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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수필 모음~★ 스크랩 여래고개_주오돈
큰애기 추천 0 조회 28 10.02.17 16: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여래고개

주오돈

 

고향에서 설을 쇠고 온 정월 초이틀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명절 귀성에서 본업으로 회귀가 끝나지 않았다. 초하룻날 창원으로 돌아온 나는 이튿날 근교 산행을 나섰다. 창원을 에워싼 산자락에 이월 중순 드물게 보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정병산과 대암산, 불모산, 장복산 산록은 세밑에 내렸던 눈으로 희끗희끗했다. 산정은 눈을 이고 있어도 날씨는 그렇게 꽁꽁 얼어붙지 않았다.   


나는 반림동아파트를 나서 창원대학 앞개울을 지났다. 도청 뒤 용추저수지 앞으로 갔더니 주차장에 차들이 그득했다.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몰아온 차였다. 나처럼 설 쇠고 산행을 나선 사람들이었다. 경전선복선과 25호대체국도 터널공사로 용추저수지 주변이 어수선했다. 나는 길상사 쪽으로 가지 않고 용추계곡으로 들었다. 이른 아침 등산을 끝내고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용추저수지 주변은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설 앞두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렸다. 밭둑의 매실나무는 꽃망울이 도톰해져 있었다. 만물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고 움트기 시작했다. 겨우내 얼고 녹고 했던 텃밭의 푸성귀 잎사귀는 파릇했다.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났다만 나는 봄이 오는 길목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꽃눈이나 잎눈에 눈도장을 찍어 두었다.


계곡 입구 도열한 아카시나무에선 봄이 오는 낌새를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차가운 얼음장은 어느새 녹아버렸다. 봄을 재촉하듯 때맞추어 내렸던 비였다. 거기다가 분분한 춘설마저 보탰다. 불어난 계곡물에서 이미 봄은 비롯되었다. 차례대로 피어날 꽃눈과 잎눈이 눈에 선했다. 계곡 응달에서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길섶에선 노루귀와 현호색이 움틀 것이다.


봄눈이 녹고 있는 계곡이었다. 나는 용추7교를 건너 우곡사 갈림길 산마루로 올랐다. 나는 절로 내려서지도 않았고 대암산으로도 향하지 않았다. 외줄기로 길게 누운 산등선으로 들었다. 최근 진례로 통하는 새로 나고 있는 등산길이었다. 응달이라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더러 있었다. 나보다 먼저 그믐이나 설날에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이 있었다. 시례로 향하는 중간 이정표가 나왔다. 

          

나는 마을로 내려서지 않고 계속 능선 따라 나아갔다. 왼쪽은 우곡사 골짝으로 국방과학연구소였고 멀리 주남저수지가 보였다. 오른쪽은 진례면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넓은 들녘에 공장이 많이 들어섰다. 터널을 빠져나온 새로운 철길이 지났다. 자여와 단계마을로 내려서는 노티재가 나왔다. 표지판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진례 하촌마을이었다. 나는 능선 따라 사 골짝로 나아갔다.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진영터널 앞둔 산정에서 도시락을 비웠다. 다시 배낭을 메고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우곡사 갈림길 이후 처음 산행객을 만났다. 어디서 올라온 분이냐고 물었더니 여래고개에서 올라왔단다. 여래고개는 진영으로 내가 가고자하는 종점이었다. 아직 두 시간은 넉넉히 가야 한다고 했다. 발아래 남해고속도로 터널을 지날 무렵 좌우에선 자동차 소리가 붕붕거렸다.


노티재 이후 등산 이정표는 없었지만 지적삼각점이 한 곳 나왔다. 번지가 진영읍 하계리라는 산이었다. 그곳에서 동으로 바라보니 낙동강이 굽이쳐 흘러 뒷기미에서 밀양강과 만났다. 강 건너 하남과 오산 들녘까지 눈에 들어왔다. 화포천은 한림배수장으로 흘렀고 봉화산 호미 든 관음상이 보였다. 관음상 앞 사자바위는 보였지만 부엉이바위와 봉하마을은 앞산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진영이 고향인 작가 김원일 있다. 그는 ‘마당 깊은 집’에서 한국전쟁 후 모습을 리얼하게 그렸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불의 제전’에서 여래못과 여래리를 보았던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여래고개로 내려가면서 머릿속에 석가여래와 국토여래가 자꾸 떠올랐다. 여정의 종점 여래고개에 부처는 없었고 아동복지원이 있었다. 복지원 아래 잘 꾸며진 금병공원에 여래연못이 있었다. 10.02.15

 

주오돈

1959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진주교육대학과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부터 밀양 남명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고성 동해중학교를 거쳐 창원 용호고등학교에 근무하였다. 현재 김해장유 능동중학교 근무. 2002년 <한국문인> 시조 추천을 받았으며, <밀양문학>과 <가락문학>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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