역장으로 북평항이 개발되었고 공단이 들어서서 북평읍이 되었다.
묵호읍과 북평읍이 합쳐서 '동해시'가 되었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른다.
비가 내린다.
김해는 정각 12시에 도착하였고 가는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다음 기회가 있으면 아랫삼거리에 주차하고
<노동계곡 - 주목삼거리 - 정상 - 권대감바위 - 아랫삼거리>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여야겠다.
* 큰 키의 계수나무, 잎이 무성할 때 보면 그 자태가 곱고 아름답다.
계수나무 윗 모습과 계방산의 정상부분이 비슷한 느낌이 난다.
그래서 계방산일까?
전망대 주위에서...오른편 봉우리가 계방산 정상
운두령이 있는 능선
전망대에서 본 계방산
헬기장에서 본 계방산
정상에서 지나온 전망대를 배경으로.
우측방향이 오대산, 좌측은 가칠봉(백두대간) 방향이겠다.
첫댓글 후기 넘 잘읽었습니다. 조금불편하셨다니 담에는 행복한 산행이 될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함께 동행해서 즐거웠습니다.
아~~하.
이분이시네요. 반갑음니다..
산행후기 감사합니다
보다많이 준비해서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일행분 넘어지셨다더니 다치신데는 없으십니까?
리본만 안붙어있었더라도 편안한 산행이 되셨을텐데 조금의 미스가 많은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신경을 써야할것 같은 미안함이 생깁니다...너그럽게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